왜 청와대가 옥상옥(屋上屋)을 만들어 헌법도 안 읽어본 편협한 국민들의 배설구 역할을 하는 것인가. 문재인 정권 들어 신설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답변 조건에 부합되는 20만 명 서명 돌파 청원들을 보자면 어떤 것은 우리 사회가 진정 고민하고 토론해봐야 할 진지한 문제도 있지만 개중에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크게 해치는 반헌법적, 반민주적, 혐오성 주장들도 있어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판결이 마음에 안든다고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행정부가 감사해달라고 요청을 하지 않나, 야당 국회의원을 특정 직에서 파면해달라고 청원하지 않나, 특정 보수성향 사이트를 폐쇄해달라고 하지 않나, 어떻게 이런 주장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말 민주공화국의 시민 자격을 갖출 수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럽다.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국민 기본권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는 이런 주장에 헌법의 수호기관이어야 할 대통령 비서실이 친절하게 답변을 해준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이미 국민권익위원회가 비슷한 형태의 국민청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왜 청와대가 옥상옥을 만들어 헌법도 안 읽어본 편협한 국민들의 배설구 역할을 하는 것인가. 반헌법적 주장이 난무하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은 속히 그 부작용을 인정하고 폐지할 것이며 문 정권이 하지 않는다면 다음 정권이 폐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