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마찬가지로 제도도 복잡하면 고장(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과거 방식은 무엇이든 뒤엎으려 드는 문재인 정부에서 교육 정책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취임 이후 대학 입시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나서더니 뜻대로 되질 않자 국가교육회의→공론화위원회 식으로 떠넘겼으나 그 유명한 김영란 前 대법관이 위원장인 공론화위원회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손을 들었다. 다시 교육부로 떠넘긴 꼴이다.

무슨 제도든지 모두가 만족할 만한 완벽한 안은 있을 수 없다. 특히 교육 제도란 한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요 그중에서도 입시 제도란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이해가 얽힌 사안인만큼 더욱 그렇다. 교육 정책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필자가 복잡한 내용을 언급할 처지는 못되지만 세상 이치를 따져 원칙적인 부분을 살펴보겠다.

대학 입시제도에서는 무엇보다 공정성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현재 대립된 안은 대원칙에서 상대평가냐 절대평가냐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공정성을 우선시한다면 당연히 상대평가로 가야 한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김 장관은 절대평가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학부형들의 반대가 거세자 공론화에 붙인 것이다. 자기들 뜻대로 밀고나가려 하다보니 뻔한 결론을 못(안) 내리고 진이 빠지게 시간을 질질 끄는 것으로 보인다.

절대평가 방식의 대표적 사례는 내신이다. 학교마다 평균 수준에서 차이가 있고 개인차가 있는데 이를 일반화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 현재 학생부를 토대로 절대평가 방식의 수시모집을 일부 시행하고 있는데 여러 말이 많다. 이를 확대하여 전체적으로 절대평가로 간다면 엄청난 부작용이 따르게 될 것이다. 학부형들의 압력이나 교사들의 비리가 발생될 소지도 크다. 억울한 학생들이 생기게 되면 누가 책임질 수 있나?

상대평가는 시험으로 당락(當落)을 가르는 것이다. 한 번의 시험으로 학생들의 우열을 가린다는 방식도 문제는 있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시험 성적이 달라질 수도 있고, 시험 성적은 좋으나 품행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품행은 좋으나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 방식이 가장 공정하고 부작용이 적다. 그리고 절대평가는 한번 찍히면 회복할 길이 없지만 시험은 한번 잘못 치러도 다시 기회가 있다.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방식이 있다. 수능 시험은 말 그대로 대학 수학 능력만 검증하는 것이다. 성적 커트라인을 두어 합격한 학생들만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기본적인 수학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뽑으면 된다. 수능 점수로 뽑든, 별도의 시험을 보든, 논술을 보든 각 대학이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다. 간단하면서도 공정하여 뒷 말이 있을 게 별로 없다. 기계와 마찬가지로 제도도 복잡하면 고장(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정 분야에 천재적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더라도 대학에 가려면 다른 과목에서도 최소한의 수학 능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수준은 시험 문제의 난이도나 커트라인으로 적당한 조절이 가능할 것이다. 입시 방식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기능공 훈련원에 가야 할 학생들까지 너도나도 다 대학 가는 풍조는 바뀌어야 하고, 필자가 제안하는 수능 시험은 이를 가리는 기능도 함께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