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과학자들 그대로 두고 만들어 놓은 무기만 없애는 것은 살인자 그대로 두고 손에 쥐고 있는 칼만 빼앗는 것처럼 두고 두고 우환이 될 것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어느 선생님이 수업중에, 박정희 대통령이 핵개발 하려고 하니까 미국놈들이 이휘소 박사를 교통사고를 가장해 살해했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論外로 치고, 핵무기를 만드는 것도 결국은 사람의 역할이 결정적이란 것은 사실이다.

독일이 패망한 후 미국과 소련은 나치의 과학자들을 서로 많이 데려가려고 경쟁을 했다. 미국이 다수의 나치 과학자를 미국으로 밀입국시키는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은 기록으로도 확인된다.

소련이 미국보다 한발 늦었지만,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것도 공산주의에 동조한 미국 核물리학자들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중국 역시 1960년대에 이룬 핵무기 개발은 미국과 소련에 유학을 다녀온 덩자센 등 소장파 학자들이 힘을 합쳐 이룩한 성과였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이스라엘 모사드의 이란 核과학자 암살은 이젠 비밀도 아니다. 2007년 이후 의문사 1명을 포함, 5회에 걸친 암살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 지금도 눈에 띄면 바로 죽이려고 혈안이 돼 있을 것이다.

현재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냉전 시대에는 주로 舊소련에서 핵기술을 배웠고 냉전 이후에는 이란과 파키스탄에서, 최근 들어서는 중국에서 공부한 과학자들이 그 중심에 있다고 한다. 200명에서 300명 사이로 추정되는 이 핵심 과학자들이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의 주역들인 셈이다.

김정은이 핵실험 시설을 다 없앤다고 해도 이미 더 이상의 실험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핵기술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북한 구석구석에 숨겨놓은 핵무기를 설사 다 없앤다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1년이면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말은 결국 이들 과학자들 머리 속에 든 지식이 김정은의 제일 큰 무기고 재산이란 의미라고 해석된다.

미국이 완전한(complete) 비핵화에서 한 걸음 더 나간 영구적(permanent) 비핵화라는 PVID를 美北정상회담의 의제로 거론한 것을 크게 환영한다. 과학자 200여 명과 2000명 안팎의 기술자를 관리해서 미래에 再發할지 모르는 北核 위협의 싹을 자르겠다는 생각인데,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미국의 요구에 대해 북한이나 남한 종북집단이 내정간섭 운운하며 무리한 요구라고 반발한다는데, 그 말은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즉, 눈에 보이는 핵무기와 더 이상 의미없는 시설만 없애는 쇼만 하고 경제지원 다 챙기고 난 다음에 훗날(미국 대통령 바뀌고, 상황이 달라지면) 필요하면 다시 핵무장하겠다는 저의를 가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

북한 핵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김정은 정권의 종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당장 힘들다면 영구적 비핵화(PVID)를 목표로 해야 한다. 북한 핵심 과학자들 그대로 두고 만들어 놓은 무기만 없애는 것은 살인자 그대로 두고 손에 쥐고 있는 칼만 빼앗는 것처럼 두고 두고 우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