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려고 고시 공부했나, 운동권 불량 애들의 하수인 노릇 하려고 검사 판사가 되었나'에 대한 자문을 하기 바란다. 1970년대 중반 이후 80년대에 대학 생활을 했던 세대들이 대한민국호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른바 386 세대들이다. 나머지 세대들은 특별한 예외가 있지만 거의 모두가 주변 세력으로 밀려나 있다. 검사와 판사들의 요즘 행동들을 보면서 몇가지 단상이 떠오른다.

386 세대 가운데 대학 시절 가장 오랜 시간 책상에 궁둥이를 붙히고 육법전서를 공부했던 사람들이 이른바 고시 합격생들이다. 요즘 그들의 행태를 보면 쓸모 없는 공부를 했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사회에서, 가족 내에서 모범생들로 인정받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주사파 서적을 포함한 운동권 서적이나 읽고 반미 데모에 반정부 데모나 하며 감옥이나 들락거리던 불량 학생들의 잔심부름꾼으로 전락하였다. 가족 내에서도 골치거리로 치부되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지 못하던 그들이 권력의 중심부에 들어서자 고시 합격생의 자존심을 팽개치고 충실한 하수인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총장, 좌파들이 사람들의 심리를 읽는 능력은 아주 탁월하다. 사법고시 아홉 번이나 실패했던 사람을 서울 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열등감과 한(恨)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었겠나. 9년 동안이란 세월은 한 인간의 사회 활동 기간의 25%가 넘는 장구한 세월이다. 동기들이 승승장구하던 시간에 뒤늦게 고시에 합격하여 새까만 후배들을 모시고 검사 생활을 해야 했던 사람으로서 얼마나 많은 수치와 열패감을 느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특정의 사람은 물론 조직 일반, 사회 일반에 대한 복수심을 갖게 되어 있다. 그가 검찰 조직 내에서 적폐를 찾는다며 옛 일들을 들추어 내서 기소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이같은 그의 개인적 과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학중에 최연소 합격생으로 엘리트 검사의 길을 걸었던 우병우를 끝까지 추락시키려고 노력했던 것이 구체적인 증거중의 하나다.

검사라는 인간들은 유죄일지 무죄일지도 모르는 사람에 대해 혐의만 발견되면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판사들은 천편 일률적인 이유를 들어 구속 영장을 발부한다. 검찰이 운동권 실세들의 심기를 읽고 알아서 꼬리치면 판사는 냉큼 운동권의 심기에 영합하는 꼴이다. 조직 폭력배로 빗대어 말하면 운동권들은 조직 폭력배이며, 검사는 하수인이고, 판사는 잔심부름꾼처럼 행동한다.

민주주의에서 사법부는 산처럼 버티고 있어야 한다. 나부끼는 깃발처럼 사회 분위기나 여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법이 사람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법적 안정성이라는 것이 파괴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판결하는 판사, 그까짓 것 누구는 못하랴.

고시 합격생들, 그렇게 자존심이 없나. 세상 사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가. 모두 모두 '내가 이러려고 고시 공부했나, 운동권 불량 애들의 하수인 노릇하려고 검사 판사가 되었나'에 대한 자문을 하기 바란다. 법치를 구현해야 하는 최후의 보루가 상식을 가진 일반 시민들의 지탄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