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사기 행각에 우리 특사들이 들러리 서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지만 왠지 불길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서훈 국정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장관급)을 주축으로 하는 5~6명의 대북 특사단을 빠르면 내일(3월5일) 중으로 평양으로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 김영남 일행의 대남 특사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김정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현안을 논의하기 위하여 보내는 것이다. 북한과 격을 맞추려면 우리 대표단의 교통편도 특별기를 동원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이다.

김정은과 의논할 현안이란,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건이다. 우리 특사단이 북한과 의논할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남조선과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의 문제라고 북한이 줄곧 주장해 왔으니 미북간에 공식 대화를 시작할 돌파구를 모색하는 주제를 남북이 함께 의논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금번 특사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무장은 김일성의 유훈이고 지금에 와서 핵을 포기하면 김정은의 정치생명은 물론이고 권좌를 유지할 수가 없게 되는 생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 김정은은 태평양 물이 전부 말라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핵은 포기할 수 없다고 공언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핵 및 ICBM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한 협상은 없다고 했다. 끝내 포기하지 않으면 대북 군사작전도 불사하겠다고 까지 했다. 핵 씨름을 하는 미국과 북한과의 형상은, 어떤 물체라도 뚫을 수 있는 미국이 가진 창과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한다는 북한의 핵 방어망간의 싸움처럼, 대화가 이뤄지기는커녕 애초부터 양립할 수 없는 모순(矛盾) 상태이므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양립할 수 없으니 북한이 조건 없이 핵 및 ICBM을 포기하는 실질적인 항복을 하거나 충돌코스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

국민들은 이런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특사 파견에 무관심하거나, 결과가 뻔한 데도 특사를 보내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반면, 김정은으로써는 특사 파견이 말로 가믐 끝에 단비이자 뭔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특사 파견을 기화로 노리는 국면은,
1. 핵과 ICBM 무력을 완성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
2.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만은 미국이 대북 군사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니 김정은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
3. 북한에 가해지는 각종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4. 1차 신포 원전(경수로) 건설 및 경유 지원 사례처럼, 그간 북한에 가해진 규제로 인한 피해에 대한 보상, 혹은 원조를 받아 보려는 야무진 술책

김정은이 바라는 위 네 가지 농간 중에 어떤 것 하나라도 금번 특사 파견 기회를 이용하여 김정은이 얻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필자는 걱정되는 바가 크다. 김정은이 성공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금번 특사 파견을 통하여 현 집권층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는, 어떤 좌경 인사가 한 언행에서 그 단면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집에서 푹 쉬시라던 악담이 씨가 되어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정동영 전 의원(자기는 영원히 청춘일 것으로 착각했지만 그도 어느 덧 66세로 자기가 그토록 조롱하던 애늙은이가 되었다)은, 금번 대북 특사 파견과 관련하여 우리가 특사들에게 기대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언론 인터뷰에, '미국이 미북 대화에 응하는 명분을 줄 수 있도록 평양에 가서 그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수령님의 유지(遺志)라는 발언이라도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핵을 보유하여 강성대국을 만드는 것이 김일성의 교시라는데, 김정은에게 그 반대로 말하여 미국을 속이라고 훈수를 하고 있으니 이 자가 한때 잘 나갈 때는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까지 한 인물이 맞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을 상대로 북한이 저들 전유물인 사기 수법을 다시 한번 쓰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대화를 성사시키라는 저질 훈수인 것이다. 진실성이 결여된 대화는 사기 결혼만큼이나 나쁜 일이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

국민들은 금번 특사 파견에 기대는커녕, 김정은이 파놓은 함정이나 농간에 놀아나지나 말고 국민 세금이나 축내지 말았으면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우려를 잘 아는 필자로서는, 기왕 특사 파견이 기정사실화 된 이상 이번에 파견되는 특사들에게 다음 몇 가지 국민의 바람을 전하고 싶다.

1. 국민들은, 북한을 도와주지 못해서 안달이 난 종북 정권이, 미북 대화를 하면 OO을 주겠다거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대북 지원 약속을 하는 식의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뒷거래를 혹시라도 하지 않을까 우려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것과 같은 어떠한 보상이나 경제적 지원, 혹은 차관이나 현물 제공을 하겠다는 반대 급부를 언질하거나 논의 자체를 해서는 아니 된다. 북한이 먼저 요구하더라도 특사의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일언지하에 거부해야 한다.

2. 일단 미북 대화를 성사시키는 데 급급한 나머지 ICBM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발언하여 미북 두 나라가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시간만 끌다가 결렬되는 회담을 주선할 생각을 해서는 결코 아니 된다. 성과 없는 회담에 끌려다니다가 북한이 완전한 핵 및 대륙간 탄도탄 무장을 성공하게 만드는 시간을 벌게 해준다면 이는 한민족과 우방인 미국, 일본, 그리고 인류에게 크나큰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이 쉽사리 속지는 않겠지만, 단 1%의 가능성이지만 북한의 기만전술에 속아서 핵 협상하다가 시기를 놓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면, 그 다음 수순은 곧 주한 미군 철수라는 한국인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금번 특사단장 격인 국정원장이나 청와대 안보실장은 대한민국에서 극도로 민감한 안보와 관련된 최고 비밀들을 접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대표 앞에서, '나는 허수아비 특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실세'임을 과시해서 북한이 자신들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영웅심리나, 북한에게 민감한 우리의 비밀을 낚시밥으로 던져줘서 북한으로부터 더 큰 대가를 챙기겠다는 어리석은 발상으로 혹시라도 평소에 직책상 지득한 국가 기밀을 누설하는 이적죄를 저질러서는 아니 된다.

4. 위 3항과 연관이 있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언론계 사장단, 종교계 거물,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이나 노동계 인사들 중에 공산주의라면 치를 떨던 인사들까지도 평양을 다녀오고 나서부터는, 북한의 만행에도 입을 닫거나 북한에 온정적으로 180도 사상 전향이 이뤄진 사례를 보면서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사람은 북한의 색계(色計)라는 함정에 빠졌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그냥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다.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목적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려서 약점을 잡고 이용하려고 든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연회(宴會)를 조심하고 과음하지 말라. 수행원들을 물리고 우리끼리만 은밀한 장소에서 허심탄회하게 회포를 풀면서 낮에 잘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의논해 보자는 꼬임수에 넘어가서 소위 2차, 3차를 따라 나서지 말라. 평소보다 더 술에 취했다면 약을 탄 것임을 알아차리고 동행한 일행들에게 알려서 도움을 청하라. 술이 취해서 이제 숙소로 안내하겠다고 부축하는 미녀 복무원들을 조심하라. 순간의 실수가 당신을 옭아매어 일생을 망칠 수도 있음을 유념하라.

5. 당초 남과 북이 합의하지 않은 일정을 제안하거나 정해진 동선(動線)을 벗어날 경우 단호하게 거부하고 일정대로 움직여라. 바람을 쏘일겸 평양 시내를 잠시 드라이브하자는 제안에 응하지 말라. 특사가 탄 차가 어두운 평양거리를 뚫고 도착한 곳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금수산 태양궁전일 수도 있다. '과거 정상회담 시에는 OOO 선생도 평양을 방문한 기념과 주석님에 대한 예의로 참배했는데 뭘 또 망설이시나?'고 욱박지르면 김일성 시신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고 일단 올가미에 걸리게 된다. 약점이 잡히면 김정은의 하수인이 되어 북한의 지시에 맹종하는 대한민국에 반역자가 된다. 당신이 주석궁을 방문한 근거는 몰래 카메라로 적들 손에 영원히 남아 있게 되고 비밀은 없다.

6. 김정은에게 고개를 숙이지 말라. 김정은은 적장(敵將)이다. 고개를 숙이는 것은 항복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당신의 격(格)은 괴뢰집단의 적장보다 높다. 고개를 숙이는 것은 비굴해 보이고 아부하는 것과 같다. 특히나 김정은은 30대 초반의 애송이일 뿐이다. 김여정이 아버지 뻘 되는 문 대통령에게 고개를 빳빳하게 세운 것을 기억하라. 과거 평양을 방문한 우리 대표단은 김장수 국방장관을 제외하고 전부 굽신거려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기억을 잊지 말라.

7. 특사로서 뭔가 성과를 가지고 가야지, 빈 손으로 갈 수는 없다는 강박관념을 떨쳐 버려라. 당신들의 평양 방문은 애초부터 뭔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국민들도 기대하고 있지 않으니 그냥 다녀온 것에 만족하라. 그렇더라도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금번 남/북 정상 회담만은 평양이 아닌 서울에서 열리도록 강력하게 관철시켜라. 서울에서 열려야 하는 당위성이나 명분은 충분하다. 그간 두 차례의 정상 회담에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공히 평양을 방문했으니 이번에는 김정은이가 서울에 올 차례라고 역제안해라. 이 때도 김정은의 약점을 이용해라. 항간에 김정은이 서울에 못 오는 이유가 겁이 많아서라는 데, 이를 불식시킬 좋은 기회라고 비꼰 후에 칭찬을 해줘라. 이런 도전적 대화는 결코 무례가 아니다. 적과의 회담은 말로 하는 전쟁이므로 상대방의 복장을 누가 잘 긁느냐에 승패가 달릴 수 있다.

8. 한미 합동 군사훈련 문제를 연계시키지 말라. 아니 일언반구도 꺼내지 말라. 북측에서 언급하면, 한 번 연기된 훈련, 두 번은 연기할 수 없다. 더 이상 얘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고 강력하게 거부해야 한다.

9. 참고로 상대방이 따라주는 술은 건배를 할 때 따른 첫잔은 그냥 마셔도 되지만 중간에 따르는 술은, 우의를 다지는 의미에서 서로 채운 잔을 바꿔 마시자고 제안해 보기 바란다. 상대방이 거부하면 물러서지 말고 한번쯤은 바꿔 마실 것을 계속 고집하라. '남북의 화합을 입으로만 하는 것이냐? 술 한잔을 바꿔 마시지 못할 이유라도 있느냐?'면서 계속 바꿔 마실 것을 고집해 보라. 끝내 거부한다면 당신 잔의 술은 그냥 술이 아니다. 독약을 타지는 않았겠지만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거나 잠을 부르는 신경안정제나 강력한 수면제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 공산주의자들은 늘 이런 식이다. 북한은 적이다. 한시도 방심하지 말라.

10. 숙소에는 도청장치와 심지어 몰래 카메라도 설치되어 있음을 잊지 말라. 이를 역이용한다고 쓸데 없이 마음에 없는 말을 하여 녹음되도록 하지 말라. 적들은 이런 경우까지를 예상하여 녹음 녹화하고 있다. 일상적 대화 외에는 야외에서 해라.

성과를 내지 말고 그냥 빈 손으로 오라는 기대와는 달리, 우리 대표단은 예상 외의 성과를 거두고 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이 드디어 핵무기를 포기할 수도 있음을 밝혔다'는 것이다. 만일 정말로 이런 성과를 우리 특사들이 다녀오고 나서 밝힌다면 이는 미국을 속이기 위한 북한의 사기술에 놀아나는 것이거나, 북한 주연, 남한 조역의 남북 공모 위장 평화 공세임일 수도 있다. 핵 폐기를 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도 시간을 벌기 위한 미북 대화 제스처일 뿐이다. 북한의 사기 행각에 우리 특사들이 들러리 서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지만 왠지 불길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꼭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우방 미국은 금번 특사 파견을 주시하고 있다. 당신들이 경거망동을 혹시라도 한다면 미국의 분노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엄청난 폭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음을 명심하라. 그 폭력이 미치는 화나 후유증이 단순히 휴전선 이북일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아니 된다.

과연 우리 특사들이 특별기를 타고 간 값을 할지, 항공기 기름값이나마 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