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에서 달러시세를 알아보았다. 쌀값, 의류 값들, 일반 필수품들을 달러와 북한 돈의 환율로 구별해서 계산해보니 달러의 시세는 내가 북한에 있을 때와 그리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탈북하기 전 100달러에 흰쌀가격이 150~160킬로였다. 지금 역시 달러로 환산한 북한 쌀값이 그때와 근사치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돈은 달러와의 환율에서 그 차이가 몇 년 사이에 형편없이 올라섰다. 어제 알아본 데 의하면 “100달러 한 장에 81만 1000원”이다. 그만큼 북한 돈이 가치가 없음을 의미한다.

북한사람들은 자국 내 돈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달러, 위안은 북한에서 가장 많이 쓰는 외국돈이다. 요즘은 국가가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달러와 위안의 유통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도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것이 미국 돈인 달러이다. 하지만 외국돈들은 내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정부의 눈에 뜨이면 안 된다.

외국돈에 대한 북한정부의 탄압은 어느 때나 멈추지 않는다. 북한에서는 화폐개혁을 하고 두 달 만에 외국 돈에 대한 포고를 내린 적 있었다. 2010년 1월이었다. 포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외국돈을 자국 내에서 절대 쓸 수 없다, 외국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은행에서 자국 내 돈으로 바꿔준다. 20일간의 여유를 준다. 만약 외국돈을 쓰다가 탄로 나는 경우 추방, 총살까지 한다.”

위협적인 포고였다. 나는 아파트 앞에 내건 그 포고를 보았을 때 치를 떨었다. 돈을 놓고 추방, 총살이라는 암시를 공공연히 했으니 무섭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친구 두 명이 포고를 보고 기절한 듯이 전화하더니 곧 우리 집으로 뛰어왔다. 한 명은 휘발유, 디젤유 같은 기름장사하는 도매꾼이었고 한 명은 일본에 있는 고모에게서 며칠 전에 돈이 왔던 것이다. 돈을 바꿔야 할지, 아니면 바꾸지 말아야 할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화폐교환을 하고 북한에 친척이 있는 일본사람들이 친척 구제에 나서서 적지 많은 돈을 보내주었다. 나도 그때는 어떤 말을 해줄 상황이 아니었다. 인민들은 무서워서 저마다 주머니에 있던 달러를 몽땅 털어 국가에 바쳤다.

그때 국가가 개인에게 바꾸어준 돈의 가치는 100달러에 북한 돈 1000원이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북한 돈 환율이 2000, 3000원으로 올라 뛰더니 달러 한 장을 주고 바꾼 1000원이 휴지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돈의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닫기 시작했다. 결국 인민들은 두 번째로 돈을 빼앗긴 셈이 되었다. 처음에는 화폐개혁에 쫄딱 망했고, 두 번째는 숨겨두었던 달러까지 바치고 나니 호미난방이 되었다. 결국 포고는 외화부족으로 진통을 겪던 국가가 달러를 걷어 들이는 데 충분한 효력을 냈다.

그로부터 몇 달이 되자 돈의 가치는 천정부지였다. 100달러에 10만, 또 며칠 밤을 자고 나니, 20만… 이렇게 화폐개혁을 한 지 2년이 못되어 40만 원에 이르는 판국이 되었다. 지금은 100달러에 81만 원이다. 이것도 안정된 가격이 아니다. 81만 원이면 북한에서 가장 높은 단위의 돈인 5000원이 160개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는 틀린 셈이다. 북한 돈은 사람들 속에서 일명 “북데기”라고도 불린다. 북데기란 짚이나 풀 따위가 함부로 뒤섞여서 엉클어진 속이 비여 헐렁헐렁한 뭉텅이를 이르는 말이다. 그만큼 북한 돈의 가치가 형편이 없다는 뜻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큰 장사꾼들은 돈 건사하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북한에서는 이미 장사에 눈이 터서 돈을 늘린 도매꾼들은 돈을 배낭에 메고 다니며 장사를 했다. 물건 한 개를 파는 데 돈이 한 줌가량 된다. 북한에서 도매꾼이란 물건을 차로 넘겨받아서 작은 장사꾼들에게 넘겨주는 사람들을 말한다. 주로 도매꾼들은 평성, 평양, 청진, 함흥, 혜산, 신의주와 같이 큰 시내나 국경을 낀 곳에 많다. 그 사람들은 작은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장사꾼들에게 물건을 싼 값으로 팔아준다. 하루에 나오는 돈만 해도 한 배낭정도가 되는데 그 돈을 건사하기란 참으로 바쁜 노릇이었다. 돈 배낭을 메고 길을 가다가 보위원, 보안원들에게 들키면 아무리 장사를 해서 번 돈이라고 해도, 돈이 많으면 비사회주의자로 낙인 되어 빼앗기는 것은 물론, 시내에서 추방당하게 된다. 심하면 정치범 수용소에도 가게 된다.
 
돈이 많아서 잡혀간 사람들도 많다. 우리 뒷집에서 살던 방앗간 책임자 네는 부부가 장사를 잘해서 돈이 많았다. 북한에서는 잘 살면 탈이 난다. 중앙당 비사회주의그루빠는 먼저 인민반장들을 흡수해서 매 집들의 동향을 알아본 다음 무작정 들이닥친다. 처음에는 부부를 불러서 어떻게 번 돈이며 돈이 있으면 더 큰 욕을 보기 전에 내놓으라고 을렀다. 부부는 거의 며칠 간 취조를 받으면서 작은 돈 밖에 없다고 뻗쳤다. 그러자 비사회주의그루빠는 집을 발칵 수색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불 안에다 넣고 잡아맨 돈이 발각되고 말았다. 결국 그들은 시내에서 쫓겨나 멀리 농촌으로 추방되고 말았다.
 
요즘 장사꾼들은 돈을 건사하기가 무척 편하다고 한다. 9년 전까지만 해도 달러는 외화벌이단위와 같은 일정한 사림들 속에서만 다루던 돈이었다. 장사꾼들은 물건을 팔 때는 북한돈을 받고 판다. 장사가 끝나면 북데기를 들고 암암리에 달러 장사꾼들을 찾아 숨어들어가 달러를 바꿔놓는다. 밤사이에 또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북한 돈의 시세 때문에 마음 놓을 수 없다. 달러를 바꿀 때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보위부나 보안원들에게 발각될 수 있다. 암호로 불러내 저들끼리 통하는 신호에 따라 행동한다. 보위부나 보안서는 이미 달러 장사꾼들을 수중에 장악하고 그들이 다니는 길목에 순찰대를 파견하고 감시를 붙이고 있다. 밤에도 순찰대가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몸수색을 한다. 장사꾼이 돈을 바꾸러왔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돈을 몽땅 빼앗기는 일들도 많다. 그래도 달러로 바꿔 놓아야 안심한다.

달러는 북한에서 최고의 화폐이다. 달러야말로 북한인민들 속에서 통하는 진짜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