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사치의 천박한 계산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렸다는 것이 서럽다. 트럼프가 가장 시달림을 받는 것 중 하나가 미국 언론들이 내놓는 '가짜 뉴스'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가짜 뉴스란 眞僞(진위)를 따지는 게 아니라 트럼프가 가짜라고 공격하는 뉴스를 말한다. 즉 트럼프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뉴스들이다. 굉장히 신경질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김정에 대해 그런 가짜 뉴스가 없다. 찬양 일색이다. 또한 트럼프가 엄청난 부자라고 하지만 김정은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김정은은 2400만여 명의 사실상의 하인들까지 두고 있다. 물론 트럼프로서도 자기 명령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김정은의 하인들은 무조건적 복종인 반면 트럼프의 수하들은 그렇지가 않다. 최측근으로 있으면서도 뜻이 맞지 않으면 '바보 얼간이'라며 빈정거리니 이런 경우 당장 아작을 내버릴 수 있는 김정은이 부럽기도 할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트럼프의 행적이나 현재 모습에서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렇게 할 수 없음에 김정은을 부러워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세간에서는 그를 '협상의 달인'이라고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갑질의 달인'으로 비친다. 자기보다 약하게 보이는 상대에게 윽박질러 이익을 취하는 방식은 협상이 아니라 갑질이다. 이러한 갑질은 독재와 맥을 같이한다. 김정은과 만나기 전에는 당장 어떤 결단이라도 낼 듯이 떠벌이다가 막상 만나고 나서는 더없이 부드러워졌다. 동지애를 느낀 게 아닌가 여겨진다.

한국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이를 잘 나타낸다. 동맹의 가치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한미 FTA'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한국이 약자인 점을 노려 마구 윽박지르려는 태도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중시하는 자유·인권에 대한 개념도 희박하고, 휴머니티도 없다. 신의(信義)도 없다. 한국보다는 북한을 더 좋아하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사람이 분명하지가 않다. 아첨꾼을 좋아하고 충신(忠臣)은 멀리한다. 천성이 과묵하지 않고 떠벌이다. 그저 약한 자를 뜯어먹을 궁리나 하는 천박한 장사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다. 마침 한국에서 좌익 정권이 들어서 트럼프로서도 예기치 못할 난감한 입장에 부딪힌 것 같다. 그렇게 나오면 한국 측에서 '형님, 형님, 형님만 믿습니다'라며 매달려야 하는데 좌익 정권 분위기가 그렇지가 않다. 박정희 같이 자주국방을 외치며 우리도 핵 개발하겠다는 식도 아니고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슬슬 뒤로 자빠지고 있으니 게임이 이상해지고 갑질의 약효도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늙다리 장사치의 천박한 계산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렸다는 것이 서럽다. 박정희의 자주·자립 정신이 이어졌더라면 이런 꼴은 안 당할 수 있었을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