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기꾼과 더불어 '인류애'를 논하는 지경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안타깝다. 사기꾼과의 대화에 있어 최선의 방법은, 대화 자체를 안하는 것이다. 사기꾼과 대화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그는 이미 사기꾼이 쳐놓은 덫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얼마 前 국내 보이스 피싱 피해로는 최고액인 9억 원의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인생 산전수전 다 겪은 70代였다. 사기꾼과 통화 후 즉시 9억 원을 사기꾼이 지정한 통장으로 송금했다.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이 전화로 불러준 낯선 통장으로 거의 평생 모았을 9억 원을 고스란히 입금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있었다. 사기란 원래 그런 것이다. 대학 교수도 당하고, 경찰관까지 당한다. 인생 70의 경험도 아무 소용이 없다. 보이스 피싱 사기 기법은 날로 진화한다. 9억 원 피해를 입은 70代는, 은행창구에서 보이스 피싱을 의심해 송금을 중단시키고 질문하는 은행 직원을 향해, 사기꾼이 미리 알려준 모범답안 그대로('친척 사업자금 송금') 대답했고, 결국 9억 원 송금은 이루어졌다.

이러한 보이스 피싱 사기는 국가 차원에서도 발생한다. 북한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이미 보이스 피싱 前科가 여럿이다. 이런 북한이 진일보된 보이스 피싱 기법을 오늘날 선보였고, 어느 '큰 손'과 통화 연결하는 데 극적으로 성공했다. 보이스 피싱 전화는 아예 안받거나 받았어도 즉시 끊으면 되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 '큰 손'은 통화를 이어가는 중이다. 통화가 계속되는 限, 보이스 피싱 사기꾼은 밑져야 본전이고, 통화에 응한 '큰 손'은 잘해봐야 본전이다. 이런 불공평한 게임에 임한 '큰 손'은 마음 속으로, '보이스 피싱으로 판단되는 즉시 가차없이 끊겠다'고 마음 먹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기꾼은 이러한 '큰 손'의 속 마음을 이미 꿰뚫고 있다. 사기꾼은 지금, '큰 손'을 상대로 이렇게 통화중이다.

'추가 확인차, 저희쪽 다른 직원 바꿔드리겠습니다. 김 과장, 전화 받아!'
'김한국 과장입니다! 트럼프 씨 맞죠? 마지막으로 몇 가지만 더 확인하면 됩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막 제게 다른 전화가 와서 또다른 직원 바꿔드리겠습니다. 이 차장, 전화 받아!'
'이중국 차장입니다! 트럼프 씨, 확인절차가 방금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송금은 '단계적'으로 나누어 해주시면 됩니다.'

보이스피싱 사기꾼은, 부족하다 싶으면 '최러시아' 같은 또다른 사기꾼을 추가할 수 있다.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김정은이 그의 국민과 인류를 위해 옳은 일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썼다. 어쩌다 사기꾼과 더불어 '인류애'를 논하는 지경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안타깝다.

물론, 사람들 중에는,애초부터 보이스 피싱 전화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장난기가 발동해 일부러 속아주는 척 실컷 통화하다가 마지막에 사기꾼의 약을 바싹 올리면서 전화를 끊는 경우도 있다. 트럼프가 확실히 이런 경우에 해당('알고도 속는 척')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북한 핵·미사일이 완성의 막바지 국면(골든타임 종료 임박)인데도 '알고도 속는 척' 한가롭게 시간 보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여부가 또한 문제된다.

전화를 아예 받지 않거나, 받는 즉시 끊어버렸다면 모든 것이 간단히 해결('북한 스스로 항복' 아니면 '북폭')되는 상황이었는데, 현실은, 시간만 계속 까먹으면서 'The line is busy'(통화중) 상태로 접어들었다. 복잡한 것은 간단히 푸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지금 전개중인 북한 핵 문제 접근 방식은, 애초 간단한 것('항복' 아니면 '북폭')을 복잡하게 끌고가는 희한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간단한 것을 굳이 복잡하게 푸는 것은 도대체 어느 나라 방식인지 모르겠다.

사기꾼과는, 대화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보이스 피싱 전화는 애초 안받는 것이 최선이다. 안타깝지만, 트럼프는 보이스 피싱에 반쯤 넘어간 상태다. 현재로서 최선은, 정신 제대로 박힌 백악관 참모진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