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존엄’은 神적인 존재로서 그의 지시에 반론을 제기하는 자는 총살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대한 존엄을 설득했던 그들은 누구였을까.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원했던 것은 트럼프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은이었다. 2월 그는 자신의 여동생 김여정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어 이런 사실을 전했다. 3월9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되도록 빨리 만나고 싶어 한다”고 전한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분명 김정은은 북미회담을 가지고 싶어 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4월8일 워싱턴행 비행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에 말한 비핵화’는 핵 동결이나 핵 확산 방지 차원이 아니라”고 했다. 이 말의 의미는 그 동안 미국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CVID가 무엇인지 김정은이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을 수용하고 북미정상회담 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정은은 5월10일 북한에 억류 중이던 미국인 3명을 석방해주었고 트럼프는 회담 날자와 장소를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정은은 확실히 북미회담을 갖고 싶어 했다. 그런 의지가 없었더라면 트럼프가 회담 장소와 날짜를 발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북한이 6일 만에 폭탄선언을 했다. 김계관을 서두로 리선권과 최선희가 미국을 정면 비판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왜 북한은 돌변했을까? 이때부터 나는 ‘진정 북한의 실권자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할 수 있나

김정은의 유일한 후견인은 고모부 장성택이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든든한 후견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 실권자들에게 있어서 장성택은 매우 불편한 존재다. 그들은 감언이설로 김정은을 설득시켜 그를 제거시킨 것은 아닐까? 더하여 거추장스러운 軍원로들도 제거하고….

▣ 문 대통령에게 “통일의 주역이 되시라” 말할 수 있나

2월10일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김여정은 문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일을 열 주역은 마땅히 위대한 존엄인 김정은이 되어야 하는데 그녀가 그런 역적(逆賊)같은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 혹 김정은이 여정에게 “네가 문 대통령을 만나거든 ‘통일을 열 주역이 되시라’고 부탁해봐라”고 했을까? 이는 다 불가능한 일이다. 문 대통령에게 그런 말을 던진 것은 정상회담을 이끌어내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며, 실권자들이 김정은의 허락을 받아 김여정에게 “그렇게 말해보라”고 명령한 것으로 보인다.

▣ 그는 과연 ‘위대한 존엄’인가

김정은은 5월10일까지 북미정상회담을 가질 의도를 갖고 있었고, 김일성과 김정일이 해결하지 못했던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70여 년 만에 도약할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누군가에 의해 그는 설득을 당했고 그 꿈은 무산될 위기에 몰려있다. 평소 그는 일방적인 지시를 했고 측근들은 수첩을 꺼내어 적어야만 했다. ‘위대한 존엄’은 神적인 존재로서 그의 지시에 반론을 제기하는 자는 총살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대한 존엄을 설득했던 그들은 누구였을까.

▣ 북한이 회담을 취소하면

트럼프는 북미회담 취소성명 말미에 북한에 대한 문을 열어놓았다. 이것을 보고 기자들이 “북미회담이…추후에 열릴 수 있느냐”고 묻자 백악관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려고 한 핵심은 이제 공이 북한 쪽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회담이 열리고 말고는 북한 측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이제 김정은은 트럼프를 만나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일 포기한다면 그는 정말 바지 사장에 불과하게 된다.

▣ 역사가 가르쳐주는 교훈

문정인 특보는 금년 11월 이내에 북미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IA 수뇌부는 북한의 ICBM을 중단시킬 수 있는 시한은 3개월뿐이라고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그 의미를 “북한이 핵 반격 능력을 갖추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과연 북한에게 11월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까? 나는 저렇게도 캄캄한 사람이 대통령의 특보가 되었다는 것이 이 나라의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 만일 김정은이 회담을 하겠다면 곧 결정을 해야만 한다.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과거 세계전쟁사를 보면, 공략하기 힘든 적의 요새를 공략할 때는 포위만 하고 그 안에서 식량이 바닥 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면 그 안에서 변수가 생겼다. 나는 미국이 이 방법을 사용하리라 예측한다. 그러나 트럼프와 볼턴 같은 성격자라면 폭격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과연 김정은은 자신이 바지 사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 현재 그는 자신을 코치하는 자들에 의해 큰 혼란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