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神政체제가 빵 앞에 무릎을 꿇을지 두고 볼 일이다. 나는 일전에 <“이게 웬 떡이냐”로 싸움판 벌어진 북한>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스파이 브릿지>를 백악관 보좌관들이 꼭 보기를 원했다. 이 영화를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으로 핵무기 전쟁의 공포가 최고조에 오른 1957년에 소련의 스파이 루돌프 아벨이 FBI에 체포되면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의 변호를 맞았던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은 판사에게 찾아가 “혹 필요할 때가 있을지 모르니 사형만은 면케 해달라”고 협상한다. 때마침 CIA의 소속 U-2기가 소련 상공에서 항공촬영을 하다가 소련 의 미사일에 맞아 격추를 당한다. 조종사는 출격 前 만일 격추를 당하면 자폭을 하든지 독침을 찔러 자결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그는 그리하지 못하고 생포가 되고 만다.

CIA 국장은 도노반에게 소련 스파이 아벨과 U-2기 조종사를 맞교환하는 협상에 나서달라고 부탁한다. 때마침 동독에서 유학을 하던 미국 예일 대학생이 체포되어 구금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도노반은 동독 법무부로 찾아가 학생을 석방시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동독 측에서는 소련 스파이 아벨과 맞교환하자고 요구한다. 동독 정부가 대외적으로 주권 국가로서 인정받기 위해 그런 협상카드를 내놓은 것인데 도노반이 이에 OK를 한다.

다음 날 소련 측 협상대표인 이반 쉬치킨이 아벨과 U-2기 조종사를 맞교환하자고 연락한다. 그는 KGB의 서유럽 책임자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맞교환이 성사되자 동독 측에선 화를 내며 어제 협상은 없었던 일로 하겠다며 도노반을 서베를린으로 추방한다.

서베를린에서 기다리던 CIA 간부는 아벨과 U-2기 조종사의 맞교환이 성사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했지만 도노반은 1:2 교환이 아니면 안 된다며 CIA 간부와 갈등을 빚는다. 다시 동베를린으로 넘어간 도노반은 법무부장관 비서에게 U-2기 조종사와 유학생 모두를 넘겨주지 않으면 아벨과의 맞교환은 없을 것이며, 아벨이 소련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소련이 알게 되면 당신의 장관은 책임추궁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오늘 밤까지 연락이 오지 않으면 협상은 없던 것으로 하겠다며 못을 박는다.(여기까지는 트럼프와 유사하다)

서베를린으로 돌아온 도노반이 이런 사실을 CIA 간부에게 전하자 간부는 다 된 밥에 재를 뿌렸다며 펄펄 뛴다. 그러나 결국 도노반은 1:2의 교환을 성사시킨다. 포로를 교환하기로 한 ‘글리니케 브리지’에서 도노반의 막판 버티기는 큰 감동을 준다. 공산 독재자들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를 배우고 싶다면 이 마지막 장면을 잘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탁월한 협상가’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다. “성공하고 싶을 때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지구력이다”라고 사무엘 존슨은 말했다.

소련과 동독은 빵 문제로 무너졌다. 중국은 무너질 뻔했다가 등소평이 흑묘백묘(黑猫白猫) 정책을 펴면서 기사회생(起死回生)을 했다. 이런 사실을 보고 트럼프와 폼페이오는 김정은에게 당근 작전으로 나가면 성공할 것으로 믿는 것 같다. 문제는 김정은이 집안의 家寶(핵·미사일)를 트럼프가 내미는 엿(경제지원)과 바꾸어 먹겠느냐는 것이다. 핵·미사일이 사라지면 북한은 약소국가 중 하나로 취급당하는데 김정은이 그걸 감수하겠느냐는 것이다. 과연 神政체제가 빵 앞에 무릎을 꿇을지 두고 볼 일이다. 세상에는 우리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다.

트럼프는 자서전 격인 <거래의 기술>과 <불구가 된 미국>에서 자신의 생각을 엿장수처럼 너무 많이 떠벌였다. 당연히 김정은의 책사들은 이 책들을 독파했을 것이고 거기에 충분한 대비를 했을 것으로 본다.

트럼프와 폼페이오가 그렇게 줄기차게 주장해오던 CVID는 美北공동성명서에서 빠졌다. CVID가 아니면 문을 박차고 나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트럼프는 시간이 없어서 그 문구를 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CVID 문구를 넣는 데는 1분이면 족하다. 그런데 왜 넣지를 못했을까? 영화 <타짜 2>를 보면 고광렬이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때론 한 끗이 장땡을 이길 때도 있는 법이야…타짜는 말이야. 패를 읽는 게 아냐.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