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투사정신이 필요할 때이지 패배의식에 쩐 '참패'라 말할 때가 아니다. 자기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면 상대는 더욱 깔보고 비웃는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처럼 말했다. “보수 진영이 단지 새 집을 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단 한 톨도 남김없이 모든 것을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 (6·13 지방선거) 참패 원인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만들어내지 못한 내부에 있다.”

하나마나한 말이다. 저런 말을 누군들 못하겠나? 말을 저렇게 하면 자기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말을 한 것이 되거니와 보수를 꾸짖을 자격을 가졌다는 말을 한 것이 된다. 양계초(梁啓超)는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이라 했다 천하흥망에는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으니만큼 원희룡에게도 보수 패배의 책임이 있다. 필부로서의 원희룡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좌파적 행보를 보인 지사 원희룡에게는 더 큰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경꾼이 남말하듯이 말한 것은 책임 모면이거나 지력 부족이라 하겠다.

원희룡 씨는 "참패 원인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만들어내지 못한 내부에 있다”고 했다. 아니다 만들어내지 못해서 진 것이 아니라 기왕에 있는 것을 지키지 못해서 졌다. 이미 있는 것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무슨 가치와 비전을 다시 만들어 낸단 말인가? 설사 만들어 낸단 한들 중도를 하자거나 보수 가치를 버리자는 것밖에 더 만들 게 없다. 보수가 지금 지니고 있는 가치와 비전은 남달리 훌륭한 것이다. 그것을 잘 지켜나가자고 말해야 할 마당에 다른 집으로 이사가자는 투로 말한 것은 보통 큰 일이 아니다. 자기의 정체성을 버리자는 말이겠기에 어쩌면 비겁성도 있어 보이는 말이라 하겠다.

선거에 이긴 쪽이 진 쪽을 향해 '참패'라 한다 하여 그리고 언론도 '참패'라 쓴다 하여 패자(敗者)도 덩달아서 '참패'라 하는 것은 안 그래도 아픈 상처에 소금 뿌리는 꼴이자 자기 비하이다. 지금은 투사정신이 필요할 때이지 패배의식에 쩐 '참패'라 말할 때가 아니며 그동안 참패라 말해 왔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자기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면 상대는 더욱 깔보고 비웃는다. 노무현은 대통령 재임시 33 :0으로 지고서도 "그것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저런 결기가 필요할 때이다. 본디 결기 부족이 한국당의 약점이었으니 이제라도 결기를 길러보는 것은 어떠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