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남한예술단의 공연관람에서 최진희 씨에게 김정일이 살아생전에 좋아했다는 남한노래 ‘뒤늦은 후회’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인민들에게는 남한노래를 들으면 잡아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저들은 마음 놓고 즐긴다. 나는 남한노래를 한두 곡밖에 모른다. ‘뒤늦은 후회’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곡을 들어보았다.
 
노래의 감정에 심취되는 순간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다. 바로 김정일이 살아생전 좋아했던 북한노래 ‘희망 안고 이 길을 가고 가리라’였다. 노래 ‘희망 안고 이 길을 가리라’는 ‘열네 번째 겨울’이라는 북한영화의 주제가이다. 영화의 내용은 과학원 생물분원 식물학연구사로 시집도 가지 않고 보잘 것 없는 식물에서 새로운 우량품종을 연구해낸 백설희라는 한 여성과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태어난 고향이 평양이지만 시내를 버리고 농촌으로 내려가 여러 사람들의 방해와 난관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14년 만에 끝내 성공했다는 의미를 담아 제목이 ‘열네 번째 겨울’이다.

김정일이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사랑한 노래로 전당적으로 방침이 전달되고 인민들 속에 널리 재보급되었다. 간부들은 오락회장 같은 데서 이 노래를 합창하기도 했다. 김정일이 좋아하면 인민도 함께 따라 좋아해야 한다. 현지 지도의 달리는 열차 안에서도 집무실 안에서도 이 노래를 콧노래로 즐겨 불렀다고 한다. 김정은은 이 노래의 전반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집착해서 부르는 대목이 있었다고 한다.

<하나의 소원 안고 가는 이 길에
그 누가 내 마음 몰라줘도 몰라준대도
나는 희망 안고 이 길을 가고 가리라>

이것이 그가 집착한 대목이다. 독재자들이 왜 이 노래, 저 노래를 좋아했을까, 이 노래들을 부르며 정말로 행복했을까. 최진희의 ‘뒤늦은 후회’도, ‘희망 안고 이 길을 가고 가리라’도 모두 외로움의 곡이다. 김정일이 이 노래를 즐겨 부른 데는 ‘인민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핵으로 끝까지 간다’는 야망이 숨겨져 있고 수많은 인민을 굶겨 죽인 천추에 용서 못 할 죄 때문에 일어나는 심연의 고충 때문이라고 본다.
 
김정일은 북한에서 가장 간고했던 고난의 행군, 강행군 시기에 인민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핵에 대한 결심이 더욱 굳어졌다고 한다. 핵으로 독재를 완성하고 핵으로 국제무대에서 독재자의 위신도 세워보려고 인민은 다 버리고 오직 핵에만 광분했다.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침으로 전달받은 말이다.
“인민들이 지금은 모르지만 언제인가는 나를 이해해줄 날이 꼭 있을 거다. 그때는 우리가 핵을 완성해서 핵 강국이 되는 날이다.”
이것은 인민을 등지고 핵을 택한 김정일의 외로움의 선언이다.

북한 핵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이 세 독재자가 좋아하고 그들이 주모자이다. 인민은 핵에 관심조차 둔적 없고 굶주림 때문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며 살아왔다. 인민들은 너무 살아가기  힘들어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하고 속앓이만 했다. 내가 아는 다수의 사람들이 이젠 무기를 좀 그만 만들고 백성들을 돌보면 안 되겠는가고 투덜댔다. 인민들이 죽어가는 숫자를 세며 간부들이 먼저 꺼낸 말이다. 김정일의 집권은 인민이야 죽든 살든 자기는 온갖 추악한 짓들을 다 하면서 핵으로 시작되어 핵으로 끝난 집권이다.

김정은 역시 김정일처럼 미친 듯이 핵에 광분하다가 자기가 만든 핵에 맞아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 김정일은 노래 부를 여유라도 있었다면 김정은은 그 여유조차 없는 위기에 처해있다. 지금 김정은의 웃음은 웃음이 아니다. 그의 행동들은 보이지 않은 형틀에 결박되어있다. 역사가 심판할 날이 가까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