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신문 구보타 루리코(久保田るり子), 편집위원 칼럼 2018. 3. 31. 산케이 신문
구보타 루리코(久保田るり子), 편집위원

김정은의 전격적 訪中은, 美北회담에 새로운 국면을 초래했다. 대화로 나온 北韓을 지지하는 '中韓'과, 對北 압박지속을 주장하는 '美日'이 대립하는 구도를 초래한 것이다. 러시아도 中北회담을 환영하는 입장이므로 조만간 '美日 vs. 中韓露北' 구도가 형성될 것이다. 中韓露는 지금까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를 이해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美日은 검증가능하며 완전하고 불가역적의 핵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은은 美北정상회담의 결렬까지 시야에 두고, 中國 쪽으로 급히 다가섰을 가능성이 있다. 中北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정은이 말하는 '비핵화'의 내용이었다. 역시나, 과거 북한이 해왔던 주장의 답습으로 새로운 것이 전혀 없었다. 다시 말해 '김일성, 김정일 유훈에 따른 한반도 비핵화'다. 김정은은, '단계적으로 동시병렬적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했다. 이것 역시 주한미군 철수와 對北 적대정책 포기,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등 김일성·김정일의 주장들의 再版이다.

美國과 日本이, 北韓의 '단계적 조치'를 용인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이것이 시간벌기用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미 과거 6자회담을 통해 증명되었다. 김정은이 이러한 주장을 美北정상회담 자리에서 반복한다면 회담은 결렬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3월에 美대통령보좌관(국가안전보장담당)으로 지명된 對北강경파 존 볼튼은, 美北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의 핵병기 및 장비를 미국이 운반하고 폐기하는 리비아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비아 방식은, 2003년에 핵 계획 포기에 동의한 리비아로부터 모든 핵 관련 시설과 물질들이 美國과 英國의 정보기관 요원들에 의해 美테네시州 국립연구소로 운반되었다. 그리고 난 후 폐기되고, 리비아 국내를 2년에 걸쳐 검증한 이후에 비로소 제제를 해제하고 국교가 정상화되었다. 美國과 日本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해체)는, 이러한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볼튼을 보좌관으로 기용하고, 북한관련 정보에 정통한 CIA 국장 폼페오를 국무장관에 기용했다. 이는, 美國이 'CVID를 요구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되었고 이것이 김정은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美日과 中韓 진용 간에는, 北韓 핵 위협에 대한 인식 자체가 크게 다르다. 中國의 對北정책은 '二重凍結'(더블 프리즈)과, '투 트랙'이라는 두 가지 원칙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 '凍結 → 포괄협의'다. 二重凍結이라는 것은, '北韓이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동결하고 韓美는 합동군사훈련을 동결하여 위기를 해결하자'는 제안이다. 작년 3월 中國 全人代 이후 기자회견에서 왕이 외무장관이 제안한 것으로 러시아도 찬성했지만, 美國은 일축했다. '투 트랙'이란,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문제와, 비핵화 협의를 동시병행하여 진행하자'는 내용으로 2년 전 中國과 러시아 간 외무장관 회담 때 역시 왕이 장관이 꺼낸 이야기다. 中國에 있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자국에 이익이 되는 상황은 우선 긴장완화다. 때문에 긴장완화만 된다면 어떠한 비핵화라도 상관없다. 왕이 씨는 南北정상회담이 합의된 직후 '우리 주장이 옳았다'고 자화자찬하며, 단계적 해결법을 지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韓國은 4월27일 정상회담을 위한 의제를 사전논의 중이지만, 北韓은 기본적으로 '핵·미사일 문제는 미국, 북한 간 문제'라는 입장이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은 北韓으로부터 '비핵화 의사'를 끄집어냈다는 것을 성과로 여기지만, 南北정상회담 자리에서 구체적 비핵화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

원래 문재인 대통령은 핵 문제와 관련해 '포괄교섭론자'에 해당한다. '핵 문제와 평화협정에 대한 포괄적 어프로치에 의해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2017년 7월 베를린 연설)는 것이 그의 기본사고다. 南北정상회담에서는, 현행 휴전협정과 관련해 南北에 의한 '종전선언'에 대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휴전협정은 당시 美國, 中國, 北韓이 서명했다. 당시 한국 이승만 대통령이 휴전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韓國이 전쟁 당사자라는 것은 분명하므로 우선 北韓과 '종전선언' 관련 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美國·中國의 동참을 중재하는 방안을 문재인 정권은 펼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은, 中國의 지지를 뒷배경으로 南北정상회담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의 역사관은 親中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핵 문제를 계기로 中國·北韓에 더욱 접근하게 된 것으로 인해 韓國의 '中國 경도'는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中國의 시진핑은 訪中한 김정은의 손을 굳게 잡았다. 北韓은, 살아난 중국·북한 간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對美 카드의 하나로 추가할 것이다. 美國과의 대결을 앞둔 김정은의 눈에는 中國이라는 大國이 가져다 주는 '방패'가 절실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