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이며 추론적이며 신념과 사상에 영향을 받아 적대감을 가지고 행하는 재판이 바로 인민재판이다. 문명국과 미개국의 차이를 구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현상을 바라보는 인식과 자세의 문제에서 차이를 보이고 그에 수반되는 판단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체적으로 문명국의 시민들은 어떤 현상을 인식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데 객관적인 방법에 의존한다. 반면에 미개국 시민일수록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자기 자신의 편견과 주관적 감성에 의존한다. 주관적 감정은 심미적인 감성으로 표출되기도 하고 적대적인 감성이나 의견 과잉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과학을 하는 사람들, 사회 과학이든 자연 과학이든, 배움의 기초는 객관적 시각을 갖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지금 한국이 미증유의 혼돈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평균 시민들의 과학적 객관적 사고에 대한 훈련이 부족하고 객관을 생명으로 하는 일부 직업인들이 윤리를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몇달 전 글에 올렸던 내용중 한국인들의 논리적 사고의 결여와 함께 한국인들의 의식 구조를 규정 짓는 치명적 변수중의 하나가 바로 객관성에 관한 문제다. 나라를 빼앗겼던 대한제국의 정치 상황을 분석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도무지 객관성이라는 것을 찾을 수 없다. 오직 '친일파' 주관적 감성적 주홍 글씨만이 난무하고 있다. 엊그제는 충북 어디에선가 일제 자동차를 탔다고 '친일파'라고 어느 주부를 엄청나게 모욕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감성 사회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쇠고기 파동, 세월호 사건 등 최근에만 하더라도 그렇고 동의대 사건, 용산 사태 하다 못해 쌍용자동차 사태와 같은 것도 모두 같은 선상에 있는 이슈들이다. 원인에 대한 객관적 분석도 전후 과정에 대한 맥락은 모두 생략되고 고통을 받았다는 결과에 대한 감성들만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감성에 호소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전후 과정에 대한 불법과 탈법은 합리화되고 판사라는 인간들도 이런 감성에 의존하여 재판을 한다. 광주사태에 대한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시민이 무기고를 습격하겨 무장을 했다면 세계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무력으로 진압하는 것은 상식이다. 희생자의 감성적 주장이 정의가 되고 합법이 되는 것이다.

객관성의 핵심이 증거라면 감성과 의견은 주관성의 핵심들이다. 객관성이 3자적 관점이라면 주관성은 나의 관점이다. 주관성에는 편견이 작용되고 미신이 개입되며 가짜 뉴스도 믿는 특징을 보여 주기도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도 주관성의 일환이다.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적어도 객관성 기준을 세우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밥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의 책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 시민들이 감정과 소문에 휩쓸려 혼돈 상태에 이를 때 객관적 행위와 판단으로 균형을 유지해 주어야 할 직업군이 감성이 지배하는 사회 분위기에 함께 놀아난다면 그 사회는 미개의 혼돈 사회로 변하게 된다. 그같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공무원, 언론인, 판검사 그리고 학자들이다.

필자는 세상 민심이 감성으로 치달을 때 거기에 튀어나와 성명이나 발표하며 함께 놀아나는 언론인들이니 학자연 하는 사람들을 쓰레기로 생각한다. 요즘 언론 기사들을 보면 언론인다운 언론인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언론인의 뉴스 보도는 객관성이 생명이다. 개인적인 감정, 감성 의견 신념 근거 없는 결론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기사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입맛에 맞는 제3자를 등장시켜 자신의 의견과 신념을 정당화시키려는 언론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기사 말미에 '논란이 예상된다' '강변했다' 이런 의견이나 가치 판단적 기사를 작성하는 일은 아주 습관이 되어 있다.

엊그제는 검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20년을 구형했다고 한다. 시정잡배 수준의 의견 피력이다. 객관적 증거를 감안할 때 피고의 주장은 허위임이 분명해 보인다는 정도의 의견은 말할 수 있지만 '새빨간'이라는 말은 주관적이고 감성적 언어다.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던 일이지만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논고했을 때도 검사는 논고를 하면서 증거와는 상관 없는 감성적 언어들을 남발한 바가 있다.

요즘 한국의 검찰과 판사들의 구형 과정과 판결 과정을 보면 일부 군중들의 주관적 감정에 따라 결론을 내리는 경향을 자주 보게 된다. 주관적 시각과 신념 변증법적 결론이 한국의 검찰과 사법부에서 일상화되고 있다. 실정법이나 절차법 등은 변증법의 도구로 전락되고 있다. 추리로 진실을 찾고 논거로 증거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팩트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묵시적으로 부탁을 하면서 기부를 했다든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건희 회장의 석방을 묵시적으로 요구하며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가 모두 추리에 근거한 변증법적 논리다. 증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특정 세력에 영합하기 위한 재판에서 변증법은 가장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변증법적 증거에 의한 재판의 전형이 바로 인민 재판이다. 주관적이며 추론적이며 신념과 사상에 영향을 받아 적대감을 가지고 행하는 재판이 바로 인민재판이다. 전근대적 재판에는 사또의 원님 재판도 있다. 요즘의 재판 과정과 그 수준에서는 차이가 없다. 한국 사회가 총체적으로 미개인 사회로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잘먹고 잘살면 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