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6·12 회담의 成敗는 CVID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이 내미는 청구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달려 있게 된다. 북미회담을 원했던 것은 김정은이었다. 북한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자 트럼프는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윽박질렀고 이에 김정은은 꼬리를 내리고 회담에 응했다. 자신의 윽박질에 김정은이 고개를 숙였다고 생각한다면 트럼프는 진짜 어리석은 자다.

트럼프는 자신의 저서 <불구가 된 미국>에서 “직접 부딪혀서 얻어내고, 리스크를 최소화시킨다”고 주장했는데 금번에도 그의 그런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은 트럼프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 담긴 많은 원칙들이 선거운동에 활용되었다고 증언했다. <거래의 기술>에는 트럼프가 어떻게 삶을 꾸려왔는지 그의 활동 내역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김정은의 책사들은 당연히 이 책들을 독파했을 것이고 거기에 충분히 준비했으리라 본다.

6·12회담에서 트럼프는 CVID를 밀어붙일 것이고 김정은은 그대로 수용하리라 본다. 그다음에 김정은이 노리는 수는 무엇이 될까? 미국은 북한의 번영 플랜을 ‘먼저’ 제시했는데, 폼페이오는 “북한이 과감하고 신속하게 비핵화한다면 한국 수준의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뒤이어 볼턴도 “북한이 비핵화 작업에 착수하면 북한의 미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밝아질 것”이라고 했다.

며칠 전 공산권 카자흐스탄을 개혁·개방했던 방찬영 키메프대학 총장은 “북한에 최소한 年 300억 달러, 10년간 3000억 달러(320조 원)의 경제개발기금이 필요하다. 인프라 건설, 인력 자원 개발, 인력 동원 임금, 공공기관 설립, 개방의 부작용을 막을 사회보장제도 등에 소요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도 며칠 전 이런 글을 썼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은…북한이 핵 포기로 내밀 청구서는 2조 달러(약 2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도했다. 이 액수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투입한 돈과 그로 야기된 경제 손실을 기초해 산출한 것이라고 했다. 또 서독이 동독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지불했던 총비용 1조2000억달러를 참고한 것이라고 했다…
이 비용을 북한 비핵화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4개국, 즉 한국·미국·중국·일본이 향후 10년간 분담할 경우 GDP 대비 매년 한국이 18.3%, 미국이 1.7%, 중국이 1.6%, 일본이 7.3%일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의 경우 북한에 지원할 금액은 (한국) 국방비의 7.6배가 된다.』

결국 6·12 회담의 성패는 CVID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이 내미는 청구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달려있게 된다. 얼마를 요구할까? 당연히 최대한으로 요구할 것으로 본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내민 청구서로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은 다음 회담에서 결정하자고 하지 않을까? 그것은 김정은이 원하는 바이고 그렇게 시간을 벌게 되면 북한의 핵·미사일은 무르익어가게 된다. 김정은은 백악관으로 보낸 김영철을 통하여 “정상회담이 한 번에 그치지 말고 여러 차례 이뤄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는데 여기서 이미 그의 속내를 노출시키고 말았다.

6월1일 트럼프는 김영철을 만난 후 기자들에게 “미국이 (CVID)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이 그것을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중국이 도울 것이고, 일본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말의 의미는 중국과 일본은 마지못해 도울 것이고 CVID의 가장 큰 수혜국인 한국이 대부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날 한국 경제는 거덜나고 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가 그렇게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만일 문 대통령이 그리 못하겠다고 버틴다면 트럼프가 쓸 카드는 미군 감축 내지는 미군 철수다. 그 다음에 예측되는 것은 대한민국 大탈출과 혼란이다. 이것은 김정은이 가장 바라고 바라던 바다. 결국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한국 경제를 파탄내는 것, 이것이 김정은의 노림수임이 분명하다. 조선왕조가 망한 것은 국고가 비었기 때문이었고, 세계 역사에서도 국고가 비는 강대국은 모두 망했다. 문 대통령은 솔직히 ‘나의 책임’이라고 고백할까 아니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내세워 ‘트럼프 때문’이라고 핑계를 될까. 그는 자신이 김정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6·12 회담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김정은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트럼프에게 굴욕을 당하면서도 기어코 회담을 성사시키려 했던 이유가 바로 거기 있었다. 지금 그는 평양에서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원하는 바는 6·12 회담이 깨지는 것이다. 그 이유는 회담을 원했던 측이 김정은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핵 두 방에 두 손을 들고 지금까지 미국에 순종을 잘하듯, 트럼프도 김정은 스스로가 두 손을 들게 만들기를 나는 고대(苦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