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은 일제로부터의 독립을 기리기 위해 축조한 게 아니다. 조선조에 상국으로 섬겼던 중국(明·淸)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리기 위해 세운 축조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을 맞아 독립문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부르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하여 이 자리에서 3·1절 만세를 부르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사람들은 독립문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듯하다.

3·1절은 일제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만세를 불렀다는 항거의 뜻을 기리는 날이다. 아마도 이 날에 독립문을 찾아 태극기를 흔든 것은 독립문을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독립과 관련 지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3·1절에 여기 와서 만세를 부르고 태극기를 흔들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립문은 일제로부터의 독립을 기리기 위해 축조한 게 아니다. 조선조에 상국으로 섬겼던 중국(明·淸)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리기 위해 세운 축조물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독립협회(獨立協會)에서 영은문(迎恩門) 곁에 전 독립문(前獨立門)을 창건(創建)하려고 이 날 기공식(起工式)을 행하였다.(1896년 大韓 건양<建陽> 1년 )"

영은문은 조선시대에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 사신을 영접하기 위해 모화관(慕華館)을 짓고 그 앞에 세웠던 문이다. 모화관은 조선 태종 때 모화루라는 이름으로 지어졌고 세종 때 모화관으로 고쳐 불렀다. 영은문은 '맞을 迎'字와 '은혜 恩'字를 쓴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건양(建陽)'은 고종이 황제로 등극하여 쓰기 시작한 연호이다.(1년 후 '광무<光武>'로 바꿈) 이전에는 중국 황제의 연호를 썼다. 이때부터 비로소 조선은 독립국이라는 의식을 한 것이다. 조선이 중국의 속국이었음은 이 연호로도 알 수가 있다. (참고로 조선을 세운 이성계는 명나라 태조의 연호인 '홍무<洪武>'를 썼고, 고종이 즉위할 무렵에는 청나라 목종의 연호를 딴 '동치<同治>'를 썼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대한제국(大韓帝國)'이란 명칭은 1899년(광무光武 3년)에 처음 나온다. 지금으로서는 헌법에 해당되는 〈대한국 국제(大韓國國制)〉라는 것을 제정하면서이다. 그 제1조를 통해 <대한국(大韓國)은 세계 만국에 공인된 자주독립(自主獨立)한 제국(帝國)이다.>라고 독립국 선언을 한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중국 사신을 접대하던 모화관의 정문인 영은문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세운 것이 독립문이다. 그런데 이 독립문이 일본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청·일 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고 양국은 시모노세키에서 조약을 맺는다. 일본은 이 조약에서 '청국은 조선국이 완전무결한 독립 자주국임을 확인한다'는 조항을 제1조로 넣어 중국이 더 이상 조선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했다. '일본의 흉계'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쨌든 조선은 중국으로부터 만이 아니라 일본 등 모든 주변국으로부터 독립을 한 것이다. 1895년의 일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이듬해에 독립문을 세웠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들이 제대로 모르고 있다.

그러나 자주 능력이 부족했던 신생 대한제국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일본 제국에 의탁하게 된다. 이는 일본이 무력 침략하여 점령한 것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의 주인인 대한제국 황제가 스스로 다스릴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일본에서 왕공족(王公族)이라는 새로운 귀족 제도를 창설하여 일본 황실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 조건으로 일본 천황에게 넘긴 것이다. 이것이 소위 '한일합방'이다. 1910년의 일이다.

3·1절은 일제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항거를 한 선열들의 뜻을 기리자는 것으로 독립된 지금은 집집마다 조용히 태극기를 게양하면 될 일이다. 굳이 태극기를 들고 나갈 요량이면 서대문 형무소나 유관순 열사가 만세를 불렀다는 천안 '아우네 장터' 유적지에서 흔들 일이다. 문 대통령이 이러한 역사를 제대로 알지를 못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심오한(?) 뜻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3·1절에 독립문 앞에 가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 딱하다.

[지금 우익 애국 국민들이 태극기를 들고나간 것은 일본에 항거하기 위한 게 아니라 이 정부에 항거하기 위한 것이니 그 의미가 다름에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