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큰 문제다. 불법 파업에 대한 대책회의를 합법적인 파업에 불법적인 대응 모의를 한 것으로 뒤집어 선동하고 있다. .
2009년 쌍용 자동차 구조조정에 맞서 노조원들이 불법 파업을 벌였다. 회사는 적자가 누적되고 회생의 길이 보이지 않자 근로자 정리 해고에 들어갔다. 달리 대책이라고는 정부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회생의 길이 보일 때 일시적 지원이지 기약 없이 세금을 퍼넣을 수는 없다.

회사는 정리 해고를 준비하고 노조에서는 이를 거부하고 공장을 점령했다. 대책없는 불법 파업이었다. 검찰과 경찰은 회사측과 협의하에 대책을 논의했다. 누군가 그때의 문건들을 찾아내어 또 한 차례 소동을 일으킬 태세다. 이미 언론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9년 만에 드러난 쌍용차의 ‘노조 와해’ 비밀문서 100여 건" (한겨레신문), "쌍용차 노조 와해 비밀문건…검·경·사측 공모 정황”(연합TV) 등의 보도 제목들이 떴다. 그럼 아무런 대책도 없이 구경만 하고 있었어야 했다는 말인가?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이야 어느 시대인들 없으랴만 이를 선동하는 언론이 큰 문제다. 정상적인 대책회의를 '공모'라고 낙인을 찍다니. '공모'란 ‘공동 모의'의 준말로 '불법적'인 행위를 전제하고 있다. 반면 '불법 파업'에서 불법은 빼고 보도한다. 불법 파업에 대한 대책회의를 합법적인 파업에 불법적인 대응 모의를 한 것으로 뒤집어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근래 언론에서 용어 비틀기가 도를 넘고 있다. '동향 파악=사찰', '명단=블랙리스트', '관행=적폐', '보복=청산' 등 본래의 의미를 거리낌 없이 비틀어 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 정서적으로도 점점 날카롭고 사나워져 한 마디로 살벌해지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이 같은 또래 학생을 집단 폭행하고 심지어 뚜렷한 동인(動因)도 없이 살인까지 저지른다.

이러한 시류를 걱정하는 이가 필자만은 아닌 듯 오늘 자 조선일보에는 <'萬人의 萬人에 대한 투쟁' 벌어지고 있는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주경철 서울대 교수가 칼럼을 올렸다. 그는 이 칼럼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면 미쳐서 돌아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며 '기이한 발작 증상을 보이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모든 인간관계가 다 틀어졌고, 서로 물어뜯지 못해 안달이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사랑하는 대신 증오의 폭언을 퍼붓는' 사회에서 '자살률은 세계 최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현상을 들어 '장기적 집단 자살 과정에 들어간 셈'이라고 진단했다.

나라가 망하는 과정은 외부의 침략 이전에 내부 붕괴가 먼저 일어난다. 사람의 몸도 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잔병치레로 몸이 허약해지면 큰 병이 와 목숨을 노린다. 나라도 국민들이 서로 보살피며 사랑을 나눌 때 애국심과 사기가 충만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경제인들이 마음 놓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면서 국방계획을 튼튼히 짤 때 비로소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루는 것이다.

대한제국이 왜 망했던가?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고관대작들이 편을 갈라 싸움질에 자기 잇속들만 챙기고, 버려진 국민들은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가 되니 어찌 망하지 않을 수가 있었던가. 지금도 그런 상황으로 무르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증오하며 김일성 주체사상에 심취한 자들이 나라를 쥐고 뒤흔들고 있는 이 상황은 위태롭기 그지없는 지경이다. 그럼에도 지지한다는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위험이 접근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