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나 진실이 아니라 쌈 잘하는 놈이 언론사에서도 대접을 받을 정도로 한국 언론은 타락해 있다고 보여진다. 10년 전쯤의 이야기다. 모 일간지 신문 인터넷 판에 메인으로 올라온 칼럼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해당 신문사의 논설위원이 쓴 칼럼으로서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는 한국은행의 통계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의 칼럼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의 글을 찾아 정확한 글 내용을 인용하고 싶지만 그를 공개적으로 망신 줄 가능성도 있어 기억에 의존하여 그 글 내용을 인용한다.

그 논설위원은 그의 칼럼에서 대강 이런 내용으로 글을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는 지난 분기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경제 성장을 시현하였다. 우리나라의 장관중에는 이른바 명문대 출신이 X%인데 이들의 행정력은 세계 꼴찌다.' 그 칼럼은 경제 성장이 꼴찌였던 사실과 명문대 출신의 무능의 상관 관계를 염두에 두고 논리를 전개하면서 한국의 교육 문제를 실랄하게 비판 하고 있었다. 한국의 교육문제에 대한 비판은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 내용중에도 지나치게 실험적인 검증되지 않은 주관적 견해들이 나열되어 있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가 이 글을 쓰기 위하여 서두에서 시작한 문제 제기에 논리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논리라는 것은 아무것이나 갖다가 얽어매어 그럴 듯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논리라는 것은 형식 논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 구문 하나에까지 유효성, 진실성, 개관성 등이 함유되어 있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명문대학을 옹호하기 위한 글도 아니요. 그가 생각하는 교육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명문대학 출신들 중에 똑똑한 사람들이 많고, 또 그렇게 될 확률도 높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명문대 출신중에도 세상 이치에는 어두운 석두(石頭)들이 많음을 보게 된다. 세상에는 보잘 것 없는 학력의 소유자에게서도 때때로 현자의 지혜를 엿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필자는 인생의 배움의 길을 마라톤으로 비유한다. 명문대에 들어갔다는 것은 예를 들면 80km 장거리 인생 코스에서 18km 지점에서 앞서 있었다는 정도로 인식한다. 제도 교육이라는 것은 우리의 인생살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배우는 것에 불과하다. 세상에 나오면 실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인생 학습의 거의 대부분은 세상에 나와서 배우게 된다. 18km 지점에서의 승패를 가지고 평생 동안 욹어먹는 사람은 인생 말년에는 석두가 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반면에 겸손한 마음으로 평생동안 세상에서 배우고 깨우치면서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에게서는 연륜의 지혜와 학식의 향기가 묻어난다. 인생 말년을 관찰해 보면 명문대 출신중에서도 이같은 삶의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본론으로 되돌아가서, 필자는 그 논설위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개인적으로 한번도 언론에 나타난 글을 보고 그런 반론성 이메일을 보낸 적도 없었고 그 후로도 그런 반론을 이메일로 보낸 적이 없지만, 마침 글 말미에 그의 이메일이 있어서 심심하던 차에 반론 같은 것을 보냈다. 그 반론은 대강 이런 것이었다.

'귀하의 교육 정책에 대한 글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경제 성장과 명문대의 이야기를 서두에 꺼낸 것은 조금 엉뚱한 것 같다. 장기간을 대상으로 명문대와 비명문대의 내각 구성 비율과 경제 성장률간의 상관 관계를 연구한 객관적인 결과가 없이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비록 본인이 직접 연구한 것이 아닐지라도 어느 학자가 그런 연구를 했다면 그 출처를 밝혀 주시면 좋겠다.'

뭐 대강 그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던 것 같다. 그후 그의 답신이 왔다. 주절주절 변명으로 일관된 내용과 자신의 노력으로 뭐뭐 하는 제도가 정착되었으며 한국 교육에 자신이 여러 가지로 기여한 내용들을 보내왔다.

필자의 답은 이랬다.

'다음 분기에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다른 OECD 국가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면 그때는 무슨 내용의 컬럼을 쓰시겠습니까? 첫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그 동안 귀하가 써 왔던 칼럼들을 보니 모두 이런 식의 칼럼을 써 왔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다음 분기에 귀하의 글은 생명을 다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귀하의 전공이라는 교육 문화 같은 내용의 글을 쓰는 것은 좋지만, 알지도 못하는 정치 경제 이런 것을 아무데나 갖다붙여 어리석은 독자들을 오도하는 행위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용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식의 글을 계속 쓰려면 차라리 논설위원 자리에서 물러나세요.'

무료하던 차에 조금 도발적인, 안해도 될 말을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디서 망발을…' 하며 답신이 왔다. 이 메일을 통한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평소에 그 논설위원의 이름을 잘 모르던 필자는 조금 맹랑한 분이구나 생각하면서 그후 그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평소 폴더폰을 가지고 있던 필자는 스마트폰으로 바꾼 이후 말로만 듣던 유튜브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된 후 우연하게 그 논설위원이 어느 대학교수와 친일문제를 두고 토론하는 것을 지켜 보았다. 어느 세미나의 패널로 등장한 것으로 보였다. 상대 교수가 어떤 내용인가를 말하자, 엄청난 속도로 그 교수의 발언에 대해 반박을 시작하였다. 말의 속도는 물론이고 목소리의 크기로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하고 있었다. 상대가 반론을 제기할 틈도 전혀 주지 않고 속사포를 작렬시키자 그 교수가 머뭇거리며 당황해 하는 사이 사회자는 다른 패널에게 기회를 주는 모습이었다.
이런 엉터리 사회자도 문제지만 언론인 더구나 논설위원이라는 사람이 상대방의 주장이나 시각에 대해 차분하게 논리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마치 아낙네 말싸움 하듯이 말의 빠르기와 목청으로 제압하려는 태도를 보고, 그 전에 필자와 이메일로 잠깐 대화했던 기억이 나서 쓴 웃음을 지었던 일이 있다. 그후 이 토론에 대해 SNS에 떠돌아다니는 내용들은 모 교수가 아무개한테 묵사발이 되었다는 식의 내용들이었다. 실제로 묵사발이 되기는 했지만 그것은 논리나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으로서 속사포와 목청 그리고 입막음으로 상대방의 반격을 모면한 것 정도였다.

요즘 모든 언론은 정론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너무나 많은 언론이 우후죽순처럼 번지다 보니 무자격 함량 미달의 인사들까지 언론인 행세들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논리나 진실이 아니라 쌈 잘하는 놈이 언론사에서도 대접을 받을 정도로 한국 언론은 타락해 있다고 보여진다.

신문사는 그렇다 치고 공영방송이라는 MBC 같은 곳에서도 경륜이나, 학식이나, 경영 능력이나 어느 것 하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최승호가 광우병 거짓 프로그램으로 좌익 진영에 기여했다는 사실과 6개월 동안 불법 파업 과정에서 선봉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사장이 되었다. 그런 외눈박이 편견에 사로잡힌 인물이 어떻게 제대로된 인사들을 골라 조직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한다는 짓이 부역을 했느니 파업을 했느니 하면서 oo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언론인은 무슨 언론인? 실력으로 커버가 안되니 엉뚱한 기준이나 억지 논리를 만들어 생존해 가는 그저 그런 사람들일 뿐이다. 글 중에 부적절한 단어가 있지만 최승호에 어울리는 단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으니 할 수 없이 사용하게 되었고, 어느 논설위원과의 에피소드가 본의 아니게 최승호의 문제로 비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