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는 저런 포악무도한 살인집단에게서 무엇을 바라는가? 정말 어리석은 정부인가, 아니면 같은 편인가? 입장을 분명히 하라. 김영철 북한 통일선전부장의 평창 올림픽 폐회식 참가를 두고 우리 내부에서 극심한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북한의 김영철 방한 통보를 받아들인 청와대는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오는 것인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었다. 백 번 양보하여 올림픽 기간 중에 김정은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이 있으면 올림픽 경기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이니 그런 일이 없도록 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흔쾌하지는 않지만 이미 지난 일로 이해하고자 한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김영철의 방한을 환영한다며 이를 저지하려고 '통일교'에 나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야당을 향해 '국제적 망신'이라고 했다. 물론 정치적 공격으로 뜻은 다르지만 말은 맞다. 자국의 해군 함정이 폭침되고 심지어 영토에까지 직접 포격을 당해 수십 명의 전사자가 나왔는데 적국의 그 책임자를 특사 자격으로 맞아들인다는 것은 분명 국제적 망신이다. 저렇게 야당이나 국민들이 극렬 저지에 나서도록 한 배알도 없는 정부라고 비웃을까 부끄럽다.

어쨌든 올림픽은 끝났다. 이제 '대승적 차원의 굴종'이 필요한 시간은 지났다. 김영철을 체포하라. 기회는 오는 경우도 있지만 만들기도 한다.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은 기회를 기회로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침략 살인자 김영철을 체포할 절호의 기회 아닌가. 답답한 판은 흔들어 기회를 만드는 것도 전략이다.

마침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라는 변호사 단체에서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살인 혐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싸움에서는 기선을 잡아야 한다. 전사자 가족들을 비롯한 이 국민적 요구를 그저 화풀이나 정치적 구호 정도로 치부할 게 아니라 치밀한 계산을 세우고 실천을 검토할 만하지 않은가.

특사를 어떻게?라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북한에서는 외국 관광객을 체포하여 간첩 혐의를 씌우는 집단이다. 이에 반해 김영철의 범죄 행위는 객관적 증거가 충분하다. 이 자를 체포하여 그 죄상을 자복받아 전사자들 영령과 그 가족들 앞에 사죄케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피해 당사자의 동의 없는 합의는 무효'라는 주장을 누차 강조한 바 있다. 이 문제로 불과 얼마 전에도 일본 총리와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그렇다면 김영철 특사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피해 당사자인 전사자 가족이나 국민들의 동의는 받았는가? 동의는커녕 그 참담한 심정을 헤아려는 봤는가? 북한에 대고 왜 하필이면 김영철이냐고 따지기라도 해봤는가?

위장 평화는 위장일 뿐이다. 위장 뒤에는 가늠하기 어려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은 김영철을 내려보내기 직전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 공화국이 핵을 포기할 것을 바라는 것은 바닷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이 정부는 저런 포악무도한 살인집단에게서 무엇을 바라는가? 정말 어리석은 정부인가, 아니면 같은 편인가? 입장을 분명히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