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우리 폴란드인과 전혀 연고가 없는 異人種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불우한 아동들을 깊은 정성과 마음으로부터 보살펴준 이상,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폴란드는, 러시아-독일-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강국들에게 둘러싸인 나라다. 1772년, 1793년, 1795년의 이들 주변 강국들의 세력 다툼에 의해 폴란드는 영토가 분할되고 마침내 국가 자체가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영토 분할로 사실상 국가 기능을 상실한 폴란드는, 러시아領으로 복속된 일부 지역의 경우, 독립운동에 나섰던 폴란드인들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시베리아로 끌려갔다. 제1차 세계대전까지 시베리아로 끌려간 폴란드인은 5만 명에 달했다.

그런데 1917년에 러시아에 내전이 발생하자 시베리아의 폴란드인들은 위험분자로 간주되어 학살을 당하는 등 혹한의 땅에서 시련을 당하며 차례차례 죽어갔다. 그렇게 죽어간 폴란드인들 가운데에는 15세 미만의 어린이들도 다수였다. 그 중에는 7세, 5세, 3세 등 유아도 많았다. 시베리아로 끌려가 급기야 죽음 직전에 놓인 어린이들, 특히 그 중에도 부모를 모두 잃고 어른들의 손길(도움)도 못받는 처지에 놓인 고아들만이라도 그곳에서 구출해 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밖에 있는 폴란드인은 1920년에 '아동구제위원회'를 조직했다. 당시 시베리아에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이 출병하고 있었다. 폴란드의 '아동구제위원회'는 미국을 비롯한 구미 각국을 향해 폴란드 아동이 처한 참상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답장이 없었다. 폴란드 '아동구제위원회'는 멀리 떨어진 섬나라 일본으로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받은 일본 정부는 많은 비용과 번거로움(수고)을 감수하고 폴란드 아동을 구하기 위한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폴란드 아동구제위원회 대표 '안나 벨로큐비치' 여사의 간청에 일본 정부는 불과 16일 만에 폴란드 고아들을 구제하겠다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당시 일본은, 독립한 지 얼마 안되는 폴란드(1918년11월 독립)와는 정식 외교관 교환도 없는 상태였다. 때문에 이런 의사결정은 이례적이다. 일본 정부의 결정으로 1920년 7월에, 시베리아에 출병하고 있던 일본 육군의 지원을 받아가며 765명의 폴란드 고아들이 블라디보스톡에서 배(船)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일본에 도착할 당시 폴란드 고아들은 전부 영양부족 상태였고, 장티프스를 앓는 고아들이 있었으며, 머리에는 이가 가득했다. 전반적으로 최악의 건강상태였다. 문화차이나 언어소통 등 여러 면에서 고아들이 불편할 것을 염려한 일본 정부는 고아 10명당 한 명의 폴란드인 어른을 후견인으로 배정하고자 별도로 폴란드인 성인 65명을 초청하는 배려 조치를 함께 했다. 일본 도착과 함께 아이들의 옷(의복)은 열탕 소독 처리에 들어갔고, 깨끗한 새 옷들이 제공되었다. 특별히 여윈 아이들에게는 의사들이 배정되어 매일 영양제를 복용토록 하는 등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졌다. 고아들에 대한 치과 치료 또한 이어졌다.

이런 고아들을 헌신적으로 간호해 준 것은 주로 일본적십자사로부터 파견된 간호사들이었다. 간호사 '마쓰자와(松澤) 후미'(당시 23세) 씨는 장티프스로 위중한 상태에 놓인 어린 고아 한 명을 주야로 극진하게 간호하다가 전염되어 사망했는데, 목숨이 위태로웠던 아이는 이 간호사의 헌신 덕분에 극적으로 살아났다. 1921년 폴란드 정부는 숨진 간호사에게 적십자賞을 수여했고, 1925년에는 재차 폴란드 정부가 명예상을 수여했다. 1921년 4월6일 고아들을 후원하는 데 열심이었던 '데메이(貞明)황후'가 고아들을 만났다. 당시 4세의 한 女兒는 이때 황후 옆에 앉았는데 황후는 이 아이의 머리를 여러 차례 쓰다듬어주고 격려하며 예뻐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81년이 지난 2002년에 천황 및 황후는 유럽 순방길에 올랐고 폴란드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세 명의 폴란드人이 천황, 황후와 대면했다. 이때 85세의 '안토니나 니로'라는 이름의 폴란드 여성이 황후의 손을 한참 잡고 말했다.

<제가 어려서 일본에 있을 때, 당시 일본 황후께서 저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꼭 안아주던 기억이 아직 아련히 남아 있습니다.>

당시 일본적십자가 작성한 업무일지에는, 이들 고아를 위해 일본의 사찰 등이 문구류나 장난감 등을 기증했고, 慶應義塾은 이들 어린이를 위해 음악회를 열었다는 기록 등이 남아있다. 당시 이들 폴란드 고아들을 위해 일본 전국에서 모아진 기부금은 72만 엔이 넘었다. 지금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5억 엔 가량 된다. 고아들이 당시 쓴 일기가 지금까지 남아있다.

<매일매일 과일, 사탕, 아이스케키를 많이 먹는다. 그리고 장난감을 갖고 논다. 너무 많이 먹어서, 다 먹지 못해 남은 것들을 방 한 쪽에 놔둔다>

정성이 깃든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아이들은 일본 도착 당시의 창백하고 야윈 모습에서 급속도로 건강을 회복하고 점차 밝은 모습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2년 후에 이들은 귀국하게 되었다. 올 때는 시베리아에서 왔지만, 돌아갈 때는 조국인 폴란드로 직접 귀국하게 되었다. 귀국할 때 이들에게는 전원 양복이 지급되었고, 항해 중 추위를 배려해 털로 된 따뜻한 조끼가 별도 지급되었다. 출항 당일 요코하마 항구에서는 그동안 보살펴 준 일본인 보모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많은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은 배에 오르면서 '아리가토!'라고 외쳤다. 고베항에서 출항할 때도 요코하마 항구에서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이별을 아쉬워하며 출항 후 배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을 태우고 출항한 선장은, 항해 중 매일 밤 침대를 돌며 아이들의 모포를 제대로 덮어주고 일일이 이마에 손을 대고 열(熱)의 유무를 체크했다. 이때 선장의 손길을 평생 잊지 못한다는 폴란드人도 있다. 1995년 10월, 폴란드 주재 일본 대사는 8명의 폴란드人 前 고아를 초청했다. 모두 80세 이상의 고령이었고 한 명은 건강이 특히 안좋아서 손자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대사관에 도착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살아 있는 동안 일본 땅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계신 분들에게 감사의 표현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제 몸이 너무 불편해 어렵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사님으로부터 초청을 받고는 기어서라도 참석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왜냐 하면, 이곳은 일본 영토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일본에 계신 분들께 이런 저의 마음을 전달할 수만 있다면 이제 다른 소원은 없습니다.>

모두가 일본에서의 일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일본 그림엽서가 수집된 앨범을 소중히 간직한 사람도 있었고, 한 일본인으로부터 얻은 부채를 보관하고 있는 사람, 출항하는 날 항구에서 받은 모자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 일본인으로부터 얻은 성모마리아상을 간진한 사람 등 모두가 일본에서의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일본의 폴란드 시베리아 고아 구제 件은 폴란드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폴란드 정부로부터 많은 감사장 등이 있었다. 그 중 하나로, '폴란드 국민의 감격, 우리는 일본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감사장에는 다음 같은 내용이 나온다.

<일본인은 우리 폴란드인과 전혀 연고가 없는 異人種이다. 아울러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리 폴란드와 전혀 관계도 없는 지구 반대편의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폴란드의 불우한 아동들을 깊은 정성과 마음으로부터 보살펴준 이상, 우리 폴란드인들은 이러한 것을 마음 속 깊이 새겨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자주 문안한 유복한 일본인 자녀들이 자신이 입고 있던 가장 깨끗한 새옷을 우리 아이들에게 벗어주고, 머리에 묶은 예쁜 리본 등 좋은 장식품과, 반지까지도 빼어 준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 고결한 폴란드 국민들은 이러한 일본의 후의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폴란드인의 이러한 마음은 한신대지진(1995년 1월)으로 확인되었다. 지진 피해자 30명이 1996년에 폴란드 정부에 의해 초청되어 3주간 환대를 받았다. 초청된 이들 가운데는 지진으로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된 아이도 포함되었다. 당시 4명의 폴란드人 前고아가, 초청된 이들 일본인에게 일일이 장미꽃을 선물했다. 폴란드는 이후로, 東일본대지진 때도 다액의 의연금과 함께 여러 지원활동을 해주었다.


https://youtu.be/vXR7hNbpaL4
https://youtu.be/fMCfbpGAhsY