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돌연한 태도 변화는 한국이 빌미를 준 것이다. 김정은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을 알현한 사실이 중국과 북한의 발표로 뒤늦게야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중국 인민대회당 연설에서 '친형제와 같이 뜨겁고 열렬하게 환대해주고 있는 존경하는 습근평 총서기 동지와 팽려원 여사에게 충심으로 사의를 표합니다'면서 자신이 첫 외국 방문국으로 중국을 택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며 '숭고한 의무'라고 했다.

이에 대한 시진핑의 연설 또한 각별하다. 모택동과 김일성을 비롯한 양국 '노세대 영도자'들의 친선 관계 행적을 일일이 열거하며 '전통적인 中朝 친선은 피로써 맺어진 친선으로서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이며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줄기'와 같은 것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조선 동지들이 정치적 안정을 수호하고 경제발전을 추동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굳은 지지를 표명했다.

미국 주도로 중국까지 억지로 끌어들여 공들인 대북 압박이 일순 긴장에서 풀어지는 느낌이다. 중국의 협력 없이는 대북 압박이란 사실 불가하다. 그런데 김정은이 궁지에 몰리자 한국과 미국을 향해 립서비스 한 번 하고는 중국으로 달려가 매달리고 시진핑은 이렇도록 뜨겁게 포옹해준 것이다.대북 압박에 구멍이 날 게 확실해 보인다.

김정은은 어린 녀석이 타고난 정치 소질이 있다. 많은 정치 전문가들이 얼마 못 갈 것으로 예측했지만 벌써 만 6년 넘게 권좌를 지키고 있다. 뿐만아니라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 지도자들을 움직이는 정치력 발휘가 놀랍다. 세계의 관심을 달고 한국으로 미국으로 다시 중국으로 핸들을 돌리고 있으니 운전수는 문재인이 아니라 김정은인 셈이다. 문재인은 스스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조수 역할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라이, 오라이'가 영 안 먹히고 있다.

국제 공조로 조금만 더 밀어붙였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는데 궁지에 몰린 김정은의 신년사 한 수에 넘어간 문재인 정부의 방정으로 다 망친 것 같다. 뭐라?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 했다고? 그 말을 정말로 믿었다는 말인가? 북한이 '(자진) 핵포기는 바닷물이 마르길 기대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라고 공언을 했는데 그 말을 무엇으로 들었는가?

이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응이 어떠할지가 궁금하다. 시진핑이 이미 김정은을 보호하기로 작정을 한 듯하니 아마도 미국과 이해 충돌로 크게 한 판 요동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진핑의 돌연한 태도 변화는 한국이 빌미를 준 것이다. 많은 국내외 대북 전문가들이 이 시점에서 북과의 대화 시도는 결국 시간만 벌어줄 것이라는 훈수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 농단으로 한국은 또 한 번 위기를 맞을 듯하다. 김정은이 못된 짓을 해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는 나라가 여럿 있지만 정작 한국은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