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뻔뻔함이 일상이지만 29일에 있은 회담장의 분위기를 보며 더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상이 다르고 뜻하는 바가 서로 다른 적국의 고위급들과 마주선 장소에서까지 사상공세로 시작하는 회담장의 분위기를 보면 북한 측이 주인 격으로 보인다.

회담장에 들어선 북측은 진지한 분위기보다 한가한 분위기로 회담을 유도해가려는 모양새로 보였다. 분위기를 잘 읽어보면 저들의 바쁜 속내를 편하게 노출시켜 배포 유한 모습을 의식적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이 읽히기도 한다. 거기에 이미 머릿속에 익히고 들어온 선대 북한독재자들에 대한 사상공세부터 연출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조평통 위원장 김선권은 “통일각은 민족분열의 상징이다”로 시작해서 “민족분열의 상징인 판문각에 다름 아닌 통일각이 세워졌기 때문에 그 의미, 그 뜻이 아주 깊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이 발기함으로써 세워진 통일각은 1985년 8월에 완공되므로 8월15일은 우리민족해방의 날이고 8·15를 기계로 완공되므로써 조국통일이야말로 우리민족의 제2의 해방의 날이라는 의미가 깃들게 됐다” “우리 통일 각처럼 민족의 오늘과 내일을 반영한 그런 건축물은 쉽지 않다”는 등, 심지어 “참다운 애국·애민·애족”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언사까지 써가며 말했다.

기가 막힌다. 300만을 굶겨죽이면서 핵전쟁에 광분한 자들에게 “참다운 애국·애민·애족”이 어디에 있는가.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의 영구한 분열을 꾀하고 영원한 독재를 원하는 자들이 이런 건축물을 세운 것부터가 어처구니없는데 민족의 원수들이 애국·애민·애족까지 늘어놓으니 회담장의 분위기는 엉망으로 보인다. 회담장이 북한 사상을 수용해야 할 북한의 어느 김일성·김정일의 연구실이거나 북한의 선전실, 교양실 대용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남한에 악착같이 종북 세력을 만들어놓고 정부까지 삼키려는 야욕으로 밖에 달리 설명할 수 없다. 만약 거꾸로 우리 당국자들이 이승만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선전했다면 가만있겠는가, 북한의 반발은 도를 넘었을 것이다.
  
북측은 이런 덕담 같은 선전으로 우리 측을 유도함으로써 얻어내려는 목적이 엿보인다. 선대독재자들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내용이 있다고 본다. 이미 전에 있은 김일성·김정일과의 회담들을 추어올리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전 회담들은 모든 것이 북한이 뜻하는 바대로 흘렀고 북한에는 성공한 회담이었고 우리와 세계는 실패한 회담들이었다. 이번에도 대한민국 정부가 저들이 뜻하는 바대로 또 속아줄 것을 예측한 포장한 뜻, 그리고 한국정부를 지켜본다는 건방진 뜻도 포함된 것 같다.
 
강도와 피해자가 마주서면 피해자의 목소리는 눌리고 강도의 목소리가 더 높다. 북한이 회담장에서까지 독재자들을 추어올리며 자기들의 목소리를 높이려 하는 걸 보니 회담에 임하는 자세가 확실히 불투명해보이고 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극도의 공손함을 보여도 맞아죽을 판인데 아직도 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것 같다. 이번 회담까지 더 까불어댄다면 북한정부는 그들이 말한 애국·애민·애족이 아니라 천추만대에 씻을 수 없는 애국역적들로 단방에 매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