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엄중하고 어쩌면 운명적인 계절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와 김정은간 미북 정상 회담이 5월 중 열릴 것이라고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철석같이 믿고 있다. 무산될 것이라고 의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김정은의 얘기를 듣고온 한국의 특사들이 백악관을 방문하고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싶어한다는 뜻을 전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때문이다. 순진한 국민들은 김정은이 잔고가 부족한 상태에서 발행했을 수도 있는 이 공수표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혹시 열리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겨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이 김정은과 회담장에 마주앉는 조건은, 북한이 별다른 조건 없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로 한한다고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우리 특사의 말을 전해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히 자신들이 제시한 조건 없는 핵무기 포기를 김정은이 수락한 것으로 보고 회담에 동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후에 북경을 방문해서 시진핑을 만난 김정은이 내세운 미북 회담 조건이라는 것은, 한미가 평화 실현을 위하여 단계적 조치를 취하면 (이에 상응하여 북한도) 점진적,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김정은이 금번에 제시한 비핵화 계획이란 1990년대 제네바 합의에서 우려먹고 지키지 아니한 사기극의 재판(再版)으로 이는 당초 미국이 제시한 회담 조건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이 금번 북경에서 내비친 비핵화 의지는, 결국 대북 군사작전을 모면하고 시간을 벌기 위한 잔꾀로밖에 보이지 않고, 김정은에게 말려들어서 시간만 벌어주게 되는데 이런 회담이 필요한가 하고 회의(懷疑)를 가질 만도 하다. 회담 환경 자체도 트럼프에게는 지극히 불리하다. 미국을 한 편으로 하고 그 반대편에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한국이 가세하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북한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트럼프의 미북 회담에 또다른 방해 요인은, 전쟁에 거부감을 보이는 미국의 국민 여론이 높다는 점과, 무력은 아니된다고 워싱턴 정가에서 입으로 한 몫 보는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의 딴지 걸기도 걸림돌이다. 트럼프로서는 1대 5의 외로운 싸움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트럼프가 진을 친 백악관 진영이, 일전 불사를 외치는 주전파(主戰派)들로 뭉친 철옹성이라는 점과 일본이 함께 한다는 점이다.

김정은 자신도, 북한에 가해지는 제재를 모면하고 시간을 벌기 위한 고육책으로 트럼프와의 대화를 제의했을 뿐 실상은 대화의 장에 나서는 것이 내키지 않을 것이다. 90년대에 북한이 써 먹었던 시간 벌기 기만술에 두 번 다시 속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트럼프 앞에 나타나서 그 수법을 다시 구사할 때 트럼프가 속아주기는커녕 그 진노가 어떻게 폭발할지 예측 불허의 난감한 상황을 김정은이 직면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미북간 회담을 갖기로 백악관에서 우리 특사가 발표한 지 3주가 지났음에도 북한 내부에서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나 핵 무기 포기에 대하여 일체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김정은이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를 알 만하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에게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종용했을까? 그리고 미북 회담을 무산시키라고 조언하지는 않았을까? 북한의 핵 보유에 거부감이 없는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 보유를 노골적으로 지지 표명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김정은의 고충을 이해하는 척하면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것처럼 내비쳤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미국과의 회담과 관련 고민을 꺼냈을 때 시진핑은 회담을 독려했을 것 같다. 미국과 무역 문제로 일전을 불사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회담에 매달리다 보면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에 다소나마 신경을 쓸 시간을 빼앗기게 될 것을 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핵 문제는 중국의 개입 없이는 해결이 불가하다는 점을 미국에 인식시키는 효과도 거두게 된다.

트럼프와 김정은간 정상회담의 무산 가능성을 그럴듯한 이유들을 들며 언급하는 외신들을 근래에 볼 수 있다. 보도 내용도 상당 부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김정은·시진핑 북경 회담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진의가 무엇인지를 드러낸 이후에,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점점 비관적으로 보도하는 외신들이 늘고 있고, 앞으로 이런 보도 추세는 더 늘어갈 것 같다.

그렇지만 필자는 트럼프·김정은 회담의 열릴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보고 있다. 구체적인 예상 수치를 말하라고 한다면 75% 정도는 된다고 본다. 필자가 회담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진의를 김정은의 입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할 것 같다. 미북 정상회담장에서, 시진핑과 김정은의 회담에서 밝힌 단계적 핵포기 구상을 반복하여 미국의 기대와 완전히 어긋나는 발언을 김정은이 할 경우 미국은 회담 결렬을 선언하고 김정은 앞에서 직설적으로나, 아니면 워싱턴에 돌아온 직후 국가안보회의같은 것을 열어서 향후 대책을 의논한 후에 백악관이나 외무성 대변인 성명으로 대북 최후 통첩이나 더욱 고강도의 대북 제재조치 중 하나를 택하여 천명할 것이다. 미국이 정말로 북한에 대하여 선제 군사 공격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다면, 국제 사회가 납득할 만한 선행 프로토콜로서도 북한의 진의를 전 세계가 직접 듣도록 할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라크 침공 직전에 미국이 후세인에게 최후 통첩을 보낸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에도 똑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을까?

필자의 관심사항은 트럼프·김정은 담판이 열리는지 여부가 아니다. 회담이 무산되거나 결렬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이스 피싱과 같은 김정은이 획책한 범죄에 연락책으로 가담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분노한 미국이 대북 군사작전을 결행할 때 촛불을 든 한국인들이 광화문에 집결하여 미 대사관을 포위하고 몇날 며칠을 '북폭은 아니된다'면서 들고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고 필자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미국이 대한민국 종북 정권과 반미 촛불 세력뿐만이 아니라 미국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애국 세력까지 도매금으로 대한민국은 반미국가로 낙인 찍고 한미 FTA를 파기하는 등 가혹한 경제 제재를 가함과 동시에 무자비한 대북 군사작전을 펼친 후에, 한반도 운명을 한국은 젖혀놓고 중국, 일본 등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가혹한 징벌을 한국인들에게 내려서 한국인들이 끔찍한 시련을 겪어야 되는 것은 아닌지 전율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엄중하고 어쩌면 운명적인 계절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불행을 피해 가려면, 현실을 직시하고 북한의 무조건적인 비핵화를 추구하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 두나라가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는 각오로 나가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