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궤변 놀이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 조작을 했다는 說이 흘러나왔을 때 대부분 국민들은 '별 것도 아닌 일' 정도로 치부했다. 실제로 별 것도 아닌 일이었다. 문제된 댓글들의 내용을 봐도 그렇고 그런 내용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에는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결국 국정원은 초토화되고 당시 국정원장을 비롯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엮여 감옥에 가거나 곤욕을 치렀다.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에까지 큰 상처를 입혔다. 별 것도 아닌 일이 별 일이 된 것이다.

지금 '기무사 문건' 사건도 비슷한 양상으로 가고 있다. 역시 별 것도 아닌 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합참)가 23일 '계엄실무편람(편람)'을 공개했다. 합참에서는 매 2년마다 이 편람을 만들어 왔다는 것까지 확인이 되었고 기무사 문건과는 별개 자료다. 단순한 업무 매뉴얼일 뿐이다. 지난 촛불 정국에서 당시 야당 의원들의 위수령과 계엄령 관련 질의가 있었고 자료 요청까지 있자 이에 국방부 장관이 기무사에 검토를 지시하였고, 기무사는 이 편람을 토대로 당시 상황에 맞게 내용을 편집하여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 문건이 편람에 비해 좀더 구체화한 것은 맞다. 문건의 작성 목적상 '위수령'이니 '계엄령'이니 하는 용어가 들어간 것은 당연하다. 이를 설명하는 데 있어 '장갑차' 같은 軍병장기 명칭이 들어가는 것 역시 당연하다. 그런데 이를 두고 마치 큰 일이나 있었다는 듯이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 앞에서 합참의 편람을 들고 약장수 흉내를 냈다. 대변인이 발표한 "국회통제·특정언론 거명·병력운용" 등의 내용도 이 편람에는 없다. 청와대가 왜 그렇게 발표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그야말로 별 것도 아닌 일이다. 당시 촛불 정국에서 야당 정치인들이 '혁명'을 거론하며 사실상 내란을 선동하고 다니는 상황에서 軍이 이러한 검토도 하지 않고 있었다면 직무유기가 된다. 그런데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는 이미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내란 음모'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를 씌웠다. 김관진 前 안보실장, 황교안 前 대통령 권한대행 등의 이름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연로한 부모가 돌아가실 것을 대비하여 수의(壽衣)를 준비하는 자식에게 살인죄를 물으려는 격이다.

국군을 내란군(반역)으로 모는 데 이력이 난 자들이다. 폭동 진압을 한 국군을 내란군으로 뒤집어 씌우는 데 성공하더니 이제는 업무 매뉴얼과 검토 문건을 들고 나와 내란 음모로 몰고 있다. 기자들도 사실이나 진실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텐데 덩달아 왜곡과 과장, 선동에 열중이다. 이렇게 되면 안 엮일 재간이 없다. 박정희 딸은 국정 농단의 주체요 김일성의 손자는 혁신가라는 세상이다. 애국이 곧 내란이요 반역인 세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궤변 놀이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