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퍼주기는 우리도 망치고 북한도 망칠 것이다. 퍼주고 싶으면 그냥 퍼주어라. 시대정신이라는 스스로도 민망한 말일랑 쓰지 말고. 요사이 젊은이들은 '민주화'란 말을 본디의 민주화 의미하고는 전혀 딴판으로 사용한다 '민주화시켰다'는 말에서 보듯 민주화를 나쁘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민주화운동. 민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민주'가 든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겠는가?

민주화 類들이 가장 애용하던 단어가 '시대정신'이었다. 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시대정신을 민주화쯤으로 사용했는데 자기네의 전유물로 갖고 논 언어였었다. 그런데 지금 보다시피 시대정신이란 말을 들고 흔들던 자들이 시대정신대로 산 자가 없는 터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도리어 그것과는 역행하여 문명사의 쓰레기통에 처박힌 공산주의를 신봉하고 있다. '시대정신'은 민주화란 말과 함께 이미 한물 갔을 뿐만 아니라 부정적 용어로 비쳐지고 있다. 그렇게 한참 외면당하는 단어인 시대정신을 대통령이 썼다. <文 "공동번영이 시대정신"… 남북경협 문 여나> 오늘 조선닷컴의 머리기사 제목이다.

문 대통령이 민주화운동을 얼마나 했고 시대정신에 얼마나 투철했는지 모르지만 오물통에 처박힌 시대정신을 또 다시 꺼내든 이유가 무엇이겠나? 국민을 편가르기하자는 의도이다. 시대정신이란 것만큼 주관적이고 억지스런 언어도 드물 것이다. 시대정신이란 말은 자기 주장을 남에게 강권하거나 자기 주장에 내포된 허위를 감추고자 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위대한 무엇으로 포장할 때도 쓴다. 문재인이 북한에 퍼주려는 것이 자기딴에도 무리수로 보이니 엉뚱한 시대정신이란 말을 끌어대 정당화하고 위대화한 것이다. 그리고 공동번영이라는 예쁜 말로써 분칠했다.

한국인에게는 유학적 생활윤리가 몸에 배어있어 인간으로선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조차 이루려고 한다. 그 한 예가 동족 관념이고 동포 사랑이다. 종교적으로야 원수를 미워하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사람치고 원수를 미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하면 할수록 자기만 힘들어진다. 이때는 애써 사랑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그냥 인간 본성에 맡겨 버리면 그만이다. 왜 우리는 우리를 미워하는 북한정권마저 사랑해야 하며 왜 좋은 관계를 만들려 항상 노력해야만 하는가? 惡人과는 잘 지내려 할 필요가 없다. 惡을 미워하는 것이 곧 善이자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그런 그들에게 퍼주는 것이 왜 시대정신이며 공동번영인가?

사업가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망해 버린 경우가 흔하다. 이젠 퍼주기를 넘어 공동번영이란 미명 아래 북한까지 먹여살리게 되었고 적은 수입으로 두 집 살림을 하게 되었다. 질정(質正) 없이 하는 북한 퍼주기는 우리도 망치고 북한도 망칠 것이다. 이게 시대정신인가? 자기들의 시대이니까 자기네만의 시대정신인 것은 맞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선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홍준표)며 한탄하고 있으니 잘해봐야 반쪽짜리 시대정신인 것이다 시대정신 류들은 자기들이 야당일 땐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인정하라. 협치하자 했다. 그랬으면서 한판 선거에 이겼다고 국민과 국가 그리고 역사 앞에서 참람하게 놀고 있다. '시대'와 '정신'까지도 참칭한다. 퍼주고 싶으면 그냥 퍼주어라. 시대정신이라는 스스로도 민망한 말일랑 쓰지 말고.

문재인은 자기의 언동에 부당하게 큰 가치를 부여하는 나르시수스(Narcissus)가 아닌지 살펴보기를 권한다. 그 길을 걷다가 엎어진 전임자가 없지 않으니 해주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