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고칠 방법이 없을 듯하다. 병(病)이다. 불치의 병이다. 최근에 만난 사람들 중에 60대 초반의 두 아주머니가 있었다. 자식들이 걱정되어서인지 현 세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물가가 너무 오르고, 집 값은 비싸고, 정부는 돈을 너무 낭비하고, 정치인들의 비리는 여전하고…등 대부분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말이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얘기 중에 '나라가 이 꼴이 된 것은 노태우 때부터'라며 한탄을 했다. 노태우가 김영삼과 붙어 무책임한 정치를 하면서부터 국가 기강이 무너지고 엉망이 되었다는 취지였다. 또 한 아주머니는 얘기 끝에 '이명박이 3조 원을 해 먹었답니다'라는 귀띔을 해 주고 갔다.

어느 쪽이 진실과 부합하는지는 필자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감을 잡을 것이다. 같은 세계에서 같은 상황을 보고 살지만 어떤 이는 사실을 보고 진실과 이치를 생각하며, 또 어떤 이는 사실은 아랑곳없이 누군가의 선전선동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은 없이 증오와 저주를 실어 전파하기에 바쁘다.

특별히 사람이 달라서가 아니다. 외양상 다른 것은 말씨뿐이다. 불순한 정치와 불순한 지역 정서가 사람들을 오염시킨 것이다. 고치려고 노력을 해도 고치기 어려울 판에 이 정도면 고칠 방법이 없을 듯하다. 병이다. 불치의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