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억울하게 재미나는(?) 기사를 보았다. “김정은은 김정일보다 공포정치에 더 의존하는가”라는 제목이었는데 그 밑의 글귀에 “[정상장의 김정은 바로 알기] ‘운구차 7인방’ 전원이 숙청됐다는 보도는 사실과 달라”라고 쓰여 있었다. 글을 쓴 정상장 씨는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이라고 한다.
 
기사에는 ‘박근혜 정부와 전문가들이 김정은 집권 초 그가 유럽유학을 경험했고 20대 후반의 젊은 지도자라는 점에서 희망 섞인 전망을 했지만 3대 세습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고모부(장성택)를 비롯한 많은 고위 간부와 주민들을 공개 총살하고 숙청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한 것이 틀렸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김정은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확산시킨 셈이라고도 주장했다.

장성택의 죽음과 운구차 7인방의 운명도 확인된 바 없다는 시각을 내놨다. 김정은의 포악성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언급했던 것이 운구차 7인방의 운명이라고도 주장했다. 북한에서도 미투 운동이 벌어졌다면 장성택은 이미 표적이 되었을 인물로 김정은이 아니라도 숙청될 인물이라는 점을 억지로 꾸며내 장성택의 죽음을 포장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모든 사실을 과학적인 논리도 없이 마음대로 부정하고 엮어나갔다.
 
‘그러고 보면 김정은이 70명의 간부밖에 숙청한 것이 없다’, 또한 ‘김정은이 70여명의 간부를 숙청한 것은 지난 시기 김정일의 심화조 사건(2000명 숙청)에 비해보면 3.5%정도에 불과’하다고도 말했다. 70명을 숙청했다고 해도 그들과 함께 잡혀간 친구, 가족들까지 합치면 숫자는 심화조 사건과 맞먹는다. 2000명과 비교해 ‘3.5%에 불과’하다니, 이런 얼토당토않은 소리가 어디 있는가. 기사 마지막엔 ‘남북회담, 미북 회담을 통해 대외관계가 개선되면 공포정치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망상(妄想)도 밝혔다. 회의에서 깜빡 졸았다고 소리 없이 죽어야 하는 것이 북한정치이다. 대한민국에 이런 억울한 죽음이 있다면 참을 수 있겠는가. 차라리 북한에 정치범수용소가 없다고 고집해주고 김정은이 형 김정남을 죽이지 않았다고 소리쳐 달라.

이 허무맹랑한 기사를 끝까지 읽고 종합해보니 김정은이 김정일보다는 선량하다는 주장이다. 이미 전에 선량했으면 숙청이란 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인민들을 지금과 같이 허덕이게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미친놈처럼 핵도 팡팡 쏴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전에 숙청당하고 맞아죽고 굶어죽은 북한백성들이 땅속에서도 오열할 소리다. 요즘 탈북자들은 북송(北送)되어가는 길에서 잡혀가 고생하며 죽기보다는 길에서 죽는 게 낫다고 독약을 먹고 자살까지 한다. 수백만을 굶겨죽이고 수십만을 정치범수용소에서 몰아넣은 지옥을 만든 김 씨 독재자들에게 선량함의 탈을 씌우는 것은 대화를 앞둔 시국에 김 씨 독재를 두둔하는 비겁한 행위이다.
 
김정은 우상화는 대한민국에서도 하고 있는 셈이다. 적(敵)을 배제하는 것보다 안아 들이는 게 낫다는 전술적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는 이런 미숙한 ‘김정은 바로알기’를 내놓을 수 없다. 역사는 덮는 것이 아니라 파내기 역사이다. 악(惡)을 하루 분칠은 할 수 있어도 영구한 분칠이란 있을 수 없다. 자유국가의 엉터리는 독재정권의 엉터리보다 더 부실하고 무식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