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판사나 이 판사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이를 언론에 퍼뜨린 다음 강 판사나 이 판사에게 무혐의를 증명하라고 했을 때, 당신들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
조준희 전 YTN 사장이 언론사 기자 조모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소송을 제기했었다고 한다. 조모 기자는 조준희 사장이 YTN 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차은택과 측근 곽모 씨가 최순실을 통해 청와대에 조 사장을 추천함으로써 사장이 됐다는 내용을 퍼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준희 사장은 이런 허위 사실을 유포한 그 기자를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명예를 훼손했다고 5억 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서부지법 이원신 부장 판사는 손해 배상 청구를 기각함으로써 소송에서 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전에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김병수 판사는 조 사장의 패소 이유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를 밝혔다고 한다.

"조 전 사장의 취임 배경 등 여러 의혹이나 의문점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게 판결인가. 이는 형사 소송의 기본을 망각한 나이롱 판결이다. 김병수 판사와 이원신 판사에게 한 가지만 묻고 싶다. 증거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가? 기자에게 있는가 아니면 조 사장에게 있는가? 의문점을 해소할 책임이 조 사장에게 있는가 아니면 허위 사실을 퍼뜨린 기자에게 있는가. 이래서 오늘날의 판사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이다. 여론의 눈치나 보다가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 시류에 영합하는 이런 판결은 법치를 파괴하는 것이다.

비록 우리나라가 성문법을 기축으로 법 적용을 운용하는 나라지만 똑같은 법조문을 놓고 판사에 따라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판결들이 우후죽순처럼 쌓여 간다면 판사의 판결에 대해 누가 진정으로 승복할 것인가.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의 판사들은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판사는 법에 따라 판결을 하는 직업이지 법을 만드는 직업이 아니다. 중고생들도 이런 류의 사안에서 증거 책임이 기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강 판사나 이 판사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이를 언론에 퍼뜨린 다음 강 판사나 이 판사에게 무혐의를 증명하라고 했을 때, 당신들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당신들이 무혐의를 증명하지 못하면 강 판사나 이 판사의 억울한 누명은 정당화 된다는 것인가.

또 한 가지가 있다.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 상태에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엊그제 첫 재판이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원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재판에 불출석할 의향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러나 담당 판사는 재판이라는 것이 본인이 참석하고 싶다고 하고 안하고 싶다고 안하는 것이 아니라며 참석을 명령함으로써 아픈 몸을 이끌고 재판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얼마 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불출석 재판을 받아들였다. 겨우 몇달 사이에 판사에 따라 혐의자의 재판 출석에 대한 자의권이 뒤바뀐 것이다. 어느 것이 정답인가. 이 모두가 나이롱 판사들의 나이롱 판결을 보는 것 같아 씁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