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재판'에 떠밀려 공권력이 나선 것은 '오너 갑질'보다 더 심각한 사회 문제다. 그저께(18일) 대한항공을 포함한 그룹사 일부 직원들이 가면을 쓰고 오너 일가를 몰아내기 위한 집회를 세 번째 벌였다. 수만 명 그룹 임직원 중 불과 수백 명의 집회를 언론이 무슨 난리라도 난 듯이 보도하는 것은 언론이 끼치는 큰 사회적 문제다. 그들의 권리만 조명하는 것은 오너 일가뿐 아니라 참여하지 않는 훨씬 많은 임직원들의 권리를 해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은 알려진 바와 같이 조양호 회장의 두 딸이 관련된 '땅콩 회항', '물컵 갑질'이 시발이 되었다. 이들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니 필자로서는 정확한 문제 파악을 하기가 어렵다. 다만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미 오래 전부터 경영에 참여해 온 이들이 업무 열의가 지나쳐 일어난 일일 수도 있고, 개인적 인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혹은 둘 다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고치면 된다. 별 일도 아닌 문제를 언론이 과장 왜곡으로 선동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는 어디까지나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의 일로 회사 유지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회사 스스로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나서고 회사 통관 업무를 관장하는 관세청이 나서서 진짜 '갑질'을 부리고 있다. 회사와 남의 집 방까지 뒤졌다. 그게 그들의 '갑질'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오히려 공권력의 갑질이다. 회사와 오너인 조 회장 일가를 반드시 무너뜨리겠다는 기세다. '인민재판'에 떠밀려 공권력이 나선 것은 '오너 갑질'보다 더 심각한 사회 문제다.

구설수에 오른 두 딸은 엄연한 회사 임원이다. 언론이 '(조 회장의) 두 딸', 또는 '가족'임을 부각하여 보도하지만 경영진의 일원인 부사장과 전무로 써야 맞다. 회사 내에서의 업무상 행위는 '오너 가족의 갑질'이 아니라 '임원의 지시 또는 질책'으로 써야 한다. 좀더 완벽한 대고객 서비스나 업무 추진을 위한 경영진의 주문이었던 것이다. 직원을 상대로 지시 질책한 일을 언론이 '갑질'로 선동한 것이다. 지나쳤다면 지나쳤다고 쓰면 되는 일이다.

직원들을 지나치게 깐깐하고 뻣뻣하게 대하는 윗사람들도 있다. 필자의 경우도 그런 경험이 있다. 이미 오래 전 얘기이지만 첫 직장에서 상무(회장의 사위였다)라는 사람이 인사를 해도 인사를 받지 않았다. 회식 때 술기운을 빌어 이를 제기했더니 자기는 눈으로 다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알고 넘어갔다. 세상 일이란 내 마음에 꼭 들 수도 없고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도 맞추고 상대도 맞추고, 나도 이해하고 상대도 이해하고, 그것이 인간 사회인 것이다.

다른 방법도 있다. 예컨대 '고충처리'나 '개선제안' 같은 제도의 회사 내부 시스템이 있을 것이다. 대한항공은 오래된 기업이다. 만약 내부 시스템이 허술하거나 경영진이 직원들이나 협력업체에 '갑질'로 행패나 부리는 회사였다면 지금처럼 세계적인 항공회사로 성장과 발전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땅콩 회항 사건'은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의 행패쯤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기내 사무장의 업무 준비 부실에 따른 질책에서 비롯되었다. 출발하려는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조 부사장의 질책이 과했던 듯하다. 그렇다고 업무상 잘못이 있어 보이는 해당 사무장이 단순 피해자일 수는 없다.

그 사무장은 국내 법원과 미국 법원에 각각 손해배상 청구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으나 두 건 다 패소했다. 최근 노조에서도 제명당했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회사 경영진을 공격하고, 노조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어용 노조'라 하는 등 회사와 노조의 일원으로서 본분을 벗어난 언행을 보임으로 결국 양쪽 모두로부터 왕따당한 것이다.

비록 체면은 구겼지만 세상 사람들이 동정할 때 마무리를 했어야 한다. 소명할 것은 소명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였어야 했다. 이제 이런 사람을 누가 좋아할 것이며, 누가 쓰려할 것인가? 언론과 일부 사람들의 불순한 선동에 떠밀려 진짜 피해자로 남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