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采浩의 海兵實錄 '德山에서 越南까지'에서 발췌> <濟州道와 四.三事件>

四.三사건이란 곧 1948년 4월3일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대대적인 폭동사건을 말함인데 이 사건의 배경과 발생과정을 간추려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즉 해방 후 인구 약 30만의 제주도에는 이른바 남로당(南勞黨) 전남도위원회 산하 군사부(軍事部) 직계로 제주 인민해방군 이란 것이 각 면단위로 조직이 되기 시작했고, 이 기구를 직접 지휘 운용한 자는 제주 인민해방군 사령관으로 있던 학병 출신의 이덕구(李德九)와 남로당 지구당 총책인 김달삼(金達三)이었다.

이들은 과거 제주도에 배치돼 있던 수만명의 일본군이 종전과 함께 본국으로 철수할 때 한라산 산중에 묻어 놓고 간 막대한 양의 무기와 탄약을 발굴하여 그것으로 불순분자들을 무장 훈련시켜왔던 것이다.

혈연관계로 유달리 진하게 얽혀있던 제주도의 특수사정과 그 밖의 특별한 여건, 즉 제주도에 주둔하고 있던 군부대 내에 조직돼 있는 좌익 세포들의 동조와 주둔부대 지휘관의 중립적 내지는 비 협조적(관민에 대한) 태도 등으로 인해 모든 동조세력을 합친 그들의 총병력은 한 때 약 일천오백명 선에 이르기까지 했던 것인데, 그들은 이와 같은 엄청난 새력을 가지고 四.三사건 전인 그해 2월에 야기시켰던 이른바 전국적인 구국투쟁과 3.1절의 폭동 및 3월9일의 파업사건 등을 연발시킴으로써 도내의 치안을 최악의 상태로 몰아 넣고 있었다.

따라서 본토의 치안당국에선 이북에서 월남한 서북청년단과 본토출신 경찰병력을 제주도에 투입하여 치안유지를 도모해 왔던 것인데, 일이 이렇게 되자 남로당에서는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위해 실시할 예정이던 5.4총선거를 반대한다는 정치적인 면분을 내세워 마(魔)의 날로 기억되고 있는 그 四월 三일을 기해 제주읍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대대적인 폭동을 일으킴으로써 끔찍하기 이를데 없는 대 참화를 빚게 된 것이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군부와 치안 당국에선 즉각 대대적인 폭동 진압작전을 전개하여 많은 성과를 거두었고, 또 계속적인 공비소탕전을 벌인 끝에 아 해병대가 제주도로 이동했을 그 당시엔 약 200명의 공비들 만이 한라산을 중심으로 준동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해병대의 할 일이 결코 용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한라산에 남아 있는 공비들은 몇 번이나 사선을 넘어 온 악착같은 생존자들이었으므로 그만큼 소탕하기가 어려운 존재들이었고, 또 겉으로는 회복이 되고 안정이 돼있는 것 같았지만 피폐된 도민들의 마음 구석엔 四.三사건의 충격적인 여진이 그래도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주도로 이동한 해병대는 한라산을 근거지로 하여 준동하는 공비들을 소탕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그 보다도 더 시급하고 중요했던 과제는 역시 피폐된 민심을 하루속히 수습하는 일이었다.

<한라산의 共匪討伐>

당시 한라산을 근거지로 해서 출몰하고 있던 공비들의 잔여세력은 약 2백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었으며 그 중 삼분지 일은 무장공비들이었고 나머지는 비무장 공비들이었다. M1과 칼빈 및 99식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던 그 한라산 공비들은 조직체계상으로는 인민위원회 제주도 당부에 예속되어 있었다.

최고위원장은 김달삼(金達三), 군사책임자는 과거 육군 9연대에서 탈주한 고성구(高性九)란 자로 알려져 있었다. 이들은 각 면에 조직되어 있는 도당부(인민의)산하 각 면당부 및 이(里)당부 조직원들과의 유기적인 협조하에 불온 선전과 민간부락에 대한 방화 등을 일삼는 한편, 인원보충을 위해 민간인을 납치해 가기도 했다. 그리고 피복과 무기 및 탄약 등을 획득하기 위해 지방 경찰구재소를 습격하여 민심과 치안을 교란하는 항편 도민들의 농경이나 목축, 채신(採薪)활동을 방해 함으로써 도민들의 경제활동을 마비시키려고 획책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 공비를 소탕하기 전에는 제주도민에 대한 근본적인 민심수습이란 불가능한 일이었으므로 그동안 제주도에 주둔한 바 있었던 육군 제 9연대를 비롯해서 육군 제 2연대와 철도경찰대 및 서북청년단 등이 토벌작전에 임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왔던 것인데 해병대가 제주도로 이동해 온 뒤로는 주로 해병대와 일부 경찰병력 만이 이 소탕작전에 임하게 되었다.

당시 한라산 산록 일대에는 공비들의 하산(下山)과 그들과 내통하는 자들의 입산(入山)을 저지하기 위해 토벌대와 주민들이 구축해 놓은 성벽같은 긴 돌방축이 구축되어 있었다. 해안선 약1키로 안팍지점으로 부터 내륙까지 완전히 연결시켜 놓은 그 원형의 돌방축은 흡사 고대 중국의 만리장성을 연상케 했다. 또한 이러한 돌반축은 비단 그것 뿐아니라 돌방축 바깥쪽의 부락에도 구축되어 있었으므로 한라산 속에 숨어있는 공비들로선 하산하기가 그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해발 1950미터인 한라산은 워낙 험하고 자연동굴이나 인공적인 동굴이 많은데다가 풍설과 폭우 등이 쉴새없이 밀어 닥치기도하여 공비토벌 작전에는 많은 애로가 수반되었고, 특히 초목이 무성한 여름철이나 백설이 쌓이는 추운 겨울철에는 성과가 더욱 부진했다.

공비들은 일제시대에 개설한 일명「하찌마끼」도로를 중심으로 해서 동서남북 四개처에 위병소 같은 것을 설치하여 은밀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위장을 하고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서 파수를 보고 있다가 토벌대가 접근해 오면 민첩한 신호로 간데 온데 없이 잠적해 버리기 때문에 설사 그들의 파수군을 발견했다손 치더라도 뒤쫓아서 사살 또는 생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공비들의 이같은 도피전술을 알게 된 해병 토벌대는 주로 취각(臭覺)에 의한 수색전을 전개하여 공비들을 사살 또는 생포하는 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군,경 토벌대의 철통같은 경계로 좀처럼 하산(下山) 하기가 어려웠던 공비들로서는 식량을 구득하기가 어려웠던 나머지 주로 야생우마(牛馬)를 도살하여 그것으로 연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잠복한 곳에서는 의례이 고약한 악취가 풍기기 마련이었고 또 그들이 방분한 인분에서도 그런 악취가 풍겼다. 그러므로 그 고약한 냄새를 따라 그들의 잠복처를 수색해낼 수가 있었다는 얘긴데, 취각을 동원한 이같은 수색 작전으로 언젠가 한번은 수십명의 공비들이 회합을 하고 있는 자리를 덮쳐 우연하게도 큰 전과를 거둔적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경우는 워낙 철저하고 민첩한 파수군들 때문에 취식 직전에가 아니면 취식을 하다말고 달아나버리고 만 그런 자리를 덮치기가 일쑤여서 공비들과 토벌대는 마치 숨박곡질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취각에 의한 수색전외에도 까마귀떼를 보고 공비들의 잠복처를 수색 해 내는 방법도 없지 않았다. 그 당시 공비들이 잡아 먹은 야생우마들의 고기가 썩고 있는 한라산 일대에는 수많은 까마귀떼들이 몰려 다니며 취식경쟁들을 벌리고 있었다. 따라서 까마귀떼가 갑자기 몰리기 시작하는 곳이나 몰려 있는 곳을 수색해 보면 의례이 공비들이 취식을 하는 잠복처가 발견되기 마련이었고, 또 한 곳에 몰려있던 까마귀떼가 갑자기 놀란 듯이 날아 오르기 시작하는 곳을 수색 해 본 결과도 역시 공비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진 그러한 자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까마귀떼에 의한 수색방법은 공비들의 잡복처를 탐지해 내는데 있어서는 효과적일 수는 있었으나 잠복하고 있는 공비들을 찾아내는데 있어서는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은 못되었다.

한편 공비토벌에 나선 장병들의 고생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2주일 내지는 약 1개월간씩 교대로 토벌작전에 임하였던 그들은 계곡가의 작고 큰 자연동굴 속이나 과거 일본군이 포진지의 탄약고로 사용한 인위적인 동굴들을 거점으로 삼되 수시로 그 거점들을 옮겨가며 작전을 수행했던 것인데 여름철에는 모기를 비롯해서 안개와 비바람 등으로 심한 고충을 겪어야만 했고, 또 겨울철에는 추위와 눈얼음 등으로 혹독한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해병대의 한라산 공비토벌작전은 1,2기에 걸쳐 실시되었다. 제1기는 50년 2월부터 6월까지였고, 제2기는 51년 1월부터 그 해 4월 까지였다. 제1기에 투입된 토벌대는 해병932부대(정보대)와 945부대(모슬포부대)였다. 932부대는 3개분대로 유격대를 편성하여 한라산 및 그 서쪽 오백장군(五百將軍)과 1393고지 부근의 세오룸, 돌오룸을 중심으로 토벌을 전개한 끝에 1,2차에 걸쳐 1명의 도당 간부를 포함한 약 20명의 공비를 사살 또는 생포하고 다수의 문서도 압수했으며 모슬포부대의 주력인 945부대는 한라산 상봉(上峰)을 중심으로 그 서측을 수색 토벌하여 많은 전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제2기 토벌기간 중에는 특히 6.25동란의 발발로 많은 피난민들이 제주도로 몰려 온 것을 계기로 잔비들이 보다 적극적인 활동으로 민심교란을 획책했으므로 도민들의 뜻에 따라 해병대가 중심이 된 군,경,민,합동 전투지휘소를 설치 운용하게 죄었고, 이에 따라 편성된 전투경찰대를 포함한 수개소대의 특별 토벌대거 불철주야의 토벌작전을 전개한 끝에 그 직전까지 살아남아 있던 대부분의 공비들이 소탕되고 말았다.

해병대에 의하여 마무리 지어진거나 다름없는 한라산의 공비토벌작전은 물론 진주시절에도 전혀 경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특히 험준한 고산 밀림지역에서의 유격전이란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가를 체험케함으로써 해병들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주었다.

이상은 鄭采浩의 海兵實錄 “德山에서 越南까지”에서 발췌한 것임.


제주 4.3사건의 진실 - 바른교육학부모연합 에스더김 대표
https://www.youtube.com/watch?v=p47OrsGzTD0

4.3과 해병대(해병대 4기 참전기)
http://cafe.daum.net/Marine1004/OU5D/146?q=4.3%EC%82%AC%ED%83%9C%EC%99%80%20%ED%95%B4%EB%B3%91%EB%8C%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