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생각해보면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 속으로 묵념이라도 한 번 합시다. 美·北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가 오산 미군기지를 거쳐 그저께(1일) 미국 땅 하와이에 도착했답니다. 미국 부통령과 인도태평양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하와이주 진주만에 있는 한 공군기지에서 유해 봉환식이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대부분 우리 국민들은 그런가보다는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남의 일이 아닙니다.

1950년 6월 25일, 우리 국민들 대부분 평온하게 잠든 휴일 새벽에 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이 탱크부대를 앞세우고 기습 남침을 감행하였습니다. 우리는 주둔해 있던 미군도 철수하고 군대도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허를 찔린 것입니다. 인민군들이 그야말로 물밀듯이 내려와 순식간에 서울을 점령하고 경상도 일부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을 수중에 넣었습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생긴 지 불과 2년 만에 사라져 갈 위기 앞에 놓인 것입니다. 이때 미국이 주도한 유엔군들이 대한민국을 구하러 참전하였습니다.

미군 유해 이야기이니 미군에 대한 얘기만 합시다. 6·25 전쟁 중 미군은 총 178만 9000명이 참전하였고 이중 실종자 포함 3만 7400여 명이 전사했습니다. 그리고 부상자가 무려 9만 2000여 명이나 되었습니다(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통계). 살아서 돌아간 장병들도 그 추운 한겨울에 한반도 전역을 헤매다 죽을 고생 끝에 병신이 되거나 겨우 목숨을 건져 돌아갔습니다. 베트남 전쟁 전사자가 한국전쟁에서보다 좀 더 많았지만 장병들의 고초는 훨씬 더 참혹했습니다.

이들 대부분 젊은이들은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해 어디 있는지도 모를 머나먼 나라에서 발생한 전쟁에 동원되었습니다. 여행을 온 것도 아니요 돈 벌러 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국가에서 가라니 짐 꾸려 도착한 곳이 바로 生死를 건 전쟁터였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무기를 든 채 야전에서 잠을 자고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우며 한반도 산야를 헤맨 것입니다. 돌격' 하면 돌격하고 '후퇴' 하면 후퇴하면서 총알에 맞아 죽고, 얼어서 죽고,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도 없이 죽어간(실종) 젊은이가 수만 명이라는 얘기입니다. 그중에 55명의 시신이 백골이 되어 65년여 만에 이번에 고향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우리 마음 속으로 묵념이라도 한번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