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이 세운 정권을 탄핵해주십시요 하고 헌법재판소에 읍소하더니 이제는 아예 黨을 죽여주십시요 하고 나서는 꼴이다. 이회창 前 총리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 물망에 오르자 그에 대한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럴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대중들로부터 받는 반응에 好·不好의 양면이 있다. 필자도 이 前 총리가 최선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땅한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름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선책을 얘기하는 것이다.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본론에 들어가겠다.

첫째, 이 前 총리가 비대위원장이 된다고 해서 대선(大選)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비대위원장은 당 장악력이 필수이며,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면 좋을 것이다. 이 점에서 지금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 중에는 가장 낫다는 것이다.

둘째, 이 前 총리가 대선에 세 번이나 도전하여 실패한 것을 두고 '실패한 인물'로 낙인찍으려는 듯한데 살펴볼 여지가 있다. 그가 대선에 실패한 이유에서 아쉽거나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대개 알고 있다. 1차(1997년)에서는 이인제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불복하고 나와 표를 잠식한 게 결정적 패인이었다. 당시 개표 결과는 김대중 40.3%, 이회창 38.7%, 이인제 19.4%로 만약 이인제가 경선에 승복했더라면 약간의 이탈표를 감안하더라도 이 前 총리가 50%를 훌쩍 넘는 득표율을 거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2차(2002년)에서는 김대중 정권에서 조직적으로 이회창 낙선운동에 나섰다. 특히 김대업을 내세워 이회창 아들이 병역을 기피했다는 거짓 폭로를 사주하여 치명타를 입혔다. 그리하여 안타깝게도 근소한 차로 또 실패했다. 물론 본인의 덕이 좀 부족했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대세를 그르친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대선 실패의 책임을 전적으로 그에게 돌리기는 아쉬운 점이다.

이 前 총리가 자유한국당에 대해 '예의가 없다'라고 일갈한 것을 두고도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신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누군가의 입을 통해 소문 먼저 돌고 있는데 대해 불쾌감을 나타낼 수 있다. 김용옥·유시민에서부터 '소나 키우겠다'는 가벼운 자들이 마구잡이로 물망에 오르내리다 보니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초빙은 지금 희화화(戱畵化)되고 있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아직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제대로 된 칼잡이가 필요한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 전 총리가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것이 천추(千秋)의 한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우선 兩金 정치는 손보아 단절시켰을 것이고, 따라서 지금 김영삼 찌꺼기들이 탄핵에 앞장서고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꼴은 안 봐도 되었을 것이다. 또한 '5·18 사태 처리'를 비롯한 좌익들이 번성할 온상을 지어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를 생각하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지금 그가 세상을 되돌릴 수는 없다. 적어도 보수우익이 지금 어떤 문제에 봉착해 있는지를 제대로 짚고 차세대를 구성하는 데는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역시 가장 큰 문제 해결점은 현 자유한국당 실력자들이 모두 백의종군(白衣從軍)의 충정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땅한 인물들을 찾아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격식을 갖춰야 한다. 껄렁패들처럼 건들거리며 김용옥·유시민을 입에 올리고 있으니 뭘 하겠다는 것인지 한심할 따름이다. 자기들이 세운 정권을 탄핵해주십시요 하고 헌법재판소에 읍소하더니 이제는 아예 당을 죽여주십시요 하고 나서는 꼴이다. 바닥이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탈출할 계단을 찾으려면 한참은 더 헤매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