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조급증을 보이는 사람이 실수를 한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내리는 결정은 위험하다. 정상회담의 결과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나가면 그것은 문 대통령의 목을 치는 기요틴이 될 수 있다. ▣ 정치의 고수와 초짜 차이
정치의 고수와 초짜 차이는, 문제가 터졌을 때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고수는 시선을 돌리는 재주가 아주 탁월하다. 그래서 위기에서 쉽게 빠져나온다.

초짜는 이걸 못한다. ‘시선 따돌리기’는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한번 맛들이면 망할 때까지 절대로 끊지 못한다. 광우병 시위부터 촛불 시위까지 이 재주는 좌파가 우파보다 훨씬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성차별과 (성)폭력의 문화를 극복해 인권을 진정으로 실현하자”라고 외쳤던 안희정 도지사는 ‘미투운동’이 확산되던 지난 2월25일에도 그의 정무비서를 성폭행했다. 성폭행자들은 한두 번으로 끝내지 못한다. 성폭행이 주는 중독성 때문에 그렇다.

차기 대통령 후보의 목이 날아간 상황에서 문 정권에게 6월 지방선거와 개헌문제는 위기가 아닐 수 없게 되었다. 이런 난국에서 빨리 빠져나오려면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그래서 서둘러 만든 작품이 ‘남북 3·5 합의’였고,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발표였다. 과연 잘한 일일까?

▣ ‘극단’은 내 목을 치는 기요틴이 될 수 있다
로베스피에르는 힘없는 서민을 위한 변호사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자코뱅 당원이 되었다. 프랑스 혁명은 빵 문제로 일어났는데 혁명 후에도 빵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누군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발생했고 따라서 정치적인 희생양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 희생 양(羊)으로 선택된 자가 바로 루이 16세였다.

루이 16세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온건파였던 지롱드는 왕의 권한을 박탈했으면 그것으로 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경파였던 로베스피에르는 달랐다. “왕은 무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를 무죄라고 선언하는 순간 혁명이 유죄가 된다. 이제와서 혁명을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가? 왕을 죽여야 한다. 혁명이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재판이 끝난 이틀 후 루이16세는 단두대(기요틴)에서 목이 잘렸다.

프랑스 헌법은 왕이 내란이나 외환을 시도하지 않은 한, 통치를 잘못했다거나 국민이 증오한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자코뱅당 일색의 공안위원회는 왕에게 사형을 내렸다. 극단을 선택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검찰 구형은 30년 징역에 벌금 1185억 원이다. 역시 극단을 선택했다.

공포정치는 1년 사이에 1만여 명을 단두대로 보냈고, 반란진압 과정에서 3만 명 이상이 학살되었다. 공안위원회 위원장으로 이 모든 죽음을 진두지휘했던 로베스피에르는 이렇게 주장했다.

“인권을 억압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일, 그것은 자비입니다. 그런 자들을 용서하는 일, 그것은 야만입니다. 공화국의 잔인함은 미덕입니다.”

그 ‘미덕의 기준’은 로베스피에르와 몇몇 자코뱅당원들에게 있었다. 1년 6개월 후 反 로베스피에르 측이 밀모(密謀)를 꾸며 로베스피에르와 그 일당을 체포했다. 다음날 오전 공포정치의 주역들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재판을 받았다. 사실관계 조사도 없었고 변론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22명은 유죄판결을 받고 그날 오후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다. 극단이 극단을 불러온 것이다. 연도에 나와 구경하던 시민들은 그들의 죽음에 애도하지 않았다.

프랑스 혁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두 가지다. 통치자가 극단으로 나가면 백성들이 피곤해지고, 피곤해지면 통치자를 갈아치운다는 것이다. 둘째는 훗날 칼 마르크스도 지적했듯이 로베스피에르의 실패는 경제(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데 있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답이 나오지 않는가!

▣ ‘조급증’은 시야를 좁게 만들어 결정적인 실수를 유발시킨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일합병, 6·25전쟁에서 보듯이 안보문제는 전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다. 그런데 며칠 전 청와대는 ‘남북 3·5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갖는다고 발표했다. 더군다나 청와대는 “김정은 접견 1시간여 만에 (앞서) 발표한 남북합의가 다 만들어졌다” 했다.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들이 조급증을 노출시킨 것이다. 조급증은 시야를 좁게 만들어 결정적인 실수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저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북한도 예상 밖의 조급증을 보였다. 그들의 조급증은 핵이 이미 완성단계에 와있다는 것을 스스로 노출시킨 것이 된다. 따라서 그들은 어떤 책략을 써서라도 문재인 정권과 미국을 안심시켜 시간을 조금 더 벌려고 할 것이다. 과거 그들은 핵을 포기한다는 뜻으로 원자로를 폭파시키는 깜짝 쇼까지 벌였다. 그러면서 지하에서는 핵연구를 계속 진행시키는 기만전술을 썼다. 결국 남한과 미국과 전 세계가 속아 넘어갔다. 그것은 핵만큼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굳은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 와서 핵을 포기할까? 문 정권은 이번만은 예외라고 믿는 모양이다. 그래서 위험하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현재 북한을 큰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위기는 언제나 체제를 뒤엎는 세력을 등장시킨다. 급해진 것은 북한이지 우리가 아니다. 언제나 조급증을 보이는 사람이 실수를 한다. 문 대통령은 임기가 4년이나 남아 있으므로 절대로 조급할 필요가 없다. 기다리면 문 대통령은 승리의 깃발을 올릴 수 있다.

▣ 세상에는 변수가 많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문제가 문 대통령을 조급하게 몰아가고 있다. 그의 시야를 좁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실수를 한다. 내가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깨우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세상에는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광주 출신 한 여검사가 자신의 상사였던 안태근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8년 전 회식자리에서 있었던 일인데 왜 이제 와서 폭로했을까? 이런 경우 사람들은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누구의 ‘기획 작품’이란 뜻이다.

안태근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측근이다. 그 여검사가 폭로한 다음날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YWCA 연합회, 민변여성인권위원회 등이 전국 14개 지역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가졌다. 헌데 이후 벌어진 상황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문학계, 예술계, 영화계 등에서 성폭행 사건들이 줄줄이 폭로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가해자들이 문 대통령의 고교 동창이거나 그를 적극으로 지지하던 자들이었고, 또 차기 대통령 후보였던 안희정 도지사도 여기에 걸렸다. 여검사의 폭로가 그들에게 부메랑이 된 것이다. 여검사 폭로사건은 변수를 생각지 못하고 ‘조급하게 기획’한 누구의 작품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의 결과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나가면 그것은 문 대통령의 목을 치는 기요틴이 될 수 있다. 세상에는 변수가 많다. 결국 “그럴 줄 몰랐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 몇 사람 전문가의 판단보다 전 국민의 지혜가 훨씬 낫다
세계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기 에니그마 머신은 너무나 복잡해서 이를 풀 수 있는 확률은 15×l019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국군이 이를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어떻게 성공했을까?

영국 정보부는 암호 해독팀을 꾸렸는데 이들 중에는 수학자, 공학자, 정보전문가들도 있었지만 고고학자, 윤리학자, 작가, 언어학자, 생물학자, 브리지 선수, 고서적상 같은 정보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이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상식적인 채용 방식에 회의를 품었다. 윈스턴 처칠도 이 기이한 집단을 보며 “인재 모집에 백방으로 손을 쓰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렇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줄은 미처 몰랐다”며 혀를 찼다.

암호 해독팀이 직면했던 난제 중 하나는 에니그마 머신이 계속 암호 시스템을 변경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독일 잠수함 잔해에서 발견한 암호문은 암호 해독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었다. 문제는 암호문이 바닷물에 흠뻑 젖어 내용을 알아 볼 수 없다는데 있었다.

은화식물 전문가였던 ‘제프리 탠디’는 암호해독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해초를 말릴 때 사용하던 특수 흡수지를 이용하여 암호문을 복원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암호문은 에니그마로 생성된 암호를 해독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내리는 결정은 위험하다. NASA도 몇 번의 대형 사고를 쳤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내린 결정이 그 원인이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전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다. 따라서 나는 남북 정상회담 내용을 모두 공개해주기 바란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내리는 결정보다 전 국민의 지혜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국가적인 문제를 잘 못 결정내리면 그것은 자신의 목을 치는 기요틴이 될 수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미국에 큰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지금도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은 링컨이다. 그러나 그런 존경은 전쟁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른 후에 얻은 것이다. 링컨에겐 큰 담력과 인내력과 꿈이 있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것은 대한민국의 큰 행운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