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삶에 여유가 없고 머리에 든 게 없으면 곧장 싸우려고만 덤벼든다. 사나운 것은 강한 게 아니다. 회원
러시아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팀은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세 번의 경기로 막을 내렸다. 두 게임에서 연달아 패하면서 신태용 감독을 향한 국내 팬들의 분위기는 험악했다. 다행이랄까 세 번째 맞은 독일과의 게임에서 의외의 승리를 거두자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도리어 칭송이 자자하다. 신 감독으로서는 아마도 지옥으로 떨어졌다가 건저져 무등에 탄 기분일 듯하다.

흔히들 지적하던 냄비 근성이 여기서도 나타난 것이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27일 러시아에서 가진 한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의 힘을 여론이 분산시켰다"라고 주장했었다. 평가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자 본 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신 감독에 대한 온갖 비판이 쏟아진 분위기를 지적한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기적과 같이 독일팀을 꺾자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이번에는 일본을 걸고 들었다. "16강 떨어져도 박수받은 한국, 16강 오르고도 야유받은 일본'이라는 한 신문의 기사 제목이 보인다. TV 중계석에서 한 한국 해설가는 "일본이 추하게 16강 갔다"라고 야유를 퍼부었다.

일본이 밥 달랬어, 응원해 달랬어? 일본 팀은 나름대로의 전략을 성공시켜 16강에 들었는데 이웃 나라 국민들이 축하는 못해줄망정 이런 야유를 퍼부어대다니 이는 무슨 심보인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알까 지레 부끄러워진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일본보다 나아지는가?

일본인들은 세계인들로부터 1등 국민으로 칭송과 환영을 받고 있다. 국가적 경제력이나 기술력 등 그 어느 모로 봐도 일본은 우리가 부러워하고 배워야 할 상대이지 야유나 퍼부을 상대가 아니다. 우리 이제라도 제발 주제 파악 좀 하고 살자. 이렇게 해서야 앞으로 천년이 간들 일본을 따라잡겠는가?

그리고 냄비근성 좀 버리자. 사람이 삶에 여유가 없고 머리에 든 게 없으면 곧장 싸우려고만 덤벼든다. 사나운 것은 강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