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의 진영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가치와 이념을 중심으로 뭉치지 않는 한 보수 우익의 재건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망했다는 것은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수가 망했다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이번 지방 선거는 탄핵 정국의 연장 선상에서 치러진 것이었고 촛불 난동의 여진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가운데 보수 전체에 대한 심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당권에 도전한다는 정우택 의원은 이번 지방 선거의 패배 요인으로 홍준표 전 대표의 막말과 품격을 거론 했지만 당권에 도전한다는 인물이 그 정도의 저급한 현실 진단에 대해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탄핵 정국 이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손을 놓고 방관만 하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여당의 독주에 반발하여 견제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낸 사람은 대변인을 제외하고 그래도 홍준표, 나경원, 김진태 의원 정도였고, 나머지 의원들은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그들의 존재 자체를 모를 정도였다.

홍준표의 막말의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직선적인 표현이 몇번 있었지만 대부분은 야당으로서 꼭 해야 될 말들로서 견제적 성격의 메시지들이었다. 좌파들과 좌파에 영합하는 언론들이 품격 운운하여 홍준표의 메시지에 낙인을 찍었고 여당 내에서는 이들의 선전전에 대항하기는커녕 오히려 편승하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홍준표 대표가 궤멸 상태에 있는 보수를 재건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이었다. 난세를 헤쳐나갈 의제 설정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좌파들은 물론 북한 공상당, 그리고 우파 내의 분열 세력들까지 합세하여 난타를 하는데 그것을 돌파해 갈 수 있는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번 지방 선거의 패배가 홍준표의 품격 때문이라는 진단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선거 패배의 희생양 찾기에서 홍준표를 제물로 삼아 보수가 확장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잘못된 방향이기도 하지만 실효성이 없는 전략이다.

몇몇 초·재선 의원들이 과거 10년 동안 보수 몰락을 자초하는데 책임이 있는 인사들의 정계 은퇴를 주장한 것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친박 핵심으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장우 의원 같은 사람이 이들 초재선 의원들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그들 그룹에 편승하려는 발언을 보고 자유한국당의 구제 불능 가능성이 확인된다

이번 지방 선거는 분별력을 상실한 보수 참칭 유권자들에게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이 들은 마치 좌파들이 심어 놓은 간자들처럼 우파 분열에 혈안이 되어 같은 우파 인사들을 비난하는데 너무도 열심이었다. 보수 이간질을 증폭시키는 가짜 뉴스들을 퍼나르며 우파 비난에 날밤을 새우는 사람들 정말 진저리가 난다. 누구의 말대로 이들이 모두 죽어야 보수가 살아날 것 같다는 극단적인 비판이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세상에 끝없이 오르는 것도 없고 끝없이 내려가는 것도 없다. 언젠가는 기세 등등한 좌파들도 곤두박질치는 날이 오고 침체된 보수 우익이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날도 오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인가 하는 것이다. 보수 우익에게 주어진 사명은 그 시간을 단기간으로 줄이는 일이다.

여기에 글을 쓰면서 여러번 언급을 했지만, 사람 중심의 진영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가치와 이념을 중심으로 뭉치지 않는 한 보수 우익의 재건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는 것은 지도자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보수 우익을 참칭하는 성원들의 문제이며,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수준의 문제다. 지금 세상이 어느 시대인데,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박정희 같은 탁월한 지도자만 기다리고 정도령 같은 수퍼 파워가 도래하여 보수 우파를 구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는지 너무도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