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곤장으로 끝날 죄인을 계속 감옥에 가둬둔 조선시대 적폐와 마찬가지 경우라 생각된다. 오늘자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코너에 보니 조선시대 교정시설과 형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있었다. 조선의 형률 가운데 오늘날과 비교하여 특징적인 것은 전옥서와 같은 감옥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을 수용하는 용도로만 쓰이며, 형이 확정된 기결수는 ‘태·장·도·유·사’ 다섯 가지 형벌 중 하나에 해당하는 벌을 받고 감옥에 수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늘날처럼 수용시설에 가둬놓고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구금형이 조선시대에는 원칙적으로 없었다는 이야기다. 다만 실제로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관아에서 일부러 미결수의 재판을 이런저런 이유로 늦춰 감옥에 수감되는 기간을 하염없이 늘이는 경우가 많았다 한다. 괘씸한 죄수가 하나 있는데 그 죄수가 장 몇대 맞고 풀려날 예정이라면 차라리 확정판결을 미루고 감옥에 더 가둬두는 게 보다 확실한 응징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조선시대 사례를 통해 자연히 박근혜 대통령 케이스가 연상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1심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갑자기 롯데 뇌물로 엮어 새로운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니 이후로도 국정원 특활비, 새누리당 총선 공천 개입 등 수사는 해놓고 기소하지 않았던 사실들을 재판 진행중에 기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벌써 그럴 조짐이 보인다. 조만간 기소가 될 텐데 구속기간 내 1심재판을 마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 국정원 댓글, 군사이버사 댓글같이 이번에 구속영장에 적시하지 않고 남겨둔 아이템을 꺼내들어 추가 구속영장청구를 할 것이고, 추가 공소제기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만일 유죄가 나오더라도 형이 확정되면 이후 조선일보 등 언론과 우파 애국단체를 중심으로 사면 주장이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다. 지독하고 무자비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을 해줄 마음은 없어보이지만 사면 공론화가 이루어지면 안해주기 어려울 만큼의 압박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이렇게 재구속 영장·추가기소를 해대면 재판 확정도 그만큼 늦춰지게 된다. 대법원까지 가는데 길게는 5년 넘게 걸리는 사건도 있다 하니 이·박 두 전대통령 사건도 그만큼 갈 수 있다.

미결 구금기간을 장기화하는 것은 결국 사면을 안해주기 위한 꼼수적 작태로 의심받을 수가 있다. 이는 곤장으로 끝날 죄인을 계속 감옥에 가둬둔 조선시대 적폐와 마찬가지 경우라 생각된다.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기소할 것이 남아있으면 한꺼번에 일괄 기소하고,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심급별 구속기간을 지켜 부당한 미결구금 장기화를 막고자 한 법 취지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