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과 김씨왕조는 共存이 불가능하다. 중국 CGTN TV에 나온 어느 중국인 교수가 김정은의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다고 하면서 하는 말이, 김정은이 조선의 등소평이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국내 어느 언론인은 베트남식 개혁개방이 북한에 맞는 모델이라고 추천했다. 심지어 문재인이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것도 도이모이식 북한 개방 모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내 생각에는 중국식이든, 베트남식이든, 할 수만 있었으면 벌써 했을 것이다. 할 수만 있었다면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일이 했을 것이다.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일이 조선의 등소평이 되었을 것이다.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체제안정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중국이든 베트남이든 북한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중국이나 베트남은 자신들보다 50배 잘사는 형제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지 않다. 다른 이념과 체제를 가진 同族국가가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그 나라가 50배의 중력으로 끌어당긴다고 생각해 봐라. 어떻게 문을 열 수가 있겠나?

기압 차가 3배만 되도 비행기 문이 열리면 밖으로 순식간에 빨려 나가버리는데. 현재의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는 통일 당시의 東西獨보다 더 크다. 그 당시에도 동독은 속수무책으로 서독으로 빨려 들어갔다.

隣接한 잘사는 형제국가 말고 김정은에게 또 하나의 딜레마는 김씨왕조 우상화를 위해 지난 70년간 쌓아온 끔찍한 거짓의 탑이다. 중국식이든 베트남식이든, 外資를 도입하기 위해 나라의 문을 열면 생산 요소만 이동하지 않는다. 사람이 같이 이동하고, 그 사람과 함께 엄청난 정보가 같이 유입될 것이다.

그럼 잘사는 형제국가에 대한 진실뿐만 아니라, 지상낙원으로 알고 있던 자신들의 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못사는 나라들 중의 하나일 뿐이고, 특히 3대 세습이란 민주국가에서는 상상도 못할 독특한 정치구조와 잔혹한 人權유린, 그리고 온갖 거짓말을 총동원해서 우상화하는 코미디같은 자신들의 지도자의 모습을 다른 각도로 비춰보게 될 것이다.

“몰랐을 때는 남들도 이렇게 살겠지 생각하며 살았는데, 알고 나니까 하루도 더 북한에서 살 수가 없더라구요.”

어느 탈북자가 TV에서 나와서 한 말이다. 거짓과 폭압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었던 김씨왕조가 개혁개방할 수 없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개혁개방과 김씨왕조는 共存이 불가능하다.

김정일은 그래서 개방할 엄두도 못냈는데 김정은은 할 수 있을까? 아버지(김정일)처럼 달걀에 바늘구멍만한 구멍 하나 뚫어놓고 흰자는 안먹고 노른자만 먹겠다고 잔머리 굴리는 그런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본인도 알 것이다.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지 않으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진정한 기업인들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처럼 정부 약속만 믿고 투자하지 않는다. 김정은이 30년 집권을 꿈꾼다면 진정한 개혁·개방은 어림도 없다. 한 5년만 더하고 스위스로 망명가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