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열심히 찍고 난초 명명식에 가는 것도 좋지만, 생각도 좀 하고 배우고 느끼는 게 있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20대 중반이던 94년경에 처음 싱가포르에 갔었다. 미얀마의 양곤(당시 수도)에서 고생하다(?) 싱가포르에 도착하니 천국에 온 것 같았다. 공항까지 픽업하러 나와준 아버지뻘 되는 고위 任員이 차 안에서 물었다.

“싱가포르 오니까 좋지?”
“예.”
“뭐가 다른 것 같애? 미얀마하고 비교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정치 잘하고 못하고 차이야….”

지금도 젊은 시절 들은 이 말이 늘 가슴에 와 닿는다. 미얀마 사람들이 싱가포르 사람보다 지능이 낮은 것도 아니고 게으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원이나 영토로 따지면 싱가포르보다 더 잠재력이 많은 나라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논리로 한국사람이 대만사람이나 태국사람보다 특별히 더 똑똑하거나 하루에 일을 몇시간씩 더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실제 필리핀이나 태국의 지식인들을 만나보면, 자기들도 박정희나 정주영, 이병철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지금 한국처럼 잘살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정치 잘하고 못하고에 따라 국민의 팔자가 달라지는 克明한 例는 바로 南北韓이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같은 민족임에도 지도자가 정치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팔자가 하늘과 땅만큼 달라졌다.

싱가포르는 김정은도 가서 보았고, 김정은이 갔던 그 자리에 문재인도 갔다고 한다. 동남아에서 정치 제일 잘한 나라를 몸소 보면서 두 사람이 많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도 정치 잘해서 이렇게 잘사는 나라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특히 김정은이 했으면 좋겠다. 싱가포르에 빛나는 한국 기업들의 네온사인을 보며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 제일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각오를 문재인이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이고, 관심있는 만큼 느낀다는데, 기업경영에 대해서는 門外漢이나 다름없는 문재인이나, 국가 경영자로서 어떠한 검증도 받지 않은 주제에 스스로 조선의 지도자임을 자처하는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과연 얼마나 감동을 받았을지는 실로 회의적이다.

김정은이나 문재인이나, 성장의 主엔진은 기업이고, 기업이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고, 그걸 잘하는 게 좋은 정치란 것을 싱가포르에서 배웠으면 한다. 박정희, 등소평, 리콴유는 사회발전의 원동력을 기업의 가치생산능력의 확장에서 찾은 사람들이다.

셀카 열심히 찍고 난초 명명식에 가는 것도 좋지만, 생각도 좀 하고 배우고 느끼는 게 있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봉금 받는 사람의 처지만 염려하지 말고 봉급 주는 사람의 경쟁력도 고민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