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큐가 높고 공부도 많이 했지만 사고와 행동은 바보스러운 이유는 논리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수학교육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요즘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론 비슷한 단어 하나가 등장한다. 한국인 특유의 DNA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DNA에 관한 이야기는 낙관적인 무드가 지배하던 시대에도 비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시대에도 어김없이 화제에 오른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 빈국중의 하나에서 가장 빠른 시간에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동력의 원천이 한국인 특유의 유전인자 때문이라는 인식이 바로 몇년 전까지 한국인들의 뇌리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최근에 회자되는 한국인의 유전자에 관한 인식은 이와 정반대다. 같은 단어인데도 불구하고 정반대의 비관적 관점에서 DNA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낙관의 시대에서 비관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암시하는 현상이다.

인간의 문제를 유전인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는 생물학적 관점이다. 인간의 인격(personality-정확한 번역인지 몰라 영어를 병기함)이 형성되는 과정은 복잡하다. 생물학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환경이 미치는 영향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 외에도 수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므로 이는 생략하기로 한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 사회 현상과 국민들이 보여주는 태도들에 대해 DNA 문제가 또다시 대두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역사에서 배워 왔던 익숙한 장면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특성들, 이를테면 잔인한 성격, 질투와 시기심, 과도한 경쟁 의식, 타협을 모르는 고집 불통, 거짓말의 상습화, 지나치게 감성적인 성격, 파벌 싸움을 즐기는 취향 등은 그 동안 우리들이 산발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한국인 특유의 부정적 성질들이다. 요즘 이같은 성질들이 총체적으로 봇물처럼 분출되는 현재의 한국 현실에서 그 원인을 한국인 특유의 유전인자 때문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이같은 시도에 부분적으로는 찬성을 하면서도 요즘 발견되는 한국인들의 특유의 성질은 생물학적 유전자 때문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산물이며 잘못된 교육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평균 아이큐는 세계에서 싱가폴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다고 한다. 교육열을 따지면 세계에서 첫째 가는 나라가 돨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교육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라 일류 대학을 나와 입신 출세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교육이다. 영어 단어 잘 외우고 수학 문제 잘 푸는 기능 교육은 열심히 받았고 그 기능을 활용하여 좋은 직업을 잡는 사람을 출세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고등 교육을 받았다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절벽 같은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절벽의 높이는 무학자나 박사나 구별이 안될 정도로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들에게서 논리적인 사고나 균형 감각은 물론 입체적 사고력은 눈 씻고 보아도 발견되지 않는다. '배운 무식쟁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을 속이는 것은 논리나 진실이 아니라 요즘 흔한 말로 '사이다 발언'이나 그럴듯한 구호 하나로 족한 것이다. 아이큐가 높고 공부도 많이 했지만 사고와 행동은 바보스러운 것이다.

오랫 동안 조갑제 선생은 이런 현상이 한자(漢字) 교육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지만 필자는 한자 교육보다 더 중요한 공부를 등한시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수학 공부다. 수학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수학은 논리다. 수학의 수준에 따라 논리적 사고력의 수준도 달라진다. 초등학생의 논리와 대학생의 논리에서 수준의 차이가 나는 것은 초등학생은 산수를 하고 대학생 수준에서는 함수를 공부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필자가 '우파는 적을 찾고 좌파는 동지를 찾는다'라는 글을 올린 일이 있다. 거기에서 인용한 수학 지식은 집합 이론이었다. 집합은 보편성을 발견하기에 유용한 수학 이론이다. 함수는 현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유용한 수학 이론이다. 수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필자와 같은 아마추어의 주장에 대해 '네가 수학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 하며 질책하겠지만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수학을 잘 못 배운 것이다. 수학은 만인의 것이지 수학 조금 잘하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논리적 사고를 하는데 필요한 수학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수준만으로도 족하다.

요즘 우파 몰락의 원인을 두고 중구난방 논쟁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은 결과적으로 논리적 사고의 빈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의 논쟁은 하나 같이 사람을 중심에 놓고 논쟁을 시작한다. 이런 논쟁은 천년이 가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선호는 주관적인 것이다. 사람 중심의 논쟁은 필연적으로 분쟁을 수반한다. 조선시대의 사색당파적 분열이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에 이르러 반복되는 것도 사람을 중심으로 파당이 형성되고 분열을 하기 때문이다.

수학적 논리가 현상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우리 나라는 1910년 일본에 의하여 국권이 침탈되었다. 우리는 보통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 먹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사람 중심의 원인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친일파로 낙인 찍히게 된다. 그러나 논리와 진실은 이완용이 합방문서의 도장을 찍은 것은 너무도 작은 역할에 불과하다. 이완용이 합방문서의 도장을 찍은 것은 독립변수가 아니라 종속 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아주 간단한 함수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Y= Ax+Bx+Cx+ Dx…

여기서 Y는 국권 침탈이다. 종속 변수인 것이다. 국권 침탈이라는 종속 변수 속에는 이완용의 행위도 포함되는 것이다. 즉 Y는 A,B,C,D…등과 같은 독립 변수들의 영향을 받아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완용의 행위를 A,B,C,D…등 중의 하나인 독립변수로 인식하고 그가 합방문서에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조선이 국권을 상실한 것처럼 생각하면서 매국노라고 욕하지만 그것은 현상을 입체적으로 간파하지 못한 결과일 뿐이다. 정작 조선이 망하게 된 주요 독립변수들은 다른 곳에 있다. 예를 들어 몇개의 독립 변수만 열거해 보자.

1. 조선은 나라를 지켜낼 국력이 없었다.
2. 청일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했다.
3. 러일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했다.
4. 미국과 일본 사이에 카츠라 태프트 밀약이 있었다.

물론 조선이 망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들은 너무도 않다. 이런 요인들을 연구하는 것은 학자들의 몫이므로 생략한다. 논리가 없는 현실 이해는 엉뚱한 방향의 지향점을 만들어 낸다. 많은 한국인들은 국권 침탈의 원인에 대해 필자의 견해에 공감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들은 이같은 견해에 대한 공감 태도와 별개로 이완용의 행위를 통하여 미래의 후세에게 교훈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완용을 통하여 후세들이 얻어낼 교훈은 별로 없다. 한 인간에 대해 증오하게 하는 효과밖에는 없다고 본다. 정작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 할 역사적 사실은 종속 변수로서의 이완용이 아니라 이완용이 합병 문서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던 시대 상황에서 교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라가 풍전등화가 될 때까지 권력 다툼에 영일이 없던 조선 말기의 정치 상황, 외교 능력의 부재, 조선 시대의 신분제도, 외세의 침략 야욕 등과 같은 원인들을 분석해야 하며 이런 상황이 오늘날 재현된다면 나는 어떻게 처신해야 되나.. 이런 것이 교훈이지 이완용을 누가 더 증오하는냐의 문제는 교훈의 본질이 아니다.

우파가 지리멸렬하게 된 현상에 대한 분석도 마찬가지다. 여러 변수들이 작용하여 결과를 빚어낸 결과 인것이다. 우파들 사이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더구나 단일 요인을 앞세워 서로를 비난하는 현상도 비논리의 사고가 빚어내는 결과들이다.

이같은 일련의 문제점들은 모두가 논리적 사고에 대한 훈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리를 구축하는데 수학처럼 유용한 지식은 없다. 전문적인 직업에서 수학을 사용하는 사람들 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돈 계산만 할 정도의 산수만 알면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공통적으로 교육 과정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논리적 사고를 하라는 교육 목적이 함유되어 있다고 본다.

머리 좋고 수학 잘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실 생활에서는 너무도 비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현상들 속에서 우리의 죽은 교육의 실상을 보게 된다. 한자 교육도 중요하지만 수학 원리의 생활화는 선진 한국을 지향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비논리가 팽배하는 사회에서는 사이다 발언과 구호와 거짓 뉴스가 힘을 얻게 된다. 문재인이 손쉽게 정권을 강탈하다시피 하게 된 것도 국민들이 어리석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이 생활화 되지 못한 폐단이 DNA 문제보다도 오늘날의 문제들 속에 더 큰 비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필자의 가설은 사실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