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부른다고 허겁지겁 판문각에 달려간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일 리는 없을 것 같다. 주인의 부르심을 받고 득달같이 달려간 하인배의 모습이 딱이다.
동양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대면을 해서 인사를 나눌 때, 나이가 어린 사람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는 것이 바른 예법이다. 두 사람 사이에서 한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는 데 반하여 상대방은 상체를 꼿꼿하게 펴거나 뒤로 젖히고 있다면 몸을 숙인 사람이 지체가 낮은 사람임을 나타낸다. 남녀 관계에서도 남존여비 사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여파인지 몰라도, 남녀 상호간에 인사시에 통상 여성이 남성에게 상체를 숙이는 현상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그런 모습을 우리 주변에서 아직도 종종 볼 수 있다. 고개를 숙이는 각도의 크기에 따라서 나이나 신분의 높고 낮음의 차이가 얼마나 현격한지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북한의 김여정이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서울을 방문했을 때나 판문점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눌 때 그의 몸 자세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을 마치 하인 다루듯이 거만의 극치를 보여줬다. 턱에 한껏 힘을 줘서 이는 악물고 앞으로 당겼고 상체는 꼿꼿함을 넘어 때론 약간 뒤로 젖히기까지 했다. 이를 본 우리 국민들은 김여정의 안하무인격의 자세에 분개하고 어떤 사람은 그녀가 척추나 허리 디스크 때문에 몸을 못 젖힌 것인가, 아니면 정말 임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몸을 사린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공주병이 도져서 무조건 상대방을 한 수 접고 보는 것인가, 고개를 숙이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내려온 것이 아닌가 등등 추측이 무성했다.

그런 그녀가 중국을 방문해서 시진핑을 만났을 때는 납짝 엎드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야말로 90도로 상체를 숙이고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대한민국이란 나라와 그 대통령을 속된 말로 깔아뭉개고 함부로 대한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우리 국민들은 한국인의 자존심을 짓밟은 데 대하여 공분을 금치 못했다.

그 방자한 김여정이 지난 2월 10일 서울 방문시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문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떤 필진은 이 말을 북한 입장에서는 결코 해서는 아니 될 역적과 같은 발언으로 우리 대통령의 통일에 큰 역할을 하시라는 칭찬으로 해석했다. 필자는 그 표현을 좀더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고 싶다. 대한민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 무장에 대해서는 미북간의 문제라면서 김정은에 대하여 끽 소리도 못하면서 비굴하리만큼 호의적으로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에서도 북한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해온 문재인 대통령을 향하여 이 말은, 북한 특유의 반어법(反語法)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가 접수할 남조선을 적화통일하는 데 문재인 대통령이 일조를 해달라고 덕담을 빙자하여 자신들의 의중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김정은이 바지 사장이라고? 그렇다면 바지사장을 뒤에서 조종하는 실력자이자 실제 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김정은이나 김여정도 이 말에 동의할까? 분명 김정은은 핵 무기를 갖고 원대한 통일을 꿈꾸고 있는 것은 맞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김정은의 적화 통일을 달성할 때까지 조선반도의 남반부를 김정은의 대리인으로 잠시 동안 맡고 있는 명목상의 바지 사장으로 내막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남조선 나와바리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때가 되면 이자까지 쳐서 세금으로 반드시 김정은에게 상납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모든 여건이 돌아가고 있는데 이런 관계라면 누가 칼자루를 쥐고 누가 칼날을 잡았는지, 누가 바지 사장이고 누가 오야붕인지는 명백해 보인다. 김정은이 부른다고 국가의 체면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허겁지겁 판문각에 달려간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일 리는 없을 것 같다. 주인의 부르심을 받고 득달같이 달려간 하인배의 모습이 딱이다.

백악관 대담에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통역하지 말라고 한 트럼프의 발언은 정상외교 관례에 대단히 어긋나는 무례의 극치다. 더욱이 우방국 정상간의 대담에서는 정말 보기 드믄 진풍경이고 모욕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의 특사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99.9%라고 언론에 답한 불과 몇시간 후에 트럼프는 회담 연기를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린다. 한 마디로 문 대통령이 미국보다는 적국인 북한 편에 가깝기 때문에 불신한다는 증거다. 변명은 북한에게 직접 들어도 되니 북한을 대변하지 말라는 불쾌감과 분노를 표현한 것이다. 노무현에 이어 북한의 차석 대변인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궁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