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탈, 민주의 탈을 쓰는 것이 예전과 달리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체득한 사기꾼들이 대거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먼저 이 글의 제목은 대전일보의 서지영 기자가 공지영의 장편 소설 '해리'라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쓴 기사 제목이라는 것을 밝혀 둔다. 서지영 기자는 그의 기사에서 공지영 작가가 이 작품을 쓰기 위하여 약 5년간 사건 현장을 취재했으며 이 책이 '선의 탈을 쓴 악의 진실을 다루고 있어 충격적' 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오늘 중앙일보에는 공지영 작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좌파인 척하면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시대로 바뀌는 전환기에 있다"라고 말했다. 공 작가는 중앙일보 인터뷰 이전에 진행된 KBS 라디오 '해리'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도 "향후 몇 십 년 동안 우리가 싸워야 할 악은 민주와 진보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세를 부리는 무리"라고 말하면서 "진보의 탈, 민주의 탈을 쓰는 것이 예전과 달리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체득한 사기꾼들이 대거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고전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위선과 거짓을 고발한 작품은 수도 없이 많았고 집필 동기가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의 한국 현실에서 공지영 작가의 발언들은 신선함까지 느끼게 되고 울림의 파장이 크다.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는 좌파들의 위선을 몇 문장으로 굴비 두루미를 엮듯이 간단하게 정리해 버렸다.

오늘날의 한국 좌파들은 이타적인 척 하면서 있는 자들의 돈을 약탈하듯 빼앗아 선심을 쓸 줄은 알지만 정작 자기들 주머니를 털어 선행을 했다는 뉴스를 본 일이 없다. 뉴스들에 의하면 요즘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약 883조의 사내 유보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사내 유보금이 어디 회사 돈이냐? 그것은 주주들의 돈이다. 주주들이 나누어 가져야 할 돈을 잠시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고위 관료들의 재산 공개 내용을 보면 지난 정부의 고위 관료들에 비해 특별히 가난한 것도 아니고 몇 십억에서 백억대를 넘는 부자들도 많은데 제 돈들은 꽁꽁 숨겨두고 남의 회사 돈을 자꾸 풀라고 종용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가지고 있던 비상금을 풀어 놓았다가 회사가 어려워지면 자신들의 재산으로 도울 것인가. 경제 원리를 망각한 분야에 일자리 만들라고 투자를 강요했다가 어려움에 직면하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이런 인간들의 서민 코스프레 언어에 환호를 보내는 서민들의 어리석음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좌파 정부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인물들의 면면들을 보면 반정부 운동 하다가 노무현 정부에서 권력의 달콤한 맛을 보았던 자들로 지난 보수 집권 동안에는 한량 건달로 소일했던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진보와 민주의 탈을 쓰고 권좌에 앉아 돈 맛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상당수는 이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훈장들도 받았다고 한다.

보수와 진보의 기준을 떠나 공 작가와 같은 사람들이 이 정부와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앉아 정의의 사도 행세를 하며 악행을 저지르는 무리들에 메스를 가했으면 한다.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울분을 소설로써 고발하여 어리석은 민중들이 꿈에서 깨어나는 게기가 되기를 바란다. 공 작가의 건필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