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면 가만 있는 것도 지혜(知慧)고, 잘 모르면 잘 아는 사람 뒤에 숨어서 따라 하는 것도 知慧다. 패널티킥(penalty kick)을 차면 공이 左, 右, 중간으로 갈 확률이 각각 3분의 1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골키퍼는 언제나 左 또는 右로 몸을 날린다. 공 세 개중의 하나는 가운데로 온다면 세 번중의 한 번쯤은 그냥 서있어야 하는데 左, 右 어느쪽으로든 몸을 날린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만 있지 못하고 무슨 행동이든 취하는 것을 심리학적으로 행동편향(Action bias)라고도 한다. 행동편향의 대표적인 나쁜 사례가 주식투자를 해서 망하는 경우가 있고, 또 퇴직금 갖고 사업하다 퇴직금 몽땅 날리는 경우가 있다.

싸면 팔지 말고 비싸면 안 사면 될 텐데, 가만 있지 못하고 계속 거래를 하다. 손해만 보고, 딱히 마땅한 일거리가 없으면 그냥 가만 있으면 될 텐데,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퇴직금 갖고 무리하게 사업 벌이다 있던 돈까지 다 날리는 경우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슨 행동이든 하려고 하는 인간심리를 학자들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형성된 遺傳的, 慣性的 관념 때문으로 해석한다. 무슨 행동이든 하는 사람에게 존경과 칭찬·찬사가 주어지고, 가만 있는 사람에게는 설사 그 행동이 현명했다 하더라도 아무런 보상이 없기 때문에 행동해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 자기 과시적인 인간본성에 부합한다는 해석이다.

문재인 좌파 정권이, 꼴에 자칭 진보정권이랍시고 남북문제를 한번 풀어보겠다고 설치는 모양새가 행동편향에 사로잡힌 어리석인 인간처럼 마냥 불안해 보인다. 뭔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과시욕구가 일을 더 꼬이게 하고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게 한다.

北美대화를 주선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하는데, 남북정상회담까지 왜 필요한지는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문재인이 김정은에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돈밖에 더 있나?

만약 김정은이 진짜 非核化 의지가 있다면 그 대가로 아마 수천억 달러의 경제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그 부담은 거의 100% 남한이 져야 할 것이고 문재인의 성향을 봐서는 덥석 그렇게 하겠노라고 먼저 나서고도 남을 인간이다.

차라리 미국과 북한의 대화 주선만 하고 자기는 미국 뒤로 물러나서 가만 있는 게 더 현명한 처신 아닌가? 오히려 그게 미국의 협상력을 높여주고, 우리의 부담도 줄여 줄 것이다. 이미 망하기 직전의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는 인간에게 돈을 왕창 뜯긴다면, 필요없이 너무 나서서 가만 있느니만도 못한 나쁜 결과를 낳는 결과만 되지 않겠는가?

문재인이 홍준표에게 代案이 뭐냐고 물었다는데 가만 있는 게 代案이다. 머리 나쁘고 부지런하면 사고날 확률 100%라는 말도 있듯이, 잘 모르면 가만 있는 것도 知慧고, 잘 모르면 잘 아는 사람 뒤에 숨어서 따라 하는 것도 知慧다.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하다. 이제 공은 미국에 넘기고 그냥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가만 있는게 최선이다. 이젠 미국 뒤로 가서 가만 있어라. 더 이상 앞으로 나서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