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수의 가훈(家訓)은 <이기는 놈이 장땡>, 문재인 선수의 권투철학은 <웃는 낯에 침 뱉으랴>이다. 세계의 관심을 끄는 복싱 타이틀매치가 열렸다. ‘파이트머니’가 무려 50조 원이다. 뿐만 아니라 ‘라이트플라이급’부터 ‘슈퍼헤비급’까지 참가할 수 있는 무체급 경기다. 세계 언론들은 말도 안 되는 경기라며 떠들어댔지만 흥행사에겐 돈 벌고 흥미를 끄는 일이라면 룰이나 윤리는 문제도 되지 않았다.

紅코너에는 슈퍼헤비급인 김정은 선수가, 靑코너에는 미들급인 문재인 선수가 앉아있다. 급에서 너무나 차이가 나는 이 이상한 경기를 보기 위해 구름떼 같은 관중들이 모여들었다. 김 선수는 할아버지 때부터 복싱을 해온 전통 복싱가문이다. 가훈(家訓)은 <이기는 놈이 장땡>이다. 그래서 반칙과 속임수를 능란하게 사용해왔다. 상대를 꺾기 위해서라면 이마, 이빨, 팔꿈치, 무릎, 발바닥…뭐든지 다 사용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경기가 시작도 되기 전에 무방비 상태에 있던 상대에게 선빵을 날려 다운을 시켰고, 그의 아버지는 레프리가 브레이크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얼굴을 들이받아 앞니를 부러뜨렸다. 이 가문의 반칙은 애교일 뿐이다.

靑코너 문재인 선수의 권투철학은 <웃는 낯에 침 뱉으랴>이다. 그가 이런 철학을 갖게 된 배경에는 스승의 영향이 컸다. 스승의 권투철학은 <따뜻하게 클런치하면 가드가 열린다>였다.

레프리는 양 선수의 글러브를 조사했다. 그때 靑코너의 세컨드가 소리쳤다. “김정은의 발바닥도 조사해야 합니다!” 그러나 레프리는 지금까지 발바닥을 조사했던 경우는 없었다며 靑코너의 요청을 묵살했다.

공이 울리고 1회전에 시작되었다. 경기장의 열기는 그야말로 핵폭탄급이었다. 상대를 탐색하기 위해 문 선수는 웃으며 가벼운 잽을 날렸다. 그의 권투철학은 <웃는 낯에 침 뱉으랴>였기 때문에 적어도 웃는 낯에 상대가 반칙은 하지 않을 것이라 확고히 믿었다. 그의 웃음이 통했던지 슈퍼헤비급인 김정은은 오직 십자 블로킹으로 수비만 했다. 그러자 관람객들은 함성을 지르며 야유를 퍼부었다.

2회전이 시작되면서 김정은은 가벼운 풋워크를 보였다. 그러나 발바닥 아래에 숨겨 놓았던 강철 스파이크가 풋워크를 통해 아래로 빠져나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레프리도 문재인도 관중도 모르고 있었다. 김정은은 문재인을 클린치함과 동시에 그 육중한 몸을 이용하여 문재인의 발등을 힘껏 밟았다.

우두둑하는 뼈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악!” 하는 외마디와 함께 문재인의 입에서 마우스피스가 튕겨 나갔다. 그는 고통을 못 이겨 캔버스에서 뒹굴었다. 카운트가 시작되었지만 그는 계속 발등을 부여잡고 몸부림쳤다. 보다 못한 靑코너 세컨드가 수건을 던졌다. 경기를 포기한 것이다.

문재인 선수는 들것에 실려 나가며 비로소 깨달았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는 현실적이 아니라는 사실을…그러나 때는 늦었고 선수생활을 접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현재 트럼프와 문재인은 평화협정과 핵폐기에 들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책사는 상대방의 <방심>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