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敵) 영토 내에 자국 외교관을 상주시키는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은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 문재인 정권이 김정은이 현혹하는 갖가지 유혹에 자발적으로 넘어가고 있다. 개성공단 부지에 남북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운영하는 문제가 8월 17일 북측과 사실상 합의가 이뤄져서 양측의 서명 절차만 남겨뒀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이를 마무리하고 이 달(8월) 중으로 개소식(開所式)을 갖기로 한 것만 해도 그렇다. 천안함 폭침과 휴전선 통문 목함 지뢰사건으로 우리 국군 장병들을 도륙하거나 부상을 입힌 사건이 아직 뇌리에 생생하고 그들로부터 사과는커녕 범행 자체를 부인하는 현 시점에서 이런 북한을 상대로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무슨 남북 연락사무소를 설치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나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상태에서 북한 지역으로의 전력의 송전 등 물자의 반입 등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반하는 사안으로 일차적으로 미국에 양해를 구했으나 어떤 긍정적 답변을 듣지도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오픈하려는 내막이나마 정부 당국에서 국민들에게 먼저 보고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꼭 연락할 일이 있으면 직통 전화로 하면 되고 만나서 할 얘기라면 필요한 쪽이 회담을 제기하여 만나면 된다. 연락사무소라는 것은 통상 두 나라간에 정식 외교관계를 맺기 전에 그 절차를 의논하기 위해서나 혹은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두 나라 사이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하여 임시적으로 설치하는 준 외교공관 성격의 사무소이다.

두 나라 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할 경우에는 상대국의 수도에 교차 개설하는 것이 통상적인 국제 관례다. 양국의 합의에 의하여 두 나라 외교관들이 하나의 공동 건물에서 자국을 대표하는 연락 업무를 공동 수행하는 경우에는 두 나라가 국경을 접하고 있을 때는 양국 국경선상에 마주 보는 두 개의 건물을 지어서 운영하든지 양국이 합의하는 제삼국에 설립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도 자국 영토 내에 상대방 연락사무소는 설치하지 않고 상대국 영토 내에만 연락 사무소를 개설하는 경우는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특히 남북한처럼 적대적 관계에서 상대방이 원한다고 상호 호혜 원칙을 포기하고 적(敵) 영토 내에 자국 외교관을 상주시키는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는 주권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와 상대국에 스스로 굴종을 자처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평양에 교차 개설하든지, 아니면 완전한 비무장 중립지대이자 연락사무소 개설에 필요한 부지(敷地)와 통신선, 전력(電力), 그리고 급수(給水) 기반시설이 이미 조성되어 있는 판문점이란 좋은 입지를 포기하고 적진인 '개성(開城)'에 개설하느냐 하는 점이다.

북한이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데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목적의 치명적인 노림수를 바라고 함정을 판 것이다.

1. 북한 당국은, 과거 개성공단에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들의 핸드폰 사용을, 군사기밀 수집 및 전파 방지라는 황당한 명분을 내세워 금지시킨 것처럼, 연락사무소 남측 주재원들이 우리 정부에 정무 협의를 하거나 연락을 취하기 위하여 핸드폰 사용을 못하도록 하고 유선 전화만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시간을 다투는 촉박한 상황이 연락사무소에서 발생시 유선 통화로 정무 협의하는 내용은 전부 도청할 수 있게 된다. 시간 여유가 있을 경우는 판문점까지 나와서 연락하면 되지만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연락사항의 경우 연락사무소에서 암호화 전환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유선전화를 통하여 보고하거나 훈령을 받아야 하는 화급한 상황이 드믈지만 있게 마련이다.

2. 북한 당국은, 연락사무소의 가동 및 운영을 빌미로 박근혜 정부에서 단전시킨 전력을 연락사무소까지 우리 측에서 송전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그 전력의 일부를 개성공단 사례에서 이미 경험했던 것처럼 공공연히 북한측도 곁다리로 더불어 사용하려고 하거나 우리가 반대하면 도용(盜用)하려고 할 것이다.

3. 연락 사무소에 필요한 급수 문제까지도 남쪽에서 통수하도록 하여 관로를 연결하여 저들 공공 기관에 급수를 노리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4. 연락 사무소 상주 직원의 교통편이나 이들의 식생활에 필요한 식자재의 운반, 외교행낭의 파송에 이용되는 외교행낭까지도 저들이 중간에서 검문 검색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5. 연락사무소의 건물에 도청장치나 몰래카메라를 설치해서 우리 요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비밀을 정탐하고 주재원들의 약점을 잡아서 북한을 위하여 간첩 활동을 하도록 덫을 놓을 가능성이 높다.

6. 개성공단의 경우처럼 연락사무소에서도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인터넷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8. 처음 얼마 동안은 '연락 사무소 설치에 따른 합의서' 내용을 북한이 잘 준수하는 척 하다가 남북간에 긴장이 높아질 경우, 특히 보수 정권으로 바뀔 경우 주재원들을 구실을 만들어서 인질화하고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관철하려고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9. 휴전선을 넘어서 연락사무소를 왕래할 때나 개성 체류 중에 여차하면 갖가지 구실을 달아서 불필요한 검문을 남발하고 교통 위반이니 북한 실정법 위반이니, 허락받지 않고 북한 인민을 접촉했느니, 첩보를 수집했느니, 사진 촬영 금지 조항을 위반했느니 등으로 주재원들을 괴롭힐 것이다.

10.북한이 앞으로 도발을 해도 주재원이 인질로 잡혀 있는 한 우리 국군이 군사적 응징 보복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특히 개성 인근 외곽에 산재해 있는 장사정포를 제거하기 위한 공중 및 지상 포격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연락사무소를 오픈할 경우, 두 개의 연락사무소를 각각 상대방 국가의 수도나 합의한 특정 도시에 각각 개설하는 이유는 어떤 이유로든 자국 주재원이 인질로 잡힐 경우, 자기 나라에 주재하는 상대국 주재원들을 인질로 담보할 수가 있게 되고 설령 두 나라간에 전쟁이 터져도 자국 외교관들이 무사히 귀환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국 주재원이 상대국에서 기피인물로 추방할 경우, 자국에 주재하는 상대국 주재원을 비례의 원칙에 의거 상대국에서 추방시킨 인원 숫자만큼 맞춰서 추방하는 보복을 단행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되는 것이다.

정황이 이러함에도 모든 안전장치를 포기하고 적이 하자는 대로 응해서 적진에다가만 우리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은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남북 연락사무소를 개성공단 내에 개설하는 것은 앞으로 두고두고 화근을 만드는 것이며 우방 미국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인가? 정 개설한다면 왜 하필 적 진영 내에 개설하는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언젠가 반드시 화근이 될 것임을 지적하여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