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임기 1회 연임’은 必然的으로 長期執權 慾望을 부추긴다는 것이 歷史의 敎訓이다.

대통령 임기의 “4년제 1회 연임”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개정론을 한 마디로 사기극에 불과하다. 대통령 임기의 ‘1회 연임’ 허용은 그것이 허용되는 경우 반드시 이행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연임’하는 대통령의 장기집권 욕망을 부추김으로써 헌정의 파국을 초래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대한민국 헌정사(憲政史)가 웅변해 주고 있다.

1948년 제헌국회에서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대통령에게 ‘4년 임기’와 ‘1차 중임(重任)’을 허용하고 있었다. 국회는 이승만(李承晩)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국회의 의석분포가 자신의 재선(再選)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이승만은 1952년7월4일 7월4일 국회에서 정ㆍ부통령 직선제(直選制) 개헌안을 ‘발췌(拔萃) 개헌(改憲)’이라는 이름의 불법적 방법으로 가결시켰고 이에 의거하여 그해 8월5일 실시된 선거에서 직선(直選) 대통령으로 재선(再選)되었다. 1954년5월20일 이승만의 자유당(自由黨)은 이른바 4사5입(四捨五入)이라는 해괴(駭怪)한 사이비(似而非) ‘이론’을 들고 나와 대통령 3선 금지조항을 제거하는 개헌안을 불법적으로 국회에서 가결시켰다. 이 개정헌법에 의거 이승만은 1956년 3선에 성공했고 1960년에는 4선에 성공했으나 이기붕(李起鵬) 자유당 부통령후보의 ‘4할 사전투표’ 방식의 부정선거를 통한 당선조작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폭발한 4.19 학생혁명의 결과로 이기붕 일가(一家)의 집단자살과 이승만의 하야(下野)라는 헌정의 파국이 초래되었다.

1961년 군사쿠데타로 장면(張勉)의 민주당 정권을 붕괴시키고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朴正熙)가 이끄는 군부 세력은 1962년 ‘군사혁명 최고회의’의 의결(12월6일)과 국민투표 가결(12월17일)을 거쳐 제5차 헌법개정을 단행했다. 이 개정헌법은 직선제 대통령의 ‘4년 임기 1차 중임’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 헌법에 의거하여 1963년10월에 실시된 직선제 대통령선거에서 박정희(朴正熙)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박정희는 1967년 제6대 대통령선거에서 직선 대통령으로 재선된다. 그의 재선 임기가 시작되자 민주공화당(民主共和黨) 내의 그의 지지세력들은 1969년 대통령의 3선 금지를 완화하는 내용을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회 의결(9월14일)과 국민투표 가결(10월17일)을 거쳐 제6차 개정헌법을 성립시켰다. 박정희는 이 개정헌법에 의거하여 1971년 대통령에 ‘3선’된다. 그러나, 일은 ‘3선’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후락(李厚洛)이 이끄는 민주공화당 내 그의 지지세력들은 1972년 ‘유신개헌(維新改憲)’의 단행으로 대통령이 중임제한을 철폐하여 사실상 ‘종신(終身) 대통령’의 길을 열어놓았다. 박정희는 이 ‘유신헌법’에 의거한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이름의 ‘간선(間選)’ 방식으로 1972년과 1978년 연달아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이로써 박정희는 ‘5선’ 대통령이 되었지만 마지막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979년10월26일 서울시내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安家)에서 김재규(金載圭) 부장이 쏜 권총 탄환을 맞고 생을 마감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지금 문재인(文在寅) 정권이 기필코 금년 6월의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에 붙이기 위하여 대통령이 직접 발의하겠다고 하는 개헌안은 전부가 아니라 ‘전문(前文)’과 ‘기본권’ 관련 부분에 국한하여 청와대에 의하여 20일 공개되었다. 이날 공개된 부분에는 정부 권력구조에 관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지금 알려지고 있기로는 문 정권이 대통령의 ‘1기 연임’ 조항을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 정권은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이번 개헌을 통하여 대통령의 ‘4년 임기 연임’이 허용될 경우 ‘연임’이 아닌 ‘중임’이 허용될 때마다 ‘장기 집권’ 시도로 연결되었던 과거 헌정사의 아픈 전철(前轍)이 앞으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증할 수 있다는 것인가. 지금의 문 대통령은 몇 년 전 자신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고사하고 정치도 할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던 사람이다. 이렇듯 아침저녁의 말이 다르고 수저를 들었을 때와 놓았을 때의 말이 달라지는 사람들이 하는 약속을 어느 국민이 과연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4년 임기 1회 연임’이 허용되면 일단 당선되어 첫 4년 임기를 시작하는 대통령은 그의 정력을 정상적인 국정운영보다는 온통 그의 재선에 유리한 고지(高地)를 확보하는데 쏟아 부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럴 경우 나라의 국정은 엄청난 차질(蹉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소위 레임덕 문제는 5년제 대통령에게 나타나는 레임덕이 4년제 임기 제2기에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 턱이 없다. 더구나, 지금 문 정권이 사력(死力)을 다하여 추진하겠다는 개헌은 현행 헌법 하에서는 국민투표에 가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서 국회에서 재적 2/3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 의석분포는 자유한국당이 개헌 저지선인 101석을 14석이나 초과하는 115석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자유한국당의 홍준표(洪準杓) 대표는 20일 문 정권이 추진하는 개헌안이 국회에 부의될 경우 자유한국당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표(票) 개헌안의 운명은 명약관화하다. 불발탄(不發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을 문재인 정권이나 여당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어째서 되지도 않을 개헌 공작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는가. 그것은 그들의 실제 속셈이 개헌의 관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불발탄의 신세가 명확한 개헌안의 내용을 가지고 쓸 데 없는 논란을 벌이는 가운데 이제는 정권의 좀비가 되고 나팔수(喇叭手)가 되어 버린 언론 매체로 하여금 “개헌 찬성”은 “개혁 지지”로, 그리고 “개헌 반대”는 “개혁 반대”라는 왜곡된 도식(圖式)을 가지고 여론을 오도(誤導)함으로써 오는 6월의 지방 선거에서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 몰이를 하겠다는 수작이라고 보여 진다.

여기서 자유한국당에게는 또 하나의 선택 문제가 제기된다. 개헌안의 내용에 관한 논의에 이끌려 들어감으로써 정부⁕여당이 노리는 여론 몰이의 둘러리가 되느냐 아니면 이번에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개헌은 당초 의도가 불순한 것이기 때문에 아예 지금 단계에서 개헌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여 개헌 논의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정부⁕여당이 꾸미는 개헌 노름이 하나의 자위행위(自慰行爲)가 되도록 유도하느냐는 양자택일(兩者擇一)의 선택인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지금 정부⁕여당이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적폐 청산’ 차원의 강압적 방법을 포함하여 가지가지의 방법으로 회유를 시도하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이 과연 문 정권의 개헌 시도에 대해 끝까지 거당적인 반대 입장을 일사불란하게 고수할 것이냐의 여부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도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원조(元祖)에 해당하는 당시의 야당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극한적 방안이 있었다. 그것은 미리 당론을 확정하고 그 같은 당론의 고수를 위하여 의원총회의 결의와 함께 소속 의원들의 위원직 사퇴서를 당대표에게 제출했던 것이다.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문재인 씨와 그의 주사파 ‘종북’ 추종자들이 연출하는 이번 ‘개헌 소야곡(小夜曲)’의 목적은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도 올바르게 지적한 것처럼 말은 ‘개헌’이지만 실제로는 정당한 이유로 개헌을 반대하는 야당을 ‘반 개혁’ 세력으로 몰면서 형법의 형벌 불소급 원칙도 아랑곳함이 없이 좀비화된 언론을 총동원하여 이전의 보수 정권들을 ‘적폐(積弊)’ 세력으로 몰아감으로써 6월 지방선거에서 보수 세력의 씨를 말려 보겠다는 데 있음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결국은 사기극이다. 이에 대한 최선의 올바른 대응은 상대를 하지 않고 저 혼자 떠들다가 제풀에 주저앉게 만드는 것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