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前 정권까지 포함해 '남 탓'을 한 것은 '경제 無能'에 '눈치 무능' 하나를 더 보탠 것이다. 남 탓이란 말이 본격적으로 회자된 것은 노무현 정권 때부터였다. 노무현 정권이 하도 남탓을 해댄 바람에 그리 되었는데 그 때문에 국민의 심성도 많이 나빠졌을 듯하다. 노무현 정권에서 관료를 하던 이가 문재인 정권에서도 고위 관료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 남 탓 전문성도 녹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고용 문제 등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서도 의외로 문재인 정권은 남 탓을 하지 않아 왔고 당연한 이것이 차라리 신기해 보였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남 탓이 기어이 나오고 말았다.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불복종을 선언하고 편의점 협회가 동시 휴업을 하겠다고 해서인지, 그 하루 만에 여당이 이명박과 박근혜 탓을 하고 나선 것이다. 오늘 조선닷컴 헤드라인에 <<與 "MB·朴정부 때문에 고용 위기… 뼈아프다">>는 기사 제목이 있고 그 서두는 이렇다 <<여당 지도부가 12일 심각한 고용난에 대해 "뼈아프다"고 하면서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를 꼽았다. 규제 개혁이 더딘 이유에 대해선 "야당의 비협조"를 지적했다>>

결론부터 말해서, 저들이 남 탓을 하고 나선 것은 고용 위기에 항복을 했다는 뜻이다. 자기네 능력으론 어쩌지 못하겠다고 두 손 들었기 때문에 물귀신 작전으로 남 탓을 들고 나온 것이다. 많은 국민은 '남 탓'이 지겨워서 남 탓하는 자를 먼저 나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前前 정권 탓까지 한 것은 국민에게 배 째라 대든 것이라 하겠다.

노력을 하다가 하다가 안 되면 "미안하다. 내 나름으로 열심히 했지만 성과가 없다."는 정도의 말만 해도 선량한 우리 국민은 대부분 돌을 던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외면, 남탓을 한 것은 경제 무능에 눈치 무능 하나를 더 보탠 것이다. 시거든 떫지나 말아야 한다. 시면서 떫으면 쓰레기통에 버리기 밖에 더 하겠는가?

사람은 남 앞에서도 정직해야 하지만 우선 자기 앞에서 정직해야 한다. 남 탓하는 것은 남도 속이고 자기도 속이는 병(病)이다. 그 병이 어제 오늘 된 것도 아니려니와 노무현 정권 이후 겨우 10년 만에 도진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