敵의 수괴에게 한국의 동맹국과 협상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훈수를 두는 행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년 징역형을 받은 '국정농단'보다 훨씬 더 큰 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17일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트럼프 美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기 전 일이다. 정상회담시 의제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완료 후 보상 및 체제보장 조치’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 거론 불가’ ‘북한 인권문제 강력 제기 및 경제 개혁·개방 요구' 등을 요청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트럼프가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구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미동맹은 이승만 건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명운을 의탁할 장치로 남기고 간 유산이다. 李 대통령 자신은 그 과정에서 결코 미국에 대해 구차스럽게 굴지 않았다. 한계에 부닥치면 도리어 '자유민주주의'를 역설해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 박정희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지만 결코 비굴한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미군 철수하려면 하라, 우리는 우리대로 대책을 세우겠다는 자세였다. 두 분 다 미국을 상대로 정정당당히 자유민주주의의 후원국으로 붙들어매 놨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변한 세상만큼이나 한미 관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미국의 패배와 월남의 패망을 보고 희열을 느꼈다'는 사람이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가 동맹국 대통령의 정체를 모를 리 없다. 이러한 대통령을 대한민국 국민들의 80% 이상이 지지한다고 한다. 트럼프가 이 또한 모를 리 없다. 사실이어도 큰 일이요 조작이라면 더욱 큰 일이다. 한미동맹이 삐걱거릴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분위기가 이러하니 '주한미군 철수'라는 말이 예사로 나돈다. 청와대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미국 갈 때마다 미국 사람들 들으라는 듯 '미군 철수론'을 흘리고 다닌다. 이를 말하는 것은 금기로 여긴 듯하던 미국에서조차도 이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전직 고관들이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입을 통해 '한국이 철수를 요구하면 주한미군은 한국을 떠날 것'이라고 한다. 주한미군이 이렇게 천덕꾸리기로 전락되고 있다.

그저께(26일) 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고 몰래 판문점을 넘어 북한 수괴 김정은과 만났다. 말은 중재니 운전이니 하지만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훈수를 둔 것은 다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굉장히 위험한 행보다. 적의 수괴에게 한국의 동맹국과 협상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훈수를 두는 행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년 징역형을 받은 '국정농단'보다 훨씬 더 큰 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제대로 느낄까?

문 대통령은 북한 수괴와 만나고 와서 하루 지나 국민들 앞에서 직접 이를 설명했다. 짜증이 나서 자세히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북핵 제거'보다는 '평화협정 체결'을 조급하게 서두르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평화협정은 주한미군을 내보내기 위한 전 단계 조치임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곧 끊어질 것 같은 북한 3대 세습 정권을 눈 앞에 두고 이를 이어주지 못해 안달이다. 이래저래 한미동맹의 수명은 다해 가는 듯하다.

여담 한 가지, 장모님이 오랜만에 내 집에 오셨다. 같이 tv 뉴스를 보다가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밉다고 했다.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문 대통령이 뭔가를 해보려고 열심히 쫓아다니는데 홍 대표가 자꾸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사실은요, 문 대통령이 이러저러해서 상당히 조심히 봐야 할 사람이고, 지금 김정은과 만나 숙덕거리는 것도 이러저러해서 위험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별 말씀이 없으셨다. 흔쾌히 수긍하시는 눈치가 아니다. 이유를 생각해봤다. 하나는 성당에 열심히 다니시는데 아마도 신부(神父)라는 자들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또 하나는 장모님 고향이 평양 근처시다. 생전에 고향에라도 한번 가보고 싶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