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편과 敵(?)의 형편을 바로 볼 줄 알면 승산이 있다. 신화는 신화로 보존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박정희 정신을 찾아야 한다. 한국에서 보수우익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또한 박정희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은 어떤 존재이며 그의 정신은 어떤 것인가?

나무에 비유한다면 대한민국의 뿌리와 줄기가 바로 보수우익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이 땅에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 나무를 꽂았다면 뿌리를 내리고 올바른 줄기를 세운 이는 박정희다. 따라서 이승만·박정희는 곧 대한민국이다. 좌익은 이 줄기에서 뻗어나간 가지요 잎이다. 과감히 잘라내거나 웃자라지 못하도록 단단히 묶어놔야 하는데 방심하다가 줄기보다 굵어져 버렸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 자기들이 줄기가 되려 하고 있다. 이 좌익의 새로운 뿌리내림이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소멸됨을 뜻한다.

한국의 보수우익 세력은 대한민국이라는 튼튼한 기반 위에서 호사를 누려왔다. 비유하자면 박정희 배터리(에너지)로 지금까지 귀족 행세를 하며 살았다. 노력했으니 누릴 만한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에 안주하여 거칠고 막무가내식이며 끈질긴 좌익의 공격에 마냥 달래고 포용하려다 에너지가 고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지막 남은 에너지마저 박근혜 탄핵 와중에 모조리 방전되고 말았다. 좌익이 귀족이 되고 우익은 부속물이 되어 있는 형편이다.

한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이렇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보수와 한국당은 박정희 시대의 근대화, 성장, 경제발전이라는 가치 틀을 유지해왔는데 이게 어느 정도 충족되지 않았느냐? 그러면 어떤 다른 가치를 내놓아야 하는데 이것을 못했다”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우익 일부에서 '박정희 흔적 지우기' 속셈이라고 반발한다. 결코 그렇지가 않다. 정확한 지적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지는 39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분의 생시 모습을 현재 20~30대는 본 적도 없고 40대는 봤다고 해도 너무 어려 기억도 못한다. 50대도 중반까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할 것이다. 이들에게 박정희 업적을 아무리 강조해봤자 그저 전설과 같은 얘기일 뿐이다. 하물며 전교조 출범 30여 년 동안 '박정희=독재자'라는 등식을 머릿속에 각인시켜 놨는데 이들을 상대로 박정희 정신 운운하려다 수구꼴통이라 조롱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오늘 노회찬 국회의원의 타계를 전하면서 대부분 언론들이 그에 대한 덕담으로 "고등학생이던 1973년 당시 유신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면서…"라는 이력을 소개했다. 고등학생이 뭘 안다고. 이처럼 '박정희 정권' 하면 '유신 독재'가 따라붙고 당시 반정부 운동에 가담한 이력은 덕담이 되었다. 감옥에라도 갔다 온 경우 이는 훈장보다 더 빛을 발한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박정희의 흔적은 이렇게 왜곡되고 조작되어 그분의 이름을 욕되게 할 뿐이다.

박정희는 이제 위인전기 속으로 보내야 한다. 그렇더라도 그분이 남긴 유산은 대한민국이 존속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하면 된다'는 박정희 정신은 우리 민족에 유전인자가 되어 맥맥히 흐를 것이다. 누가 지운다고 지워질 성격의 것이 아니다. 다만 보수우익도 시대가 변하는 데 따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박정희 이름을 팔아 현상 유지나 하겠다는 것이 박정희 정신일 수는 없다. 시대에 필요한 올바른 대응이 박정희 정신인 것이다. 미국의 품 속에서도 벗어날 준비를 스스로 해야 한다. 주한미군 철수 반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이 역시 박정희 정신이 아니던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등장하자 '노무현 사람'이라며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그를 헐뜯는 이들이 있다. 이에 대해 이성적으로 한번 살펴보자. 그는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보수는 박정희 성장 신화 속에서 길을 잃었어요. 시대가 바뀌었으면 새로운 버전을 가져야 하는데, 과거 버전을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갖고 있었죠.”라고 현재 보수우익이 처한 상황을 진단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렇게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강할 때는 굉장히 강해요. 가령 인권·노동 문제 이런 부분에 대해선 상당히 주관도 뚜렷하고 강하죠. 반면에 경제·산업·외교에 대해서는 의견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노무현 정부에서 문재인과 같이 일해본 경험담이다. 달리 표현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나누는 데는 뚜렷한 소신이 있지만 이 재원을 마련하는 생산적 수단이나 근본적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들 역량이 없다"라는 것이다.

나의 형편과 적(?)의 형편을 바로 볼 줄 알면 승산이 있다. 그는 박정희의 흔적을 지우자는 것이 아니다. 신화는 신화로 보존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박정희 정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희 정신을 유지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또한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이렇게 정리했다. “국가가 시민사회에 지나치게 개입해서 이끄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등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국가를 만들고, 혁신을 만드는 질서를 꿈꾸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것이 한국적 민주주의이며 박정희 정신이 아니겠는가! '새마을 운동'을 제대로 배우고 이해하는 사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