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군복을 입었지만 평시에 상대방을 기습 공격한 군인은 제네바 협정에 의한 포로 대우도 못 받는 비적(匪賊)일 뿐이다. 평양 겨울철 올림픽이라고 비아냥거릴 정도로 많은 화재를 낳았던 평창 동계올림픽도 그럭저럭 종반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식에서부터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금메달을 따는냐 하는 성과와 더불어, 여기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 및 김여정 일행, 그리고 응원단과 관현악단을 보면서 다양한 소회를 느꼈을 것이다.

전세계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은,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남조선 형의 집안 잔치에 하객으로 참석하여 잘 사는 부자 형의 힘과 후광을 빌려서 곤경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보려고 몸부림치는 처절함이 북한 측 방문자들의 얼굴에서 읽혀진다.

경기가 없는 날에 간간이 집단 외출도 하는 북한 응원단이 동해의 해돋이 명소 정동진 나들이를 하는 모습이 TV에 소개되었다. 북한측 인사들 중에 김여정 등 회담 대표단을 빼고는 거의 유일하게 안면에 개기름도 번드르하게 흐르는 보장성원이란 감시원들의 번득이는 눈초리 경호를 받으며 버스에서 내린 북한의 어린 아가씨들의 빨간 유니폼이 유난히 돋보인다. 북한의 어린 처녀들을 지켜주기 위하여 북녀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많은 숫자의 우리 청년 경찰들이 자기들 앞을 지나가는 여성 응원단을 하나같이 외면하고 등을 돌린 상태로 테러범이나 납치범과는 전혀 무관한 정동진의 먼 바닷가 수평선을 묵묵히 응시하는 모습, 추운 날씨에 고생도 고생이지만, 일부러 외면하는 것처럼 등을 돌린 모습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응원단 숫자보다도 동원된 경찰이 더 많다. 적진에 들어온 북한 응원단원들은 숙소에서 남조선 TV를 못 보도록 지침이 내렸다고 하는데 200 명이 넘는 젊은이 중에 밤에 몰래 TV를 본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남조선에 체류하는 동안만은 끼니 걱정 없이 맛있는 음식을 풍족하게 먹는 식도락도 즐길 수 있고 탈북자들의 숫자도 수만 명에 달한다는데 이 기회에 머리속으로나마 자신이 탈북을 상상해본 사람은 몇몇이나 될까?

그러나 이들 중에 누군가 탈북을 시도한다고 해도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기자니 안내원 등 각종 위장 감투를 쓰고 온 소위 보장성원이라는 탈북자 사냥꾼, 보위부원들의 숫자가 너무 많고 감시가 심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장애는 대한민국 정부다. 북한 인원 중에 누군가 자유 대한민국으로 탈출을 시도하면 우리 정부는 이 귀순자를 받아주고 보호해줄까? 당연히 그래야 되지만 북한 측에 돌려보낼 것 같다.

필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소름끼치는 답변을 듣는 순간, 불쌍한 탈출 시도자의 처절한 소망이 매정하게 거부되어 그 사람을 죽음의 사지로 돌려보낼 것임을 직감하였다. 금번 북한 인원들의 방남을 위한 남북 교섭과정이나 김여정 일행이 우리 고위층들과 만나서 담화를 나누는 과정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사실이 언론에 살짝 노출되었다. 한가지는 중국의 북한 식당 종업원으로 종사하다가 탈북한 13명에 대하여 북한측이 집요하게 돌려보내주도록 요구했다는 점이다. 이제 대한민국 사람이 되어서 정착한 지도 1년이 훨씬 넘었으니 잊을 만도 한데 말이다.

식당 종업원 탈북자들을 북한에 넘겨줄 것인가 묻는 야당 국회의원의 질문에 통일부 장관은 '넘겨줄 수 없다'는 답변이 아니라 '아직은 넘겨주기로 결정한 바가 없다'는 식으로 답변하는 것이었다. 계속 추궁하자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발뺌을 했다. 화가난 의원이 '당신은 어느 나라 장관이냐?'고 고성을 지르는 모습을 온 국민들이 다 봤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서라면, 북한 탈북 시도자의 생사라든지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지로 돌려보낼 가능성을 충분히 암시했다고 보여진다. 자유를 찾아서 탈북하는 사람을 받아주지 않고 아예 탈출 기회를 봉쇄하거나 탈출에 성공하여 자유 대한의 품에 안겨도 돌려보내는 비정함, 충분히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또 한 가지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 금강산에서 있었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시에 북한에 생존해 있던 막내 이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백만 명이 넘는 이산 가족(생존자는 그보다 훨씬 줄어들었지만) 중에 상봉자로 선정되는 것이 거의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는 수준으로 어렵다는데 그런 행운을 잡았다는 점이 예사롭지가 않아 보인다.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의 일이지만 모르는 사람은 감투가 좋기는 좋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얼마 전에 올린, '어느 북한 예술단원의 전향'이란 글에서, '김여정 일행이 청와대를 방문하면 분명,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에 남은 가족에 대하여 뭔가 암시를 하면서 거래를 제안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하였다. 필자의 예상은 적중했지만, 내용은 필자의 예상과 정반대였다. 흥남 철수시에 불과 두 살, 문재인 대통령이 태어나기도 전에 북한에 남겨진 그 이모의 안부에 대하여 김여정이 진작에 보고를 받아서 파악하고 있을 터인데 문 대통령이 듣고 싶은 얘기는 한 마디 언급도 없어서 문 대통령이 먼저 금강산 상봉 당시를 회상하며 막내 이모에 대하여 화제를 꺼냈지만 김여정 일행은 짐짓 모른 척하고 끝내 외면하였다는 보도를 봤다.

대통령이란 공직과 특권을 사사로운 혈육의 안위를 알아내는 데 사용하는 것은 직권 남용이라고 부당하다고 나무라기에는 이산가족의 절절한 심정을 이해하기에 탓하고 싶지는 않다.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 북한이 대표단을 또 보낸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초청했는지 몰라도 국민들은 그들이 오는 것이 반갑지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대표단장이, 대남 공작 및 남파 공작원 육성, 대남 무력 테러 업무를 주 임무로 하는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이라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힌다. 언론에 보도되어 우리에게도 익히 낯이 익은 인물이다. 남북 회담이 열리면 북측 대표의 일원으로 많이 참석도 했고, 특히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휴전선 목함 지뢰 폭파 사건을 기획한, 우리에게는 치가 떨리는 살인마이다.

비록 군복을 입었지만 평시에 상대방을 기습 공격한 군인은 제네바 협정에 의한 포로 대우도 못 받는 비적(匪賊)일 뿐이다. 천인공노할 적장 김영철의 죄상은 숨길 수가 없는 사실임에도 통일부 장관이란 자는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에 연루되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북한을 대변하고 있다. 김영철은 한국과 미국에서 이미 제재 대상에 올라있는 인물이다.

해외 여행이 금지된 그가 한국에 오려면 미국 정부의 양해가 필요하다. 미국은 김영철의 평창 방문을 허용할까? 그간 한국 정부가 앞서 요청한 몇몇 예외조치에 대하여 양해한 미국이지만 김영철과 같은 테러리스트는 절대로 용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올림픽을 망쳤다는 뒷말이 나지 않도록 묵인할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설령 한미 갈등이 조성되더라도 김영철의 방한을 맹목적으로 환영할 것이다. 김정은이나 문재인 정권이나 대한민국 국민들을 우습게 보거나 무시하는 것은 닮은 것 같다. 이런 일은 보수 우익 진영이 집권한 동안이라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청와대를 폭파하고 박정희 대통령의 목을 따러 보낸 1·21 김신조 무장공비 남파 사건 당시 사살되지 않고 생존하여 북으로 도주한 2명 중 한 명인 박재경이란 인물은 인민군에서 대장까지 승진하여 DJ가 대통령할 때 송이버섯을 전달하기 위하여 군용기를 타고 버젓이 서울을 다녀가서 당시 국민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이번에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김영철을 보내는 것은 박재경을 보내도 종북 좌익 정부가 체포는커녕 칙사 대접을 한 전례가 있기에 우리 정부와 국민을 우습게 보고 보내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우리 국민들의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 대표는, 김영철이 오면 사살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국민 정서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이래도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의 방한을 용인하는 것은, 혹시 만고의 역도 김영철에게 대한민국 국법의 준엄함을 보여주기 위하여 그를 체포하기 위한 고도의 술책이었으면 좋겠다.

필자도 이번만은 김영철이 서울에 꼭 왔으면 좋겠다. 그가 서울에 온다면 한갖 가련한 김정은의 꼭두각시니 죽일 필요는 없고, 일단 체포하여 우리 국민들에게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이실직고하고 원한 서린 천안함 앞에서 한국인들과 유가족들에게 사죄나 하고 돌아가도록 만들었으면 좋겠다.

우리 해군이나 육군 장병들이 그를 죽이기 위하여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필자가 예상하건데 이번에 대한민국 남한 땅에 오는 것이 어려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저절로 오금이 저릴 만도 한데 두려울을 떨쳐 버리고 올 만한 용기가 있을까? 그럼에도 그가 온다면 보수와 종북 진영간의 남남(南南) 갈등과 한미간의 관계를 이간시키는 일이 현 시점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 절박성이 내키지 않는 발길을 이끌게 된 것이 아닐까?

그 놈이 와서 천안함 도발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천안함 자작극 설에서부터 미군 잠수함 충돌설, 암초 좌초설을 주장하여 국론을 본열시켰던 신OO를 비롯한 종북진영 인사들의 허구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국론통일과 국민화합을 가져올 텐데 말이다.

사람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자유를 갈망한다. 응원단 그녀들은 그젯밤에도, 그리고 어젯밤에도 보았다. 몰래 몰래 남조선 TV를, 보위부원들의 감시의 눈초리를 무시하고. 그녀들을 감사하도록 밀명을 받은 보위원 동지들은 그 시간에 감시 업무를 포기했다. 그들도 각자의 방에서 남조선 TV를 봐야 했으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본심을 알아차린 트럼트의 가슴 속에는 김정을을 응징할 결정타 한 방을 터트리려는 결심을 더욱 굳히고 있는 중이다. 결정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문재인은 대북 군사작전만은 아니 된다고 했는데 설마하며 그들이 만심하는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