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대화를 앞두고 어느 정도 점잖은 모습을 보이던 북한이 다시 맹비난에 나섰다. 미국 뿐 아니라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마구 퍼붓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자기들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확신이 없을 때 하는 북한의 발악적인 행동이다. 강자는 말없이 준비하고 약자는 아우성이 타고난 습관이다.
 
북한의 속내는 애초부터 핵을 버릴 잡도리가 아니었다. 김일성·김정일 때처럼 손쉽게 넘어갈, 저들만의 딴 짓거리를 준비하고 나선 것이다. 선대들의 유훈이라고 떠든 것도 선대들이 했던 것처럼 쉽게 속일 자신감이 있다고 떠들어댄 것이다. 어떻게 하나 이 기회에 핵도 보유하고 체제도 유지하려는 어리석은 망상을 저들 멋대로 꿈꾸어 왔다. 그런데 사정은 생각보다 더 형편없이 불리하게 되어간다. 이번만큼은 호랑이의 코털을 잘못 건드린 격이 되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회에 북한을 아예 쪽을 내버릴 기세로 달려든다. 북한이 자기 손으로 핵을 들어서 팽개치지 않으면 미국이 손수 나서서 걷어낼 잡도리다. 그뿐이 아니다. 이 기회에 북한인권문제도 단번에 해결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처할 정부의 인사구성부터 달라졌다. 미국의 강경파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국무장관에 지명된 데 이어 존 볼튼 전 유엔대사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되었다. 북한이 빠져나갈 수 없는 위기를 구축했다.

“제가 지금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미북회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내각 구성했고 전쟁예산 충분히 확보했고 미군은 만반의 준비 끝냈습니다. 제발 외국뉴스 보십시오.”

이제 금방 탈북민 단체 카톡방에 올라온 글이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문턱까지 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카톡방에 난리가 났다. 하루라도 빨리 김씨 세습독재를 없애버려야 속이 시원할 탈북 민들이다.

북한이 생각하고 있는 다소 시간벌기 전략도 먹힐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막가파처럼 나가는 트럼프 행정부를 달랠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좌파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이 미국을 막아주는 방패는 아니더라도 눈치 보기 쯤은 잘 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조용조용히 부정되고 있는 형편이다. 문재인 정부가 현실을 부정하지 못할 정도로 북한의 방패막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북한인권에 대해 한 번도 떠든 적이 없이 북한의 비위를 잘 조종해 왔다. 경제제재라는 국제사회의 징계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살릴 의지를 전면에 밝혀왔고 북한을 위해 여러모로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해왔다.

하지만 좌파정부도 국민 앞에 체면이 있고 오랜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는 지금의 북한보다 중요치 않다. 북한이 바라는 의도에 따라 한국만이라도 상황조절에 나설 줄 알았는데 자기 속내를 차리는 데는 북한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이미 전에 북한 대표단은 남조선이 중간에서 애써달라고 부탁했음에도 사정이 먹히지 않는다. 좌파정부도 무시 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가진 미국이다. 미국을 밀어내면서까지 북한을 대변해줄 용기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
 
한국정부는 지금 남북회담에 관계없이 기존 사업들이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이틀 뒤 미국에서는 우리 공군이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한 F-35 전투기 출고 행사가 열린다. 한국이 미국과 사이에서 시간표대로 진행해온 사업들이다.

북한은 한국정부의 태도에도 화만 잔뜩 난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다.  로켓발사를 하던지 비난을 퍼붓던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북한정부의 스트레스 해소법인데, 지금 상황에서 핵단추를 잘못 눌렀다가는 통째로 날아갈 판이다. 말이라도 물처럼 쏟아 부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 다시 말 폭탄을 쏟아 붙기 시작했다. “한창 돋아나는 평화의 싹을 짓밟는 행위”라느니,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라느니, “속에 품은 칼을 버리지 않고서는 그 어떤 합의가 이루어져도 하루아침에 백지장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퍼붓는다. 며칠을 억지로 참고 참다가 다시 미쳐버린 것 같다.
 
북한정부의 상황이 얼마나 힘들 것인가는 미리 짐작된다. 핵을 가지고 있어도 말썽, 핵을 버려도 말썽인 시점에서 그들이 대처할 방안은 아무것도 없다. 북한은 현재 입만 가진 무방비 집단이 되고 말았다. 그 입도 어느 순간에 막혀버릴지 모를 상황이다.

북한은 꼭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까. 인민들을 굶겨 죽이면서까지 핵개발을 해왔고 조금만 뒤틀린 일이 있으면 어린애 물총 쏘듯이 핵 시험을 해왔다. 국제사회계는 거의 27년을 강경한 태도였지만 위협공갈로만 타일러왔다. 떼를 쓰면 받아줄 어리석음도 한도가 있다. 미국의 선제타격이라는 물리적 힘이 북한을 향해 문 앞까지 왔다. 그럼에도 말장난을 치는 북한의 모습은 가련해보인다. 막강한 죄를 지고도 어리석음을 당당함으로 나타내는 고약한 버릇은 여전하다. 북미 대화의 주도권을 자기들이 쥐고 있는 것처럼 어리석은 말발을 굴리는 것은 미국의 강경책에 용기 잃은 북한이 허둥거리는 모습이다. 북한은 어리석은 고집과 떼쓰는 철없는 아이 같은 모습으로 더는 포장하지 말고 책임질 때가 왔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